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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tic Eagle Nov 10. 2020

시간이 약이라고 하기엔  인간이 그동안 너무 아프다

"많이 아프실 겁니다. 그러나 처방전은 365일 뒤에 반드시 나옵니다."

문자를 안 하고 궁금해서 못 참을 것 같은

그 감정에 지배되는 것보다 견디기 버거운 시간은

내가 문자를 보냈다는 팩트에 상대한

오지 않는 문자를 기다리는,

기다리지 않는 척 하지만,

기다린다고 뇌가 쪼그라들 것만 같은 그

시간이다.



문자를 해서 씹히는 것과

문자를 하지 않은 채 씹히는 것의

공통점은 을의 입장은 어쨌든

혼자 온갖 드라마를 다 찍어야 직성이 풀리는 듯

멀쩡한 폰을 들었다 놓았다,

켰다, 껐다 하는 등,

가만히 있겠다는 폰을 괴롭히는 증상부터

시작하는 듯 보인다.



정말 팩트만 놓고 보았을 때,

상대는 어떠한 경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데,

이 쪽은 그냥, 문자 하나,

단답의 유형 넘버 1만 알림에 떠도,

흥분을 주체하지 않는다.



그 꼴을 세 달 동안 보다 보면

알게 된다.



상대에 대한 환상에 갇힌 어떠한

인간이 어디까지 너덜너덜해지고도

인간처럼 사는 듯 보일 수 있는지.


에 대한 논문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자아가 완전히 해리된 어떤 아침,

내가 이 자아를 회복할 때까지 얼마 나의

시간이 필요한 지 알 수가 없으나,

그동안, 내가 이성의 한 두 자락을 부여잡고

두 발로 기분 덜 나쁜 아침을 맞이하고,

햇빛을 증오하지 않고, 구름 낀 날을 혐오하지

않을 수 있는 어느 시점의 아침,

연락을 했을 때,

같은 감정일 수 있는 그 희박한 가능성의

시점에서 상대방이 마침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때,



그때를 타이밍으로 정의할 수나 있으면

양반이겠지만, 인생은 그렇게

내가 주인공이고자 할 때만큼은,

가장 소심한 군중이 되었다.



그리하여 내 인생이 내 인생인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그 누구의 허락이나 인정이나 기다림이랑도

교환할 수 없고, 교환해서도 안 되는

그리고 설사 그렇게 계약서를 작성한다고 한들,

효력은 변덕을 부리겠다는 심리에

이미 뿌리를 내리고 있을 때,



그리하여 어느 누구의 방해와도 무관해야 하고,

어느 누구의 방해만큼의 일시적인 축복과도 무관해야

하는 방식으로



흔들리지 않는 심지의

자신과 그 자신을 인지하는

자신이 만나는 그 순간,


그 이외의 사건들과 조작들과

일련의 감정의 줄다리기 따위는

산들바람같이 무시가 가능하다는 것.



그런데도,

기꺼이 거짓말에 설탕을 뿌려

속고 싶은 상대가 있는 것이

축복인지, 말복인지 따지기도 전에

빠져버린 상대에 대한 비이성적 관념을

사랑이라 인지하는 뇌를

어떻게 해야 재부팅할 수 있는지

그걸 아는 사람이었으면

그렇게 아프게 100일을

보내지 않았겠지.



사후 확신 편향.


이런 종류의 글도

그나마 살 만한 정신적 환경으로

입문하였기에, 쓸 수 있는 것이다.


숱한 "자기"에 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사람들의

숨겨진 전제는 그들이 결국 지금 괜찮기에

문법을 빌려서 화려한 말을 쓸 수 있고,

그렇기에 그렇게 영상에 담겨서

성공을 확신하는 듯 보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동전의 양면.


모든 모습은 그 이면, 혹은 몇 백 개의

다른 페르소나를 안고 있는 방식으로

가장 좋을 듯하게 보여야 하는 몇 개의

선택된 모습들을 진열하고 있고,

또 그렇게 해야 말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고, 또 그렇게 단순화해야

확실한 노선에 의해 감정적 교통사고가

덜 하게 흘러가는 것이고

그렇게 역사와 인간이 서로 타협하는 그

어느 지점에 우리가 2020년 을 2020년이라

인지하며 집단의식의 울타리 속에서

그래도 괜찮고, 그래도 사회적으로 안정적으로

사는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혼란이 잠식한 뇌가

잠시 휴전을 선언하는 듯 보인다.


이제 숨이 좀 쉬어지고,

옆에 있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들려야 했던 내 목소리가 들린다.



그래, 시간이 약이겠지.


그 시간 동안

피눈물 흘리고 잠들 수 없는

밤을 공황상태로 지새운 결과를

시간이 약이다.라고 시간의 공으로 돌리기에는



인간으로서

스트레스받는 상황을

견뎌야 했던 그 의식의

지진과 해일이 해집어 놓은

마음이

안전하게 쉴 곳이 없다.



집에는 집사람들이,

호텔에서는 다가오는 체크 아웃 타임이,

카페에서는 클로징 타임이,



즉 모든 utility의 사용하는 대가나,

한 사람을 사랑하는 대가나

비슷비슷한 정도로 나를 결국

안절부절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다만 사람이 아닌 가게들은

오프닝 타임과 클로징 타임이

명시되어 있어서

이 쪽에서 컨트롤할 수 있다는 팩트만이



그래도 불황인

이 사람의 공허함을

어느 정도 안정화를 하게 하는 것만

같은 오늘은




월요일이다.




한 숨 (못)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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