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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tic Eagle Oct 18. 2020

상처, 1 인분만 주세요

어서오세요. 뭐 드릴까요?

십 세와 이십 세 정도의

언저리에서 “상처”라는 단어를

내가 소유할 수 있다는 것만큼

가슴 뛰는 일은 없었다.



동백 꽃 필 무렵을 읽지만 않았어도

누군가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자아를 나레이터로 두지 않았으렸다:



상처를 받은 것 같은데,

상처를 준다는 것의 개념이 증발했다.



상처를 준 대상이 이미 아무 짓을 하지 않은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데

나는 그 무형의 상처를 끌고 와서

문신을 남기듯

주저앉아 보란듯이 술을 산 영수증을

바라보지만

다음 달 즈음 카드값으로 날라오는 그 훈장은

하루 이틀 최저 임금의 알바를 더 해야 한다는

사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ㅐ벽 ㅔ 시.



잠이 오지 않아

24시 편의점으로 내려가

꿀잠 4 캔에 만원을 내고

많이 잔 것 같은데

일어나 보니 6 시다.




고상한 개념 정리가 무색해지고,

맛있는 것을 입에 넣는 순간

잊을만 해 지고 다시

상처 주사를 맞는다.



상처 주사도 내성이 생겨버린

10월의 어느 날;



햇빛이 좋길래

기분이나 좋아져보기로 했다.



잠을 못 들 지언정

지금은 좀  



웃어봐도 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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