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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tic Eagle Oct 09. 2023

내가 여기 있는데 왜 다른 데를 보십니까

왜 나는 나를 생까고 남을 바라보는 것일까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자부해도



감정 기류가 있던

순간 순간

자동 연결되어

생각나는 사람이



그래서 통화 버튼을

누르고 싶은 대상이

있다




하지만



그 녹색 버튼을

눌렀을 때

부재중인 경우의 수가

늘어나면




어떤 장면들은

그 순간에 나만이

유일한 목격자의 자격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추억은 공유할 수 없지만

순간 순간

그 순간의 거래로



현재를 공유하게 되는

존재들을 거쳐

아까도 지금이 된다




2+1 짜리 물건을

산 기분으로

오늘을 사는 중이다




퇴근하려면

먼 시간이지만


오늘은 한글날이다






혼자

아파트에서

저녁 있는

삶을 사는 듯 보인다




얼마냐고 물으면

얼마라고 대답이 나오는 것들이

내 계좌의 숫자를

줄이는 중이다




마트에서 들리는 내 목소리는

사실 목소리로 인지하는 것이

아닌 듯





무슨 말을 했는데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다만




말은 했으면서

하루종일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기억은 못미덥다




가을의

초입은



상당한 감성에 빠지게

감정에 빠지게 하는 것 같다






춥지만

왜 집엘 들어가지 않는지에

대한 생각을

한다






오랜만에 아사히를 마시며

아사히를 마실 때 함께 했던

사람들을 떠올린다






달이나 보이면



동백꽃 필 무렵을 떠올리며

청승을 떨텐데




달은 안 보이고

사람들 눈치만 보인다







그래도 아름다운 밤이다





이 말을 하기 위해

오늘을 살았는 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존재하는 구간은

함께 있어줄 사람을 좇아 다니는 구간이

아니라





항상 누군가를

쫓아다녀야 하는 관성에서

나를 데려와서




나를 챙기고 나를

보살피고

나를 발견하는

구간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래서 나는 나를 챙기고

너는 너를 챙기는 것이




인류의 평화가

유지될 수 있는

조건들 중 하나인 지도 모른다




생각하면

겁도 나고

무서운 기억들도 있지만



좋은 기억들이 그것들을

상쇄하는 듯 보인다





맞출 시선도

닿을 손길도

옆에 뛰는

심장도 없지만




그리하여 거울 속의 나를

보며 손을 맞대어

그리고 거울 속의 뛰는

심장을 만져본다




차갑다






그러나





나도




살아있는

사람이다




당분간은










나를

좀 봐달라고 나에게

소리치고 싶은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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