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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tic Eagle Oct 26. 2020

오늘까지만 답장해주라

사랑한다고 외칠 수 있었기에

자신 있었던 연애가

하루아침에 증발한 걸

인간의 상식으로 견디기에

좀 버거운 성향의 인간이 있었다.



습관적으로 너한테 연락하는 것

같겠지만, 너의 답장이 나에게는

우리가 있었다는 유일한 증거인 방식으로



나를 오늘도 숨 쉬게 하는 방식으로

연락이 뜸한 시간을 숨이 멎은 채도

살 수 있다는 것을 고스란히

깨닫고 있는 방식으로



가을 하늘 공활하고

빛 좋은 주말이 너무 싫다.


이러면서 빛을 쬐러 나온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없는 공원에

서로 다른 가족들이 100 명은

모여 있다.


마스크를 눈 위까지 올려서

울고 있다.



내가 외로워서 당신한테 연락하는 것 

같겠지만

아닌데..



널 알았다는 기억이 내 존재라서

그래..


그래서 너에게 내 연락을 무시할

기회를 매일 주는 방식으로

어느 기분 좋은 날

네가 결국에는

시답잖은 나와의 연락을 끊기로

결정했을 때.



나에게 종일 폰만 잡고 있다는 말로

연락을 좀 그만 하라고 말하고 싶을 때,



나는  

그 폰과 함께 땅에 묻힐까

두려운 방식으로



홀로 우는 눈물을

오래 견딜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 방식으로



그래서 나는 아는 거야.


내가 너를 두고 한 사랑이

얼마나 진실했는지.


집착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 상황을 견디고 있는 내 스트레스를

무시할 정도로 나는

너밖에 없던 거야.



그래서 슬픈 거야.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을

잃고 사는 대가는

깨어있는 매 순간이

그 상실을 덧없이 채우기 위한

노력이라는 것을.



그래서 보란 듯이 우는 거야.

난 내가 내 인생에서 뭘 잘못했는지를

알거든.



집착이라는 단어가 좀 세다는 생각이 들어.

그 정도로 가봐서 끝이 얼마나 추하다는 것을

볼지언정 들리지 않는 남의 말이

얼마나 고상하든

당장의 손에서 널 놓고 살 자신을

찾고 싶지 않을 정도로 빠져버린 사람이

있다는 게:



계산할 수 없는 사랑을 아는 사람은 알아.

계산하려는 사람은 내 눈에 애초에 보일 수도 없다는 것을.



근데 그렇게 뻔뻔하게

변하는 나를 보면서 괴로움을 감수할 만큼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어본 사람은 알아.



이다음에 사람이 없을 것이 두려워서

못 놓는 게 아니라.

못 놓겠으니까

사랑인가 생각이 되는 거라고.



결국 채우지 않은 심정을

안고 들지 않을 잠을 청하다

햇빛에 일어나야 하는 그 모든

일련의 순간을

그래도 내가 지금 견디는 게

너도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착각인 것과 완전히 무관하게

나는 내 사랑을 마주 보고 있어:



이 사랑이 너무 무거워서

떠나야겠다면 나는 보고만 있겠지.

버젓이 등을 돌리고 나에게 웃던 웃음을

다른 사람에게 짓고 있는 너를  



구차한 거 아는데.

오늘까지만 답장해주라.



그렇지만 내가 아니라면

미워하지 않을 테니까

괜찮으니까

너에게 출구의 열쇠를

줄게.



그래서 난 안다/

미련이 어디까지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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