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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tic Eagle Apr 06. 2024

집사람의 무게

'같이'가 창출하는 가치

혼자 있으면

'굳이' 하지 않을 일들을

'같이'라는 개념은

어김없이 하게 만든다. 



가격을 보면

분명 거품이 잔뜩인데



'누구'를 위한 '선물'이라는

개념이 머릿속에 

들어오면



가장 비싼 것을 

고르고 있는 


가장 거품이 '가득한'

물건을 고르고자 하는 

나 또한



어쩌면

거품이 가득한

인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이내,




거품이 가득한

인간이라는 말을 

취소하고자 한다. 





(나를 비난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궁극적으로는 

자기 합리화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삶의 구조에 

이미 세뇌당한 채

살고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한 생각을 하며




혼자는 

군항제를 갈 리가

없지만, 



'같이'라면

이런 시절에는 

벚꽃이 흐드러진 

장소에 기꺼이 

가서 추억을 남기겠지만, 





이 아파트 단지 주변에도 

벚꽃은 

예쁘게 피어서는




시끄러운 

홍보 소리에 

더 빨리 지고 있는 듯 

보인다. 









내 집에서의 장면을 

기억하는 '집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한다. 




나 아닌 타인에게

나의 모든 부분을

거의 다 드러낸 채

때로는 아무리 각자의 방이

있어도

의식되는 부분은

없지 않은 것 같다. 




익숙해지든,

안 익숙해지든, 




마치 나의 도플갱어같이

느껴지는 대상이 

때로는 나의 성장을 

저해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때도 있었으나, 




자신의 성장을 저해하는 건

그렇게 생각하는 본인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중이다. 




그리하여 그렇게 

성장을 한들, 




집사람이 모두 휴가를 떠난

이 시공간이 

'집'일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며, 





어쩌면 

나를 다 알고 있는 것 같지만

하나도 모르는 것도 집사람이고, 



그리하여 

나를 좀 이해해주면 좋겠지만

나보다

저 드라마의 상황을 더 

잘 이해하고자 하는 

그 마음이 

나를 섭섭하게 하는 순간에도





그 또한

그 상대방의 자유 의지였고, 




그리하여

집사람을 감동시키려 하는

작업에 지쳐서

홀로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간들, 




화장실을 가야해서

다시 나와야 하는 곳도

나의 방인 듯 보인다. 










내 삶은 그리하여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한다. 




많은 이들을 감동시키고 

싶지만, 

어느 누구도 내가 감동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품는 순간

모두 순식간에 사라져서



덩그러니 혼자 남아


요즘 너무 비싸진

치즈케이크에 

초를 하나 둘 꽂아서

불을 붙여보지만, 





고요한 곳에서의

케이크는 

거대한 초와 같이 느껴지고

케이크 또한

양초같은 맛이 날 것만 같다. 





는 내 생각이고



치즈케이크는 맛이 있고, 

아메리카노랑 잘 어울리고, 

오늘 날씨도 훌륭하고

오늘도 집 먼지만큼

내 몸에도 먼지가 쌓인 것 같지만

훌륭했던 하루였다. 






그리하여 



누군가가 칭찬한다고 내 삶이

더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맹비난을 한다고 해서 

내 삶이 이 이상으로 더 불행해지지도

않음을 기억한다. 






'같이'는 

그 개념 만으로 충분한 

가치를 가진다. 



그 개념을 성립시키기 

위해 얼마나의 거품이 

들어가도 



그 순간만큼은 

행복한 감정만 주고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얼마나의 거품이 

없더라도 






고개 들어 눈을 마주쳐서

이유없이 웃어도 

그리고 그 웃음이

당장은 같은 정도로 

가치할 수 없더라도 



감정의 사정거리 안에 

'You'라는 개념이

당분간 보장된다는 것이




이 삶에 하루 더 

한 시간 더

1년 더, 

10년을 더 

머물고 싶게 하는 

유일한 이유가 되는 건

아닌지에 대한 생각을 하며








아직도 오지 않은 답장에 대한

생각을 한다. 






그대의 '이별 인사'가

아직도 묻혀 있는

그 공항 출발게이트 번호가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음에 대한

생각을 한다.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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