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던 생각들이 하나 둘 씩 '임대'를 붙이기 시작한다
어제
어디에서
어떤 쓰레기를
버렸음에의
약소한 죄책감을
느끼듯
어떠한 행동에 대한
비합리적인 죄책감은
어김없이
여유있는 시공간에 찾아오지만
이내
그 기억을
좇는 건
'본인'의
'기억 회로' 설정의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이내
느끼던 죄책감이나
일련의 잘못한 '감'도
무효가 되었다.
그러나
꾸준히
시시각각 변환하는
프레임의
첫 감정으로
일련의
죄책감이
등장함은
피하기 어려웠다.
어떤 감정을
피하기 위한 전제는
'느껴야 함'이었고,
이전에는
그 '느껴야 함'에
갇혀서
몇 달을
고통에 지냈지만,
이제는
고통을 감당하는 데
있어서도 '경력'이
생겨서 그런지
절대적으로
그려려니 해야 함만
남아서
불쾌하고자 하는
내 자아의 관성과
싸우는 중인 것 같다.
속 시끄러워서
집을 나왔는데
밖은 더
시끄러웠다.
속시끄러움을
혼자 감당하기 버거울 때에는
집을 나오는 건
약간 무조건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데리고 나오면
약간의 부작용이라고는
집에 들어가기 싫음에
있었다.
물론 아무도
없는 집이지만,
유명해지는 게
목적은 아니지만
잊혀지지 않고자
노력하는 것은
유명해지고 싶음의 맥락과
다르지 않은 듯 보인다
전화 울렁증이라기 보다는
불편을 회피하고자 하는
본능에 가까웠고
'같이'의 터널을
탈출함에 성공한 자는
'같이'를 환상할 수는 있어도
다시 '같이'를 감당하는 데에는
제대로 서투른 것 같다
언제나 새로운 만남이
나도 혼자가 아닐 수 있음에의
상상에 미소짓게 하지만
새로운 '당신'이
처음으로
나를
그냥
내버려 두고
정색을 입고,
담배를 피러 보란듯이
내 시야를 벗어나는
장면이 재생되면
닫힌 문
안의 나는
익숙하지만서도
잊어야했던
기분과
함께
태우고 있는 그대의 말보로의 향기에
완전 패배한다.
또
여기구나.
나는
일상적 외면도
잘 못 견디기에
어쩌면
아무도 못 만날 지도 모르지만
매일 만나는 건
사람이었다.
매일 헤어지는 것도
사람이었다.
너도 좋아하지만
결국
나도 좋아해야 하기에
해야 하는 선택들이
때로는 그 상대의
담배를 태우고
때로는 나를 애태우는
순간에도
어떤 장면에
한 개인이
이입하는
정도에 따라
개인이
그 상황을 이해하는
정도는
달랐다.
결국
각자
살아가는 인생의
정거장에서
혼자
우두커니
서 있다.
그러면서
해 뜨는 것도 보고
해 지는 것도 보며
그렇게 세월을
본인의 한숨에 입힌다
밀려오던 생각들이
썰물을 만나는 나이에
도달한 것 같다
새로운 생각들이 입점하고
있던 생각들이
하나둘 씩
임대를 붙인다.
그러나 들어오는
생각도 거의 없고,
있던 생각은 그 효력을 잃어서
힘을 잃은
10월 말의 모기처럼
하릴없이
자취를 드러내며
머릿속을 맴돈다.
좋은 기억도
다 잊혀질까
두렵지만
가장 아픈 것을 잊기 위해서
희생해야 할 첫번째
리스트는
가장 아름다웠던 기억이라는
것을 깨닫는 중이다.
일단의 고통에서
벗어날 자격이 있기에
첫사랑을 성공적으로
잊어가지만,
비어가는
그 자리에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사람'이
아닐 수 있다는 것도
함께 이해하는 과정에서
흘려야 하는
눈물의 온도가
이 애매한 추위를
상쇄하는
토요일의 어느
즈음이다
Theo Von
이 정의한 외로움은
아무도 자기를 가지지 않음에서 온다고
했다.
'No one has me.'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는 몰라도
그 말의 느낌이
내 척추를 관통한다.
결국 우리는 Loneliness
때문이 아니라
Oneliness 에 의해
항상 느껴야 하는
고유한 '그것'을
일단은 벗어날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인간이고
그래서 외로움을
사는 재미도 느낄 수
있는 것이
인간임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