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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tic Eagle Nov 15. 2020

  답장 좀 해주라.

밤을 새서 그 연락을 기다릴 때가 있었다.

연결되지 않은 그 시간이 얼마나 싫은데,.

누군가의 지옥이

누군가의 천국이라면

그 완벽하게 상쇄되는 이 둘의 기운이

진실이라면

연락이 닿지 않는 곳에서 존재해야

맞는 것인지도 모르지.



그리하여 단답이라도 오면,

그 상대방에게 더 큰 문제는

단답에 덧붙여 시덥잖은 질문으로

할 말 없는 프레임에서

억지로 대화를 쥐어짜는 그

쓸데없는 노력에 또 대꾸를 언제까지

미뤄야 이 사람이

연락을 하지 말라는 말귀를

알아들을지에 대한 시험에 빠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연락. 연락 연락. 연락.

에만 그렇게 빠져있으면

알게되는 것들이 있었다.



만날 수 없는 "연락"

은 언제든 거짓말과

내용없는 말투로 떼울 수 있는

그 시차가 치는 장난의

그 이상도 이하도 될 수 없을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철저하게 연락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그

사이를 넘나들며

거짓과 진실의 구분마저

희미하게 한다는 것을.



그렇다고 만날 수 있는 사이와

어디까지 진실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수록



나는 이미 얽혀있는 이 삶을

그 사람의 연락 없이

살아야 함에 적잖이

방황 중이었다.



덴마크는 너무 멀다.



옆 방에 있던 사람이

1.7일이 걸리는 사이 플러스

양 쪽에서 2주간의 격리를 해야 하는

시간과 공간의 차이에

있기에,



커피로 정신을 차려 이해하려 할 수록

술로 정신을 흐려 이해하려 할 수록

내일만 더 비참해 질 뿐이었고,

내일이 올 수록 더 못생겨질 뿐이었다.



원형 탈모가 생긴 공간에 몇 가닥의

머리가 나기 시작한다.



연락을 억지로 안한 지 24 시간이 다가올

수록 나는 힘들다.



그쪽에서는 오랜만에 숨통 틔인 일요일을

보내고 있으렸다.



진정 사랑하는 건,

이기적으로 막 그 사람 인생

방해하지 말고



적당히 정신을 흐트릴

취미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는

방식으로 바쁜 척 좀 하라고

주위에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말했었다.



솔직히 이제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른다.



억지로 그러고 싶지도 않지만,

죽을 이유도 없기에,

진정으로 "삶"과

타협을 해야 한다.




대체 나는 뭘 할 수 있기에,

살아 있는가.



이러한 질문이 의미가 없다.



그냥 일요일을 일요일로 인지하는

어떠한 의식을 가진

여자 사람이 마스크로 걸러지는 정도의

산소를 마시며

일요일 저녁이 19시 33분을

가리키는 것을 보며



내일이 온다면

어떻게 또 연락을 안하는

쿨함을 코스프레 하기 위해

방황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으로


벌써부터 아찔하다.



그래서 제대로 사는 게

뭔데요.

그래서 철 들어 사는 게

뭔데요.

그래서 솔직도 못하고

인내하는 것의 목적은

또 뭔데요.



그리하여 안다.


글이 보장할 수 있는 현실은

와이파이가 터지고

폰 배터리가 충분해야만 하는

조건 속에서나

있다는 것을 .




이렇게 현실을 글로 외주할 수록

더 외로운 건 사실

나임에도 나는 이 글을 쓰는

바로 이 순간에서나

중력을 느끼는 갑자기

꽤 인생이 불쌍해 진



그런ㅋ


덜 울고 싶은


한 때는

누군가의 재롱둥이였던

갓난아기였던


그 쯤에 살던.



사람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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