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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tic Eagle Oct 27. 2023

못 본 척하는 능력의 보편성

착각이 하는 착각

나이듦이

문득 아쉬운데

겉모습에 미련은

없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아이들이 그려주는

내 자화상에

이마 주름과

점들과

머리 숱의 적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



애들만큼

모든 것을 보고도

못 본 척 지나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생명체는

없는 듯 보이지만



나를 보고

가장 행복한 웃음을

짓던 아이가

그린 내 모습이

가장 충격적이었으니까..







사실

일종의 나이듦도

그런 능력을

더 보장하는 것 같다




나만 어떤 것을 보고

못본 척 지나간다고

자부하는 순간에도




막상 그

타인도 나의 모습 중

적절히 보고도 못본 척 지나가는

중이었다




나만

대단히

뭐가 많이 보이고

많은 것을 안다고

자부하는 순간에도




내가 보는 것을

남이 보지 않을 리는

없었다




때로는

타인이 나를

보지 않고 있는 부분을

가장 많이 읽혔고




집사람들이 꼭

아니라도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누구인지

알게되는 순간




그리하여

숨길 수 있는 게 과연 있기나

한가에 대한

생각을 한다




일일이 지적하는 사람도

피곤하고



보고도 못본 척하는 사람은

그런대로

해결되지 않은 긴장을

선사한다





짜증도

증오도

사랑도

좋아함도

아픔도



적당히

묻힌 얼굴에

숨은듯 보이지만



어쩌면

가장 진한 향기가

가장 슬픔을



가장 화려한

화장이

가장 공허함을




가장 밝은 웃음이

가장 절망적임을




가장 무표정이

가장 행복함을

드러내는 지도 모르는

순간에도




모든 정의는

모든 가능성의

오류를

담고 있는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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