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옷은 없더라도, 우리 이걸로 충분하지 않겠냐고.
#청민의 플레이리스트
윤딴딴의 엄마랑 전화를 하다가,와 함께 들어주세요. 문득 가족에게 전화를 걸고 싶어질거예요. 가까워서 더욱 더 먼 나의 사람들에게 :)
휴가를 나와 친구와 놀고 있던 찬에게 영상통화가 왔다.
"누나. 학교 선배가 목도리 디자인해서 판매하는데, 누나 목도리 하나 사줄까?"
군대에 있으면서 엄마에게 용돈 받지 않고 군 생활을 끝내는 게 목표라던 동생이 무슨 돈이 있어서.
"얼만데?"
"15000원."
그리곤 영상통화 화면으로 진열 된 목도리를 쭉 보여준다. 누나 골라, 하고.
옆에선 찬의 친구들과 선배의 활기 띤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리본 모양의 네이비 색을 골랐다. 찬의 마음이 제법 기특해,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다 아주 오래전 유치원에서 했던 미니 달란트 시장이 떠올랐다. 나는 초코파이 하나, 바나나 1개, 낡은 아기 옷 하나를 사 왔단다. 옆집 혜진이는 원피스며 구두며, 아줌마들이 새 옷으로 넣어준 좋은 물건만 싹 쓸어 왔다는데, 나는 집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구질구질한 것들을 사 왔단다. 촌스럽게.
엄마가 속이 상해, 왜 이걸 골랐냐고 묻자 내가 그랬단다.
"아빠는 초코파이를 좋아하고, 엄마는 바나나를, 그리고 이건 찬이 옷.
우리 다 같이 하나씩 하자."
휴가 나온 찬이의 영상통화를 받고 생각했다.
찬아, 너와 내가 우리 부모님께 받은 위대한 유산은 바로 이런 것 아니겠냐고. 새 옷은 없더라도, 우린 이걸로 충분하지 않겠냐고.
찬이 복귀했다. 얘랑 저녁 한끼 같이 먹겠다고 왕복 6시간 버스를 탔다. 몸은 피곤한데, 마음은 찬과 먹었던 갈비탕만큼이나 뜨듯하다.
스물 여덟, 스물 다섯.
11월 마지막 날이었다.
2019년 9월 7일 청민의 말:
링링, 태풍이 왔습니다.
대구의 가족이 걱정되어 연락을 했는데도, 크게 걱정이 되진 않았어요.
토요일 오전, 우리 가족은 분명 늦은 오후까지 늦잠을 자고 늦은 점심을 먹으며 게으름을 피우고 있을 테니까요.
걱정되는 이 상황 속에서
내 마음이 쓰이는 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음에
감사한 날이었습니다.
태풍에 아픈 분들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무사히 지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밤엔 염려와 사랑을 담아 전화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의 글은 조금 짧습니다.
가끔 이렇게 쉬어가는 느낌으로도 오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토요일 되세요.
청민 Chung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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