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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tic Eagle Nov 16. 2020

가면증

불면증이 오래되면, 

잠이 오는 날이 불안하다. 

이제는 익숙해서 세네 시까지

잠을 자지 못해도 

뭔가 당연하다. 


이 성과에 대단히 만족한다. 



뭐 대단한 사람이 되겠다고

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이름을 널리 알리는 사람이 되고

안 되고의 문제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벨기에의 정신 분석학자 

paul verhaeghe는 성공을

가장 가까운,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는

인정이라고 했다. 



눈빛 하나로도 나를 읽어낼 수 있던

그가 나를 읽도록 모든 정보를

다 내어줘도 두렵지 않았던

그 domain of frequency에서

나는 "문제없는" 인생이

"행복에 겨운" 인생이 뭔지

시간이 너무 잘 가는 방식으로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둘 만의 

시간과 공간에서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잘 안다. 



그리고 한 번 깨진 그 영역이

얼마나 쉽게 평범해져야 하는 지도

이제 안다. 


빛나던 내 얼굴에서는 빚이 나고 있고,

공터를 보고 웃는 습관이 들어서인지

옆 사람을 주시하지 않는 습관이

생겼으니까. 



성공적인 세상이었다. 

짧았지만.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정점이

깨지는 것을 목격한 영혼은

영원히 부서진 조각을 매 순간

긁어 모아 붙여 살아야 하는 바람에

나를 똑바로 보는 사람의 눈만큼

따가운 게 없다.



즐겨 듣던 노래를 단 한 곡도

끝까지 듣지 못하고,

같이 보던 영화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서늘하고,

그 생각이 스쳐만 지나가도

올바로 서 있을 수 없고,

그러다 질끈 눈을 감고

쏟아 내야 눈물을



................




사람을 환상하는 것이겠지.

결국 내가 느끼고 생각하고 마음대로

서술할 수 있는 아바타를 

두고 있는 것이겠지. 



게을러지는 것을 멈추기 싫은 

것이겠지.

그러다 그가 지쳐서 떠나가기를

바라면서 더 슬픈 척하려고

준비하는 것이겠지.



당신이 곁에 있어서

느낄 수 있던 온도, 질량,

향기, 영혼이 그리울 새도 없이

밖은 영혼 없이 춥다.




결국 내가 "사랑"이라고 여긴 것도

"사람"으로 머물다,

"애증"으로 마무리가 된들,

사랑의 개념으로 재 승화된들,



서술하는 자의 시점에 의해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모든 마음과 주어와

목적어와 부사를 제외하고 

남는 건. 



애꿎은 과거 형이어야 하는 

"우리"라는 것임을. 



We 

Were

Beautiful. 



우리는. 

꽤.

아름다웠다고. 




이 말이 없이

그냥 마주 보고 웃기 바빴던.




어느 시점에서는

살아 숨 쉬는 게 

트라우마가 된 어떤 여인의

일기는. 



계속 이 근처를 

맴돌겠습니다. 


please do Excuse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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