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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tic Eagle Jan 04. 2021

존재하는 순간에 대한 불필요한 고찰

Irony.

12일 전에 목 말라서 물을 사 먹었는데

지금 목 마르지 않다고 그 돈에 대한

환불을 요구할 수 없었다.


모든 순간이라 불리는 건

지금 이 글을 쓰듯

그 순간과의 독립적으로 일어나는

일로서

종속적인 인지방향에 의해

엮이는 것 같아 보이는 순간에도

일련의 사건들은 아주 독립적으로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사건과 사건

기분과 기분

감정과 감정의

인과적으로 일어나는 일은

역시 우리에게

종속적인 결과적 해석에

더 의미를 두고 싶게 했다.


어느쪽이 진실이든

그를 구분할 수록

구분되지 않는 영역의 정체를

더 잘 알게 되는

그 아이러니적 깨달음이야말로

뫼비우스의 띠와 다르지 않는

존재의 희한한 엮이지 않은 엮임에

두 손 두 발을 다 드는 그 시점

즈음에는

아주 단 것을 찾고 있었다.


지금와서 하는 말들이 무색하게

나는 갓난아이인 적이 있었고,

삶을 질문하기에 앞서

아주 치열하게 어린 시절을 버텼다.

그리고 자랐다.

머리도 자라고,

얼굴도 자라고 몸도 자라고

뼈도 자랐다.

흰 머리도 자랐고

주름도 자라는 중이다.



좋은 것들이 잊기 쉬운 만큼

나쁜 것들은 기억하기 쉬웠다.

나쁜? 을 어떻게 정의해야하는지 모르겠지만

매정어린 직접적 타인에 의해

일단은 때묻지 않았던 온전한 세상에

뭣모를 피를 흘려댄 순간들이 나쁘다는

직접적 정의일까.


이제 좀 살 것 같은 세상에 도달하면

일단은 나쁜 것들을 잊어서

더 나를 기웃거리고,

오히려 좋은 것들로 인지되는 행동이나 말들을

채움으로서 현재의 정서에서

되도록 나쁜 기억은 되새김질 하지 않는

꾸준한, 일련의, 상어가 꼬리를 흔들어대듯,

그렇게 들숨과 날숨 사이에

나쁘지 않은 것들로 의도적으로 채워넣음으로서

어쨌든 지나가는 하루에

스쳐 베는 paper cut도 허락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제 내 감정 정도는 지킬 수 있는

개념의 공간의 점선이 실선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더 사랑하지 않는다고

마음을 돌려줄 수도 없다.

그 직접적 계좌가 없어졌다.


기억이 있어서 존재를 유지하지만

기억을 할 수 있음이

삶을 꽤 복잡하게 판단하겠다는 순간에도

진실이 하나여야 한다면

그건 바로

지금  이 순간

내가 시시각각을 유용하는 방식이었다.


과거로 눈을 돌리기에는

이미 많은 것이 현재에서 반복되고 있었고,

미래는 바로 얼마나 알던것과 어느정도

현재를 타협하려는 데 있었다.


심지어 그것도

굳이 달라지지 않아도 될만하다면

어느 정도? 아니 정도껏 즐거운 마음으로

저녁을 요리할 생각이 들면

그날 저녁은 안전하게 나를 내일로

이끈다.


그를 결정하는 것 중 하나는

얼마나 평행적으로 사랑을 주고 받는

존재가 있느냐일 것이다.

이제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서

무르기에는 이미라는 단어가 무색하게도

삶이 연결되고 있었다.


비합리적인 방학을 요구하는 상대의

발언에 안된다고 할 수 있는 발언권은 이미 없었다.

이리저리 이런저런 책임감을 운운하며

잡아두고 싶지만,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그 타인의 세상은 이미 결정이 끝난 것 같다.


이미 내 삶의 뿌리가 된 것들

그러다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는 것들이

두렵다.



사랑하지만 곁에 둘 수 없는 것들이

아프다.



그러나 어떠한 전제도

내 현재의 안녕을 방해하면

그건 이미 소용의 가치를 잃어야 한다.


기다리던 연락이 없던 아침이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그렇게 무언가를 하려해도

기분이 나지 않는다.


어제는 조금 달랐다.

꽤 즐겁게 보냈다 혼자서.

기다리던 답장이 왔으니까.



언제까지 끌려다닐 수 없을 때 알았다.

그와 별개로 자기감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실컷 실망하는

고 순간에도

나의 다른 정신은

이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고독하다.

그렇지만 고독할 이유가 없다:

사람들로 넘쳐나니까.


꼭 직접적 타인이어야만 하는 그 집착만 버리면

이제 살아야 하는 세상은

사람이 없다고 외롭기는 모순인 채

특정한 사람을 그리워할 바에야

그가 있는 곳으로 일단 가서

생각할 일인 것이다.


가끔 너무 단순해서

인생이 기분이 나쁘다.



이 말을 하면서

이 말이 농담이라는 것을

알아서 다행인 월요일.



나는 기다리던 답장을 아직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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