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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잘 잤냐고
물어볼 수 없는 이 시간들이
거짓말 같습니다.
그와의 연락을 시작으로
하루가 체크 인을 하고
그에게 잘 자라는 말을 들어야
그 날을 체크 아웃 할 수 있었던
백 일이 지났습니다.
밤 새 연락을 받지 않던
그 날, 그가 작정을 하고 나와의
연락을 끊으려고 노력한 그 날
밤 새 문자 하나라도 해 달라고
애원하는 문자를 시간마다 보내면서
저의 불안이 기인하는 곳은
바로 이 사람의 그 사람에 대한
비이성적 집착임을 알게 되고,
내가 불안에 떨며 24시간을 꼬박
보낼 동안
그는 그의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좋은 잠을 잤던
그 날.
나는 그에게 어떤 권한도 없던
여자의 백 일 동안의 착각이
얼마나 이 여인을
글자의 조합과 알림 소리의
노예로 만들었는지
제 눈으로 똑바로 봤어요.
한심하다고 정의하든,
바보라고 정의하든
나는 그 시간들을 그렇게 살지 않을 수
없었고, 그렇게 살았던
서로의 시차가 나를 비로소
잠 못드는 잠과
오지 않으려는 연락을
끌어오려고 헛소리를 늘어놓아야
했던 그 백 일을
부끄럽게 만들었을 때
폰을 손에서 놓습니다.
그리고 그래도 연락해 줄거라고 기대하는
중이지만,
웃기게도
문자로 볼 꼴 안 볼 꼴을 다 본
할 말 못할 말을 다 해버린
백 일 간의 문자 창만 확인하더라도
난 그의 대답 없이도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 쯤은 알 수 있죠.
다만, 알람 소리로 인해
아직도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을 뿐이에요.
나만 좋았죠. 그쵸.
반대로 너무 이기적이었거나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면
그 사람에게 너무 미안하죠.
how are you 라는 일반적인 안부조차
둘 중 한 사람이게는
소스라치게 소름이 끼치는 알람이 되고
good night 은 오던 잠도 깨우고
good morning 은 영원히 잠을
깨고 싶지 않게 한다는 걸
안 이후로
그리하여
눈을 보고 입을 맞추며
속삭이던 언어 코드와
영원히 만날 기약이 없는
두 영혼 사이에 끼어든
형식적인 언어 코드는
그 성질과 소용을 달리하는
방식으로
우리의 서로에 대한 애틋함은
그래도 연락이라도 하며
관계를 이어가려 했던
내 순진한 목적은
그 어른의 사랑에 어울리지 않는
순수함으로 인해
제대로 질리는 관계가 되었다는 것.
순수함이 어릴 때는
꽤 많은 사람의 관대함을
끌어들이지만
어른일 때는
꼬ㅐ 많은 사람의 질타를
끌어들인다는 것.
누구의 질타든
누구의 판단이든
그거 아냐고.
어떤 아픈 사실이
내 심장을 관통할 때면
진통제도 없는 채
고스란히 그 상처가
지나가는 순간 하나를
다 고통으로 생생하게
느껴야하는 방식으로
프로메테우스가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내어주듯
내 이야기가 씹히고 있는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나는 끔찍하게 아프다는 것.
그럼에도 우리 이야기를
기꺼이 내뱉으며 기꺼이 피눈물을 흘리는
이유가 뭐냐고?
우리가 했던 게
사랑이라고 그 말이 하고 싶으니까.
불특정 타인에게서
우리 사랑에 대한 인정을 구걸해야 할 만큼
둘이 한 사랑이
이제 혼자 한 사랑이 되어버렸을 때
아무것도 없는 아낙네가
기댈 데는
어제 본 타인에게
헛소리를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나도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다고
그 말을 하는 순간에는
우리 스토리가
유효한 것 같으니까.
다들 하는 말.
we were different.
우리는 달랐다고.
어쩌면,
우리 둘이가 서로 다른 사랑을 한 건지도.
나와 그 사람이 서로 달랐는지도.
아프다.
나만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