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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tic Eagle Dec 19. 2020

사랑은 아는데요,  사람은 모르겠어요.

어쩌면 사람을 알겠다는

일련의 시도가

혹은 의도가

사람들의 청개구리 심리를

적나라하게 자극하는 지도

모른다.


150 일

“인간관계”는 항상 나를

불리하게 불안하게 했기에

불특정 혹은 특정한 그들로부터

분리되기 위한 작업에 성공하고

혼자 잘 지내고 있을 때


마침

항상 가장 그럴싸한 스토리가

안전하게 유혹하는 바람에

사람과 그 상황에 흠뻑 빠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 빠진 물감이

하루가 그 소용을 거듭하면서

바래지는 바람에

일단은 불면증이 사라진 기적이

생긴 방식으로


사람을 믿을 수 있는

나한테나 주어진

유통기한이 꽤 빨리 끝났다.


다시 사람의 손을 잡을 수 없어진 게

슬픈 게 아니라

살 날이 꽤 남은 것 같은데

꽤 단조롭고 꽤 진부해진

내 세상에 대한 시선이

적잖이 안타깝다:



헬스장의 덤벨만

꽉 잡는 중인 나를 보며

손에 잡을 사람을 잃고

손바닥에 물집을 잡혀가며

지키려는 게 이 사람이라는 것을 보며

한 개체가 지킬 수 있는 개체는

그 본인만으로도 벅찬 것만 같은

토요일



공원에 가족들이 한창 오후의 볕을 쬐러

나온 것과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나도 어슬렁거리고 있다.



군중 속 고독보다는

그들이 시끄럽게 채워주는

이 텅 빈 시간이

고맙다.



그 사람에게

아직도 나에게 마음이 있냐고

용기를 내어 물었다.



그의 대답은

그런 질문은 이제 우리 사이에

하는 게 아니라는 아주 이성적이고

진실한 대답이었다.


토를 달 수가 없었다.


그는 우리가 해야 하는 대화에

 conversation 이 아닌

discussion 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으로 나에게 그가 더 이상

여자가 아님을 선고했다.



매일 문자 하는 우리 사이가

궁금한 건 더 궁금한 쪽일 것이다.


모르겠다 이 사이의 정체를


그래도 멈출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가장 그럴싸한 대답은

단어의 조합이 아니라

어떤 일어나고 있는 현상과

그 현상을 인지하는 개체와

그를 반복하게 둬도 되는

상황인 방식으로


나의 모든 순간은

너를 잃고 사는 순간임과 동시에

다른 인연을 담아낼 수 있는 시간임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정신없이 잠들고 깨는 생활에

익숙해지는 중이었다.



나는 우리에 대한 글을

써야 되고

너는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것이

우리 둘의 가장 다른 점이자

공통점이었다.



서로를 잃고 살아야 하는

시간을 견디는 법에서

서로의 삶이

다시 진행되는 방식으로

그 방식의 연못에

우리가 있었다는 걸

잊지 말아요.


그러지 말자.

잊지 말자.



계속 그리워하자...


적잖이 놀랍다.

내일도 살아야 한다는 게.

한 번 본 사람,

특정한 사람을

알았다는 기억을

안고 살고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 기억의 습작은

내 마지막 날까지 계속될 것임이.



널 기억하고 살아야하는

사실이 갑자기

놀랍게 느껴지는 방식으로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분석하는 중에도

널 기억하고 있다는

팩트가

나를 정의하고 있다.




나는 박지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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