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나쁜 남자 대사
기분나쁘지 않게
차가운 온도의
아침은
어린 시절
소풍날 아침에
일찍 잠을 깨는
장면을 재현하게
한다
예쁜 모양의
유부 초밥은 없지만
부스스 몸을 일으켜
커피 머신을 오프에서 온으로 바꾸고는
아메리카노에 우유 몇 방울을 탄다
그렇게 병원 갈 준비를
하는 여느 아침은
어린
시절의
그것보다는 여유롭고
설렘은 덜 한 방식으로
살기 위해 잃어야 했던
설렘에
대한
생각을 한다
아이들의 현장 체험 학습 기간인지
수업 쉬는
시간에 남은 도시락을 먹는
아이들을 멈출 계획은 없었다
다만 초밥과 도시락 안의
밥의
예쁜 데코에
마음을 뺏긴다.
하나 먹어보라고 주는 마음도
마음만 받았지만
예뻤다
모든 내가 개입하지
않는 구간에 존재하는
정성과 사랑
혹은 미움에 대한
생각을 한다
질투에
대한 생각을 한다
질투는 왜 이름이
질투인지에 대한 생각을 한다
가질 수 없는 것들
가진
적 없는 것들
가진 것들
가질
것들
없어지는 것들
나타나는 것들
소유욕이 생기는 근거에
대한 생각을
한다
사랑의 정체에 대한 생각을 한다
정제된
사랑의 의미에
대한 생각을 한다
몸 안의 통증이
주기적으로
내가 살아있는 유기체임을
인지하게
한다.
드라마 “나쁜 남자”
를 보는데
남자 주인공이 아파하자
여자 주인공이 걱정한다
남자 주인공은
익숙한 통증이라고 대사를
한다.
그 대사가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다
익숙하더라도 통증은
통증인데
그 통증을 익숙하다
여기기까지
두려웠을
그 마음이
함께 아리는 가을이다
주는 것에 습관이 되다보면
받는 것에
알레르기가 생긴다
받는 것이
익숙해지다 보면
주는 것이 굉장한 손해 같다
무뎌지는 아픔
기쁨
슬픔
설렘.
그리하여 아이들의
희로애락에
본인 삶의
의미를 투영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생각을 하며
익숙한 통증과 다시
조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