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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tic Eagle Oct 06. 2023

생긴대로 살 권리

나라는 인간에 대한 발견

한국 지사에서


'오지 않은 짐'에 관한

정보를 줄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만 반복하시길래



에어 프랑스에 네 번

 에어 차이나에 두 번

고객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한 결과



프랑스 고객 센터 사람들도

계속 짐을 찾아달라고

우기는 외국인 전화를

내가 끊을 때까지

묵묵 부답으로

일관하는 경험을 선사했다.



차마 본인이 끊을 수는 없으니

통화비를 절약하기 위해

내가 끊어야 했다.




그리고 곧바로 다시 전화를 하면

반드시 다른 사람이 받았고

그 사람은 반드시 말이 통했다




결론은 에어 프랑스는

할 일을 다 했으니

에어 차이나에서 내 짐을

보내는 것이 맞다고 해서




다시 전화는 중국

국가 번호를 향한다.




베이징에 있지만

한국에서 내 짐을 부쳐 달라고

연락이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라길래




다시

한국 지사에 전화를 해서







..




결론은

내 짐은 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어차피 내 짐은

올 것이었으니

그동안 내 인생에 집중해서 살면

되는 건 맞겠지만,





그 구간동안

내 짐이 오지 않을까봐

느껴야 하는 심리적

경험은




그냥

나라는 사람을 사는 대가를

치르는 것이었다.

일종의.




수하물 포기 각서를

써라고 한다고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그 곳에 서명을 한

'본인'의 결정을

살아내는 대가였다.






전화를 해대는

진상 고객의 역할을 겨우 벗어났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는

내가 정답을 얻을 때까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냥

'나라는 인간'을

살아내는 과정이다.






그렇게 생각중이다.




돌아온 일상은 낯설다




일이 하기 싫어서 손에

안 잡히는 것이 아니라

감이 떨어져서

업무에 두뇌를 동기화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한 주였다.







생긴대로 살 권리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을 하거나

대충 살겠다는 말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내가 '나'라는 인간의

프레임이나

존재하는 관성과 패턴을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바꾸지는 당장 못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어떤 시점에서는.





모든 것을 바꾸고자 하면

내 목소리부터

싫어져야 하는데.




내 존재 패턴은

또 다시 내가 만나는 사람

내 가족들

나를 어떤 양식으로 행동하기를 기대하는 사람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사람들의

그것과

많이 엮여 있었다.




그들을 사실상 벗어난다고 해도

나는 그러한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존재하는 패턴

고착된 패턴을 유지하고자 하는



항상성의 원리에 의해




나는 항상

그 지점을 좇아 다닌다.




아무리 의식적으로

도망치려해도





나는 그 곳에 있다.





더 노력하지 않은 이유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내가 어느 시점에서

이 생각을 하며

일종의 합리화를 하고 있다면



이 것이 곧 내 인생에 대한

발견인 지도 모른다.





더 타협할 수 없는

어떤 지점.




물론 세월을 거듭하며

그 지점이 다소

바뀔 예정이지만,







그 편차는 크지 않을

예정이다






그냥




어느 시점에서는

내가 나의 어떤 모습을

인정을 해야

살아나갈 수 있었다.




계속 나는 그게 아닌데

그런 사람으로 나를 기대하려고 하는

그 기대가

나에게 심각한 인지부조화를

겪게 한다.





동시에

내가 감당 못할 것들만

좇고 있다.



그렇게 빠지는 에너지를

회복시키는 데 또 시간은

들어가고

돈이 들어가고

그 와중에

노화가 진행되고




나는 예전만큼

회복 탄력성이 없이





이런

가을같은 날이 도래하면





심각한

그 어떤 감정의 기류 변화를

겪어야 한다.







나는 나이다.






그냥




여기서부터

매일 시작하는 중이다.





돈은 잃더라도

본인은 잃고 싶지 않지만,




짐 하나 안 온 것으로

본인을 잃어버리는 나를 목격하다보니.





나는

필요에 의해 나를

잃어야 하는 사람인가보다





하면서




커피나 한 모금 마시며




사실상 인생에서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공간만 주어지면






살만한 지도 모른다는

말을 읊조려본다.






물론




음소거 상태로.











대체 어떤 문학 작품에서

저 읊조리다는 말을 기억에 남겼는지는

모르지만




즐겨 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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