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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tic Eagle Dec 02. 2020

제로. 섬(Island)

혼자 있고자 하면

누군가의 간섭이

생긴다.


뭔가 같이 하고자 하면

반드시 공석이

생겼다.


제로섬은

지구의 균형을 사랑하는

그 감과

다르지 않는 방식으로

나를 여기서 더 외롭게

할 수도, 덜 외롭게 하지도

않았다.


함께하고 싶지 않지만

이미 사랑하게 되어버린

것이

적잖이 당황스럽고


함께하고 싶지만

그 옆 자리만큼은

공석이 아닌

모든 비지 않은 자리가

가슴 한 켠을

켠켠하게 한다.


그물같이 걸려있는 바람에

땅에서 발을 뗄 수 없게

살아야 하는 바람에

의식의 자유와

발 맞출 수 없음과

타협해야 하는 시점에서는

잠으로의 도피가 가장

바람직했다.



잡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거리는 멀어서

잔뜩 손을

내밀었지만

닿을 수 있는 대상은

차디 찬 벽 뿐이다.


이런 서술이

얼마나 진실이든

나는 특정한

닻과 매우 멀어지는

중이었다.



가서 붙잡고

다시 나를 사랑해 달라고

하고싶은데,

이미 지나간 시간들은

나를 비웃고,



이미 어긋난 공간은

보란듯이

나를 “환경결정” 하였다.



무엇이 죽음보다

더 나은지

모르겠는 방식으로

나는 무엇을 먹을지

생각 중이었다.



저 커플들은

나에게 보란듯이

애정 행각을 하는 게

아니었음에도

내 쪽에서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일말의 따뜻함을 향한

기웃거림은

단지 겨울이

다가와서이기 바랄 뿐이다.


영하3 도 보다

그의 답변이 더 차갑다.


나의

체온으로 데워보려 해도

나에게도 그를 향한

온도가 남아있지

않을 뿐이다.


이 삶이

어찌

죽음보다 나은 것이냐고

묻고 싶은데

대화 상대가 없는 바람에

감정이 더 격해지지 않은 채

주의는 다른 곳으로 기울고 있었다.



도망가고 싶은데

아무도 잡지 않아서

나는 도망갈 수 없이

그냥 가는 중이었다.


죽고 싶은데

삶이 나를 잡지 않고 있기에

죽고 싶은 마음이

상쇄되고 말았다.


그리하여 지금 나를

살리는 건

살아있는 생명체가

오늘도 살고자 하는

순수한 생존 본능이었다.


이 본능에

인간 사회의

파워 게임,

마인드 게임,

프라이드 게임,

유치한 게임이

들어서면

죽고 싶고

하기 싫고 답답하고

마스크를 눈으로

올려 쓰고 싶다.


뭐라고 누구에게

짖어대도

나는 버스가 있어야

저렴하게

집으로 갈 수 있었다.


오지 않을 것 같은 잠이 오듯

오지 않을 것이라 착각하는 죽음도 오겠지.

태어날 생각이 없는데 태어났듯이.


내 인생이라 하기에는

지나치게 사회의 규제가 많고

니 인생이라 하기에는

어느 누구의 “니” 속에도

나의 희로애락이 들어갈 틈이 없이


2020년이

12 월로 들어섰다.



잘 지내냐고 묻고 싶던

대상은

(알 수 없음) 으로 대체되었지만,

가장 알 수 없는 건

가장 가까이 있는

오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인

방식으로


그들 또한

마스크를 써야 하는

보편성에 적용되는

나와 동일한 개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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