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황에 답안지가 없고
난 계속 너의 답장을 원하고
너는 나의 답장을 피하고
그러나 언제 볼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이 중간 세계에 갇힌
두 사람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한국으로 오지 않았다면
아주 단순히 나와 그는
문제없이 같은 시공간에서
저녁을 뭘 먹느냐는
주말에 뭘 하느냐는
아주 중요한 대화를 나누며
각자의 삶을 살겠지.
내가 한국으로 왔고
뒤틀린 시공간이
단순한 문자의 오고 감으로
해소되기는커녕
더 습한 심장 때문인지
눈물이 앞을 가리고
해가 떴는데도
머리가 구름 낀 것 같이
아프다.
다들
뭐 거기 더 오래 있었으면
아직도 만났겠냐며 비아냥거리지만
그게 옵션 이기라도 했었으면
더없이 기쁠 우리였다.
다만, 시공간의 차이가
벌어질 때 같이 벌어진
두 사람의 사이는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과 움직일 생각이 없는
공간으로 인해
제대로 없던 일이 되어간다.
억지를 더 부릴 수도 없고,
그 사람도 나를 아직 차단하지 않았는데
너무 그 얘기만 해서
주변 사람들이 나를
차단할 기세를 부리는
금요일 오후.
외롭다고 칭얼댈 수도 없고
잠도 오지 않고,
연락도 오지 않고,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는
바로 그 시각에
비로소 내가 보인다.
자꾸 공허한 게
내 주의가 나에게 주의를
두지 않는 상대에게로 빠지는
그 모든 에너지가
내 존재를 분산시키고 있다.
내가 봐주지 않는
내가 가장 외로운 걸
알 때 즈음
정말 인생이 혼자여야 하고
그리하여 곁에 단 1 초라도
나를 보는 타인이 있다는 것과
그 존재를 의식하며
내 존재의 중력을 느끼는
조각나 보이지만
온전한 그 모든 시간의 합을
감히 감사하다고 여기면서
그리하여 내
곁에 존재했던
그리고 존재하는
기억이 되새김질하는
그 사람의 온도를
햇빛을 빌려 느껴보는 오후.
떳떳하게
우리를 생각하면서
떳떳하게 그리워하다
떳떳하게
만나서 떳떳하게
한 번 안아보는 날을
떳떳하게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