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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tic Eagle Nov 02. 2020

십오 시, 잘 잤냐고 문자하는 시간이

삭제되었습니다.

더 이상 잘 잤냐고

물어볼 수 없는 이 시간들이

거짓말 같습니다.



그와의 연락을 시작으로

하루가 체크 인을 하고

그에게 잘 자라는 말을 들어야

그 날을 체크 아웃 할 수 있었던

백 일이 지났습니다.



밤 새 연락을 받지 않던

그 날, 그가 작정을 하고 나와의

연락을 끊으려고 노력한 그 날

밤 새 문자 하나라도 해 달라고

애원하는 문자를 시간마다 보내면서

저의 불안이 기인하는 곳은

바로 이 사람의 그 사람에 대한

비이성적 집착임을 알게 되고,

내가 불안에 떨며 24시간을 꼬박

보낼 동안

그는 그의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좋은 잠을 잤던

그 날.



나는 그에게 어떤 권한도 없던

여자의 백 일 동안의 착각이

얼마나 이 여인을

글자의 조합과 알림 소리의

노예로 만들었는지

제 눈으로 똑바로 봤어요.



한심하다고 정의하든,

바보라고 정의하든

나는 그 시간들을 그렇게 살지 않을 수

없었고, 그렇게 살았던

서로의 시차가 나를 비로소

잠 못드는 잠과

오지 않으려는 연락을

끌어오려고 헛소리를 늘어놓아야

했던 그 백 일을

부끄럽게 만들었을 때



폰을 손에서 놓습니다.



그리고 그래도 연락해 줄거라고 기대하는

중이지만,



웃기게도


문자로 볼 꼴 안 볼 꼴을 다 본

할 말 못할 말을 다 해버린

백 일 간의 문자 창만 확인하더라도

난 그의 대답 없이도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 쯤은 알 수 있죠. 

 


다만, 알람 소리로 인해

아직도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을 뿐이에요.



나만 좋았죠. 그쵸. 

반대로 너무 이기적이었거나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면

그 사람에게 너무 미안하죠. 



how are you 라는 일반적인 안부조차

둘 중 한 사람이게는

소스라치게 소름이 끼치는 알람이 되고

good night 은 오던 잠도 깨우고

good morning 은 영원히 잠을

깨고 싶지 않게 한다는 걸

안 이후로



그리하여

눈을 보고 입을 맞추며

속삭이던 언어 코드와



영원히 만날 기약이 없는

두 영혼 사이에 끼어든

형식적인 언어 코드는

그 성질과 소용을 달리하는

방식으로



우리의 서로에 대한 애틋함은

그래도 연락이라도 하며

관계를 이어가려 했던

내 순진한 목적은

그 어른의 사랑에 어울리지 않는

순수함으로 인해

제대로 질리는 관계가 되었다는 것.




순수함이 어릴 때는

꽤 많은 사람의 관대함을

끌어들이지만

어른일 때는

꼬ㅐ 많은 사람의 질타를

끌어들인다는 것.



누구의 질타든

누구의 판단이든



그거 아냐고.




어떤 아픈 사실이

내 심장을 관통할 때면

진통제도 없는 채

고스란히 그 상처가

지나가는 순간 하나를

다 고통으로 생생하게

느껴야하는 방식으로



프로메테우스가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내어주듯

내 이야기가 씹히고 있는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나는 끔찍하게 아프다는 것.



그럼에도 우리 이야기를

기꺼이 내뱉으며 기꺼이 피눈물을 흘리는

이유가 뭐냐고?



우리가 했던 게 

사랑이라고 그 말이 하고 싶으니까.


불특정 타인에게서

우리 사랑에 대한 인정을 구걸해야 할 만큼


둘이 한 사랑이

이제 혼자 한 사랑이 되어버렸을 때

아무것도 없는 아낙네가

기댈 데는


어제 본 타인에게

헛소리를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나도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다고 


그 말을 하는 순간에는

우리 스토리가

유효한 것 같으니까. 



다들 하는 말.



we were different.



우리는 달랐다고.



어쩌면,

우리 둘이가 서로 다른 사랑을 한 건지도.

나와 그 사람이 서로 달랐는지도. 



아프다.

나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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