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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민 Oct 11. 2020

자유롭게 떠들고 떠돌던 여름,
프랑스 아를(Arles)

#40. 언젠가부터 작은 것에 마음이 길게 머문다.


언젠가부터 작은 것에 마음이 길게 머문다.

화려하지 않은 것, 편안한 것, 작고 틈이 있는 것. 


매일 새롭게 생성되는 콘텐츠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구독하는 일상에서, 가끔 도망가고 싶을 때가 있다. 조용하고 소박한 곳으로. 인스타그램 알람이 울리지 않고, 뉴스레터가 메일로 오지 않는. 그러니까 아무것도 구독하지 않아도 되는 좁은 골목으로. 


그럴 때 나는 프랑스 아를의 골목길을 떠올려 본다. 조용하고 작고 투박해서, 오래 아름답게 기억되는 골목. 좁은 골목 사이사이에 스며드는 오렌지 빛을 맞으며 느리게 걷던 기억을 다시 걸어본다. 바람마저 골목을 산책하는 것 같던, 따스하고 정다운 골목을.


아를은 반 고흐가 사랑했던 도시라고 한다. 도시 곳곳에서 그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나와 같이 도시를 찾은 여행객들도 조용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의 행적을 따른다. 고흐의 흔적이 남은 공간 앞에 서서 오래 건물을 살핀다. 한 사람은 하나의 도시가 되기도 한다. 아를의 좁은 골목을 느지막이 걸으며 그의 마음이 아를에 오래 머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따듯한 햇살이 흐르는 남프랑스. 작고 소소한 도시, 아를. 출근을 앞둔 일요일 밤, 불 꺼진 침대에 앉아 그날의 기억을 꺼내 본다. 화려하지 않고 편안한 빛이 흘러서, 그 틈으로 들어가 오래된 기억을 잠시 산책한다. 마스크 없이 누군가의 기억을 걷던 여름과 자유롭게 웃고 떠들며 떠돌던 날들을 잠시 그리워하는 밤. 조금은 쓸쓸하지만 좋았던 기억으로 오늘을 마무리해본다.




바람도 산책하던 도시, 아를(2018년)

/일곱 장의 순간


1. 오렌지 빛 햇살이 스며든 아를의 골목.



2. 골목 끄트머리에 그려진 그림. 마치 바람이 손을 흔드는 것 같다.



3. 아를에 남아있는 로마시대 유적. 원형 경기장. 매년 4월 9월에는 투우 경기가 열린다는데, 축제 같은 아를의 모습도 궁금하다.


3. 생 트로핌 (saint-trophime) 대성당. ‘최후의 심판’ 조각을 볼 수 있다. 



4. 대성당 건너편엔 시청사가 있고, 골목의 모서리엔 유명한 젤라또 집이 있다. 처음 먹어보는 라벤다 맛 젤라또. 익숙한 쑥떡 맛이 났다. 라벤다라 쓰고 쑥떡 맛이 나도, 기분 좋던 길.



5. ‘밤의 카페테라스(The Night Cafe in Arles)’의 풍경이 된 반 고흐 카페. 지금은 여행을 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여행 때는 몰랐는데, 카페 주변에는 피카소, 장 콕토 등이 자주 묵었던 낡은 호텔이 있다고 한다.(출처: 여성조선)



6. 붉은 지붕이 옹기종이 모여있는 아를. 남프랑스의 햇살은 유난히 다정하고 따듯하다.


7.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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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민│淸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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