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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tic Eagle Jan 21. 2021

내가 존재하는 궤도

학창시절을

졸업하고도

내가 입장했다가 출구하는

집단 내에서는

“아는 사람 항상성의 법칙”인지는

모르겠지만,

비슷한 얼굴들로 둘러싸여 있다.


위치를 바꾸고

위도와 경도를 바꾸어

다른 환경으로 가도

아주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는 바람에

나는 예전에 좋지 않게 더이상

만나지 않는 모든 얼굴들을

분기별로 만났다.


모두 다른 이름과

다른 전화번호와

다른 성격들을 하고 있었지만


어쩌면 변하지 않는 게

나이거나

우연히 옆에 있게 된 사람들

모습의 경우의 수는 꽤 한정적인지도

모른다.


그러한 방식으로

세상에는 80억으로 향하는

인구가 있었다.


유튜브 algorithm이

나를 놀라게 하는 경지에 이른 것도

어쩌면 비슷한 사회에 사는

인간 의식을 감동시키는 타이밍마저

아주 한정적인 경우의 수를

가지는 지도 모른다.


세상은 진화하는데

나는 돌고 도는 것 같다.

아니면 우주의 안정을 위해

행성들 사이에

궤도가 있는 것처럼

인간들, 사람들 사이에도

각자의 위치를 부여받는 방식으로

배정받은 궤도가 있는지도 모른다.


나의 상상력의 한계는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분들로부터

시작하였고, 내가 우연히 사랑하게 된 모든 것들도

필연적으로 그 분들의 역사의 줄기 이상을

벗어난 적 없는 지도 모른다.


10 여 년 동안

거주지를 바꿔가며

지내는 방식으로

나는 세상을 경험했다고 자부했지만

결국 서른의

넷 자락에서는

첫 해외로 나가기 전의

어른아기의 어쩔 줄 모름을

버린 적 없듯 기억은 복사되어

존재하지만 손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아직도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건 내 인생 전부를 놓치기 싫은

이유에서인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사람과의 contact

즉, 혼자 하는 기억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향해 추구하는 기억이 있다는

사실로 인해

존재의 일부분이

그 중력을 갖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와의 연락이 끊기는 순간

혼자 “들고”있어야 하는

기억은 쉽게 증발할테니까.


(그리하여 같은 말과

글을 혼자서 도화지에

또 쓰고 또 쓰는지도 모른다:

일말의 중력을 느끼기 위해)


계속 만나서 같은 말을 반복해도

같은 모양을 뜨개질하더라도

서로가 서로를 마주보며

서로의 목소리를 들려주겠다는

무의식적 작용은

한 개인에게

그 “전부”라는 개념을 선물한다.


그리고

한 사람을 “전부”로 규정하겠다는

것의

로맨틱한 비극은

시간이 거듭하면서

한 사람이 타인의 “사랑”이라

규정하는 무게를 견디는 것이

얼마나 부담이어야 함을

알게된다.



내 사랑은 못하더라도

지켜진 사랑을

유지할 명분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미 가득한 세상이다.


이렇게 타인들의 이야기가

들리는 만큼

희미해져가는

당신과의 나 사이의

목소리의

거리를

억지를 부려서라고

붙들고 있고 싶은데


잊고 살아지는 그

시간들이

역행하며

나에게 약간의 역함을

경험하게 하고 있었다.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을 또 만나겠지만

어느 정도의 결론을

알 것 같은 나는

내 인생 궤도의 또 다른

희생양이 되고싶지 않다.


모두에게 어떤 것이

공평하게 같은 시간에

주어지지 않는다.


그리움에 끊었던 술을 섞기

시작했다.

오지 않는 잠은

다음 날의 커피로 해결했고,

시간을 달리며

달력에 엑스표시를 하다보면

너도 잊어지겠지



이러려고

사랑한 게 아니라는

의도가 무색하게

떨어뜨려놓은 두 사람은

아메바가 스스로 분열하여 살듯

각자가 사는 환경에

적응하는 중이었다.



사랑이라고 했던가.

내가 사랑한다고 했던가 당신한테.


“우리”가 “우리”의

궤도를 벗어난 7개월 전

이미 그 말은 메아리가 되어

주인없는 우주을 공회전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I Love you, you know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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