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이 오래되면,
잠이 오는 날이 불안하다.
이제는 익숙해서 세네 시까지
잠을 자지 못해도
뭔가 당연하다.
이 성과에 대단히 만족한다.
뭐 대단한 사람이 되겠다고
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이름을 널리 알리는 사람이 되고
안 되고의 문제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벨기에의 정신 분석학자
paul verhaeghe는 성공을
가장 가까운,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는
인정이라고 했다.
눈빛 하나로도 나를 읽어낼 수 있던
그가 나를 읽도록 모든 정보를
다 내어줘도 두렵지 않았던
그 domain of frequency에서
나는 "문제없는" 인생이
"행복에 겨운" 인생이 뭔지
시간이 너무 잘 가는 방식으로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둘 만의
시간과 공간에서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잘 안다.
그리고 한 번 깨진 그 영역이
얼마나 쉽게 평범해져야 하는 지도
이제 안다.
빛나던 내 얼굴에서는 빚이 나고 있고,
공터를 보고 웃는 습관이 들어서인지
옆 사람을 주시하지 않는 습관이
생겼으니까.
성공적인 세상이었다.
짧았지만.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정점이
깨지는 것을 목격한 영혼은
영원히 부서진 조각을 매 순간
긁어 모아 붙여 살아야 하는 바람에
나를 똑바로 보는 사람의 눈만큼
따가운 게 없다.
즐겨 듣던 노래를 단 한 곡도
끝까지 듣지 못하고,
같이 보던 영화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서늘하고,
그 생각이 스쳐만 지나가도
올바로 서 있을 수 없고,
그러다 질끈 눈을 감고
쏟아 내야 눈물을
.
................
사람을 환상하는 것이겠지.
결국 내가 느끼고 생각하고 마음대로
서술할 수 있는 아바타를
두고 있는 것이겠지.
게을러지는 것을 멈추기 싫은
것이겠지.
그러다 그가 지쳐서 떠나가기를
바라면서 더 슬픈 척하려고
준비하는 것이겠지.
당신이 곁에 있어서
느낄 수 있던 온도, 질량,
향기, 영혼이 그리울 새도 없이
밖은 영혼 없이 춥다.
결국 내가 "사랑"이라고 여긴 것도
"사람"으로 머물다,
"애증"으로 마무리가 된들,
사랑의 개념으로 재 승화된들,
서술하는 자의 시점에 의해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모든 마음과 주어와
목적어와 부사를 제외하고
남는 건.
애꿎은 과거 형이어야 하는
"우리"라는 것임을.
We
Were
Beautiful.
우리는.
꽤.
아름다웠다고.
이 말이 없이
그냥 마주 보고 웃기 바빴던.
어느 시점에서는
살아 숨 쉬는 게
트라우마가 된 어떤 여인의
일기는.
계속 이 근처를
맴돌겠습니다.
please do Excuse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