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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tic Eagle Dec 16. 2020

(감정) 영업 안해요

글을 쓸 때마다

글을 써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


상쇄하는 모든 감정이

내가 걷는 길과

부딪히지 말아야 하는

전봇대와

노선을 정확히 알아야 하는

버스로 치환한다.


무수한 감정이 나를

빈틈없이 슬프게 할 수 있었을 때가

그리울 정도로

슬픔으로 채울 수 없는

빈 시간과

기쁨으로도 채울 수 없는

여가 시간이

지나치게 가벼운 방식으로

버겁다.


내 입으로 내 인생을

끝내는 건 괜찮은데

남의 입으로 내 인생을

끝내려고 할 때는

지나친 자기애가 생겼다.


답장을 기다리는 만큼

그 속의 내용이 없음에

지나친 허무함을 느낀다.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방금 만난 남보다 더 낯선

사람이 되는 것을 목격하다보면

사람을 곁에 두지 않기로

결심을 하는 만큼

오가는 사람들이 반갑다.


그만큼

쓸쓸하다.



끝이 아닌데

앞이 보이지 않는다.

기억하는 모든 것을 볼 수 없다.



써야할 글이 남지 않았다.


그래서 더 진부해지는 만큼

진부하다는 단어만이

아름다운 세상을

진부하게 만든다.



에스프레소는 더 진해질 수 없고

술은 당장은 물이 될 수 없었으며

다시는 사랑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건

다시는 잠을 자지 않기로 결심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기억할 수 있음이

다시

사랑이 왔다고

처음처럼 온 만남을

내 식대로 진부하게 하는 지금



단 하나의 기억하는 현실도

당장 만질 수 있는 이 폰 같은 것

이외에는 심지어 나에게도

현실로 증명하지 않는 지금



이런 류의

생각을 하는

나라는

개체만이


나를 이런식으로 알아보는 만큼

당신이 나를 정의하던 세상이

그리워서 자꾸 연락의 문을 두드리는데

안에 사람은 있는데

문이 열리지 않고 있다.



사랑한다는 말은

사랑이란 의미를 상쇄하고

보고싶다는 말은

둘 사이의 거리만 멀게 할 때


당장 만나야 하는 사람들을

앞에 두고 가장 환하게 웃는 방식으로

지나치게 슬프게 울고 있었다.



나를 순수하게 정의하기 위해

사람들에게서

도망쳤지만

가장 도망치고 싶은 사람에게서는

도망치지 못한 방식으로

도망치는 습관이 들어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서도

일단 도망치고 말았다.



이쯤되면 혼자에게 조소를 짓고 있다.


방금 눈을 마주친 사람이

그 웃음에 지나치게 기분이 나쁜 방식으로

아마 너가 날 좋아한다고

생각한 것도

내 착각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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