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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tic Eagle Nov 15. 2020

why love isn't enough

연락을 하지 않아야 할 이유

1. 그의 답이 지나치게 느리다.

2. 지나치게 단답이다.

3. 지나치게 전화를 짧게 하려고 한다.

4. 결국 의미가 있으나, 없으나 문자의 내용에

중독되는 건인지, 알람 소리의 주기에

반응하는 것인지 헷갈린다.

5. 나도 안다. 일상을 매일 묻는 것만큼 지루한

건 없다는 걸.

6. 나도 지친다. 그 연락만 기다리니까.

7. 너도 지친다. 정말 진저리 날 정도로

연락을 자주하는 이전에 좋아했던

사람이 집착하는 여자로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이해해줘야 할지, 자기 인내심을

테스트 해야할 지 자기도 헷갈리겠지.

8. 그래서 연락을 안 하기 시작하면

연락을 안하고도 살겠지.

9. 나 아직도 너 좋아하고, 만날 수 있다면

만나고 싶은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말을 하며 넌지시 진심을

물어보려고 생각하는 중이다.

10. 혹시나 아직도 좋아한다는 말을 할 수도

있는 가능성과 이제, 우리 사이에 남은 게

하나도 없기에 그만 하자고 할 가능성의 기로에서

난 왜 그의 결정이 내가 그를 더 오래 사랑하고

말고의 기준이 되는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품으며,

굳이 물어볼지, 말지 계속 고민하다 알게 될 것이

하나 있었다.

11. 이럴 바에야 진작에 물었어야 했고, 정말

연락을 놓고도 잘 지낼 수 있다면 나는 그 길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12. 공황 장애가 온다. 결정 장애가 왔다.

13. 오늘 나에 대한 마음을 물어봐야 할지,

그냥 몇일 시간을 두고 두고봐야하는지

나는 모르겠어서. 항상 이맘 때 즈음 연락했는데,

연락을 해도 답을 기다려야 하고,

연락을 안 하면 연락을 안 하는 시간 동안

연락을 기다리는 지옥에 갇혔다.

14. 아니면 연락에 너무 집착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15.그는 잘 지낸다.

16.내가 상대적으로 지나치게 외롭고,

불행해졌다고 그에게 지나치게 의지해서는

안되었다.

17. 결국 나는 그에게 연락을 하면 안된다.

18. 지독하게 외로워서 매일 피눈물을 흘리더라도,

그는 그냥 내 연락에서 놓아줘야 한다.

19. 얼마나 힘들게 만났는지 알기에, 인정하기 힘든

나날들이 모여 120일이 다 되어 간다.

20.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21. 로맨틱하다고 어필하고 싶지도 않다.

22. 내가 얼마나 산산이 부서진 자아와,

주워담기도 어렵게 박살난 앞으로의

삶에 대한 희망을 담보로 날 떠날 것임을 "아는"

그 사람을 여기까지 안고 왔는데.

23. 이렇게 아픈 것보다, 나를 잊고 잘 사는

그 사람을 더 바라야 하는 것임을 알기에.

24. 나야말로 가슴 아픈 삶에 중독되었는 지도

25. 이렇게 우울하면 말이야, 뭐 맛있는 거라도

찾아 먹어서 기분을 좋게 해야하는데, 다이어트를

해야 하면, 못 먹고, 못 마시면서 누군가까지

그리워하려고 하니까, 혼자 비련의 여자, 다이어터,

백수, 연락에 집착하는 여자의 역할 등등을 다 하려고

하니까 결정 장애가 오지.

26. 죽을까. 라고 시작해서 그래도 살자, 라는 생각까지

오기도 전에 잠들 다 새벽에 깨면 온갖 명상, 잠 오는 음악

을 찾다 찾다 밤을 새면, 누가 훈장이라도 주냐고.

27. 니 몸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터전을 안 꾸리고

자꾸 못 가지는 것을 기억의 손아귀에서 쥐고 있으니까

멀쩡하게 몸이 살 수가 있나. 이 바보야.

28. 거울에 막 우는 여자가 또 나타난다.

29. 지금에서야 여유롭게 서술하지만, 막상

아직 두 가지 나라의 차원이 공존하는 삶을 살 때,

내가 초 단위로 겪어 내야 했던 그 아픈 시간들,

도 잊어지는 마당에, 아름다운 당신이 매주 방영하는

드라마의 주인공보다 더 낯설다.

30. 솔직히 나는 모르겠다. 이거 끝난거 알고,

이제 문자 하는 것도 의미 없는거 잘 알고,

그리하여 내 이성의 편에서 "아는 것"과

내 감정이 헤어나오지 못하는 늪에서

질식하는 다른 "나"를 그리하여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을 보면, 인간의 삶이 질긴만큼,

그렇게 현재 유용할 수 없는 것에 집착을 하는

시공간을 살아내기로

선택한 자도 살아는 진다는 것을 깨닫는

방식으로.

31. 그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없고,

32. 나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도 없고,

33. 나는 이미 그에게 줬는데,

34. 그는 받은 적 없기에

35. 나는 집 앞 커피숍에 덩그러니 울다 웃다

글을 쓰다, 음악을 듣다, 추웠다가 따뜻했다,

그러다 집에 가겠지.

36. 왜 사랑만으로 충분하지 않은데.

37. 왜냐고.

38. 사랑은 충분한데,

39. 사람이 살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은

따로 있으니까.

40. 나는 그를 사랑한다. 그것은 팩트다.

41. 그와 살 수 없는 맥락은 다른 존재 단위와 조건

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나는 그와 완전한

타인일 뿐일 것이다.

42. 이렇게 개념 정리를 한다고 해서 확실히

정리해 낼 수 없음이,

43. 내가 내일도 눈을 뜨는 이유이고,

44. 그리하여 결국에는 눈을 감은 어느 날 뜨지 않을

이유이며,

45. 어느 햇살 좋은 월요일 오후 1시

당신 집 앞에서 당신을 만나서 사랑에 빠진

이유이자,

46. 어느 구름 낀 날 오후 5시, 공항의 "출발"

라인에서 당신에게 등을 보이며 한국행을 선택한

이유이자,

47. 아직도 니 생각을 할 때에나

씩 웃는 그냥 그런 여자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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