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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tic Eagle Apr 04. 2024

오해의 최소 단위

: 당신과 내가 서로에게 타인이라는 사실

결국 이해하게 되겠지만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나 아닌 다른 사람인 

것인지도 모른다.




'관계'라는 것은

'일관성에의 보장' 이지만



일시적인 거래인지

장기적인 거래인지는



시간을 

거듭해서 

서로를 겪어봐야

결정되는

유동적 개념이었고, 




한 번 깨진

시선의 연결과 



한 번 깨져 본

시공간의 기억은




그 바로 다음에 

입장하는 기억의 산물에게

많은 해결의 짐을

부여하게 되는 방식으로 




그 짐을 

결과적으로 

온전히 감당할 수 있는

나 아닌 개체는

없음은 

분명해지고 있었다. 




그리하여

내가 이고 지고 있는

짐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물론 타인을 만날 때

필요 이상의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도 있지만, 




그 전에 

이 사람 좀 살리고 

봐야 했다. 





결국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는

유일한 이유가



본인의 행복을 위해서이겠지만




그것을 빌미로

결과적으로 받을 용서이기에 

마음대로 상처를 입혀도 되는 

존재가 아닌 것이 타인이고, 



그리하여 

조심히 다뤄야 하는 것이

타인임에도 




사실상

개인이 '이고 사는' 

'이고(ego)'는



막상 

'자기 보호'라는 명목으로 

어떤 순간에는

내 손으로 무너뜨리고 싶지 않은

최소한의 자존심이 있었다. 





궁극적으로

나와의 싸움인지

타인과의 싸움인지

구분은 되지 않고, 





그냥 



이 숨쉬는 공기가

내 것이 아니라면



타인의 모든 

본인이 선택한다고 믿는

행동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관할

구역이 아님을 안다. 





그럼에도 

꾸준히 내 인생 

장면에 등장하는 

타인들을 생각한다. 




그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내 평화를 지키면서

그들과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입장하고 퇴장하는 무수한

'타인'이라는 개체가 남기는 

흔적과 

향수 냄새를

털어내며,




나 또한

누군가에게는 

그러해야 할 존재라는 것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재고한다. 



죽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오해의 향연 속에서 



어쩌면

그 오해의 최소단위가

내가 당신일 수도

당신이 나 일 수도 없는

서로에게 타인이라는 사실이기에 






가장 자연스러운

자연 현상에 가까움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손에 교통 카드를 쥐고 

어제와 같은 발걸음으로 

버스를 타러 

가던 길을 걷겠지. 




그리고 도도한 

버스 아저씨가 운전하시는

버스를 타고 



버스가 완전히 하차를 하면

일어나서 내려라는 

안내를 못 들은 척



버스 아저씨의 눈치를 보며

하차하는 문 앞에서 

내릴 순간을 기다리고



한 칸 두 칸

내려서 땅에 발을 딛고

구글맵을 알 리가 없는

목적지까지의 최장 거리로 돌아 돌아

일터로 입장하겠지. 




어제 마무리 하려다 만 

일들에 열중하며

한약인지 커피인지 

구분할 수 없는 

식은 검은 액체를 

마시며 




그날이 시작되고

퇴근 시간 

홀로 마감을 하고 나서는 

마지막 장면을 

경비 아저씨에게

목격되고 




이제는 최단거리로 

버스를 타러 가서

버스에 올라 타서 






다시 이 자리로 

오겠지. 





별일이 없다면. 







오늘은 그런 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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