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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tic Eagle Oct 30. 2020

Heart only breaks once.

이 상황에 답안지가 없고

난 계속 너의 답장을 원하고

너는 나의 답장을 피하고

그러나 언제 볼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이 중간 세계에 갇힌

두 사람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한국으로 오지 않았다면

아주 단순히 나와 그는

문제없이 같은 시공간에서

저녁을 뭘 먹느냐는

주말에 뭘 하느냐는

아주 중요한 대화를 나누며

각자의 삶을 살겠지.



내가 한국으로 왔고

뒤틀린 시공간이

단순한 문자의 오고 감으로

해소되기는커녕

더 습한 심장 때문인지

눈물이 앞을 가리고 

해가 떴는데도

머리가 구름 낀 것 같이

아프다.



다들

뭐 거기 더 오래 있었으면

아직도 만났겠냐며 비아냥거리지만

그게 옵션 이기라도 했었으면

더없이 기쁠 우리였다.



다만, 시공간의 차이가

벌어질 때 같이 벌어진

두 사람의 사이는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과 움직일 생각이 없는

공간으로 인해

제대로 없던 일이 되어간다.



억지를 더 부릴 수도 없고,

그 사람도 나를 아직 차단하지 않았는데

너무 그 얘기만 해서

주변 사람들이 나를

차단할 기세를 부리는

금요일 오후.



외롭다고 칭얼댈 수도 없고

잠도 오지 않고,

연락도 오지 않고,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는

바로 그 시각에

비로소 내가 보인다.



자꾸 공허한 게

내 주의가 나에게 주의를

두지 않는 상대에게로 빠지는

그 모든 에너지가

내 존재를 분산시키고 있다.



내가 봐주지 않는

내가 가장 외로운 걸

알 때 즈음

정말 인생이 혼자여야 하고

그리하여 곁에 단 1 초라도

나를 보는 타인이 있다는 것과

그 존재를 의식하며

내 존재의 중력을 느끼는

조각나 보이지만

온전한 그 모든 시간의 합을

감히 감사하다고 여기면서



그리하여 내

곁에 존재했던

그리고 존재하는

기억이 되새김질하는

그 사람의 온도를

햇빛을 빌려 느껴보는 오후.



떳떳하게

우리를 생각하면서

떳떳하게 그리워하다

떳떳하게

만나서 떳떳하게

한 번 안아보는 날을

떳떳하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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