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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민 Oct 31. 2020

마포구의 작지만 단단한 가게들

#56. 지난주 방문한 매력적인 공간들

우연히 마주했지만, 쉽게 마음이 빼앗기는 공간들이 있다. 자신만의 색을 분명히 가진 공간들을 방문할 때 특히 반갑다. 지난주에 방문했던 공간들도 그랬다. 작지만 단단하고 자신의 장점을 분명히 알아서, 그 자신감 넘침이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공간들. 마포구엔 작지만 묵직한 가게들이 많고, 그들의 공간을 방문하면 꼭 하나씩 배우고 돌아온다. 공간이 주는 힘은 언제나 크다.



첫 번째 가게 │ kafe tone @kafe.tone


마포구청역 근처, 성산동 골목에 숨어 있는 카페. 우연히 방문했다가 조용하고 정갈한 느낌이 좋아 찾게 되는 곳이다. 함께 있는 사람과 ‘대화’에 집중하고 싶을 때 가는 카페이기도 하다. 노트북을 사용할 수 없는 공간이라 그런가, 책 읽는 사람들을 많이 마주치는 편이다.


골목에 있지만 햇빛이 잘 들어오는 카페다. 큰 창으로 빛이 사선으로 쏟아진다. 블라인드를 이용해 빛을 조절하는데, 그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공간을 풍성하게 채운다. 밖에서 보아도 안에서 보아도 공간이 아름답다. 커피도 베이커리도 작품을 보는 것처럼 정갈한 곳. 아름다움에 반해 핸드드립용으로 원두를 구입해 왔다.






두 번째 가게 │ 작은 연필 가게, 흑심 @blackheart_pencil


연필을 위한 연필만의 공간. 넓지만 얕은 시야를 가진 내게, 한 가지를 깊게 좋아하는 이의 시선은 언제나 부럽다. 여기선 다양한 회사의 연필을 사용해보고 구입할 수 있는데, 나는 DIXON의 7mm 흑심이 좋아 두 개나 구입했다. 7mm의 연필은 보통 손에 힘이 없어 글씨를 연하게 쓰는 이들을 위한 연필이라고 하는데, 나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을 때 밑줄을 긋는 용으로 구입했다. 지하철에선 아무래도 책상에 앉아있을 때처럼 손에 힘을 쥘 수 없기에, 조금만 힘을 주어도 잘 쓰이는 연필이 필요했으므로.


구입하며 연필에 대한 짧은 설명을 해주셨는데, 내가 구입한 DIXON adroit 310 연필은 이제 단종이 되었고(1960년대 생산), 다른 beginners 308 연필은(1980년대 생산) 아직까지도 생산되는 연필이라고 한다. 이제는 내 것이 되는 연필에 대한 역사를 듣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소중한 것이 손에 들어온 기분이다. 굉장히 작은 부분이지만, 친절한 설명 덕분에 연필이라는 물건을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친구에게 특별함을 담은 연필 세트를 구입해 왔다. 연필에 각인까지 해서. 내가 느낀 특별함을 소중한 이에게 선물하고 싶어서.





세 번째 가게 │블루스 하우스 @blueshouse_1990


1990년 홍대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2020년 5월 망원으로 보금자리를 변경한 곳이라고 한다.(블루스 하우스 인스타 참조). 망원에 거의 매 주말마다 가는데, 어쩐지 처음 보는 곳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몽골 친구들과 어디를 갈까 하다가 눈에 띄어 가게 된 곳. 밖에서 바라보았을 땐 잔잔하고 조용한 곳이겠거니 했는데, 들어가 보니 웬걸. 벽장을 빼곡히 채운 CD와 LP들. 노래가 끊이지 않도록 틀어주시는 사장님의 아우라가 멋있다. 즉석에서 신청곡을 적어 드리면, CD를 찾아 틀어주신다. 선곡이 다 좋다. 듣기만 해도 어깨가 들썩이는 곳이다.




땡스북스


툭, 마음이 가는 공간들이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한 멋진 곳을 저장해 두고 찾아가는 호기심이 아니라, 그냥 길을 걷다 끌려서 가게 되는 곳들. 새로 생겨서, 유명한 사람이 소개해서가 아니라, 정말 마음이 동해서 또는 우연한 발걸음으로 찾게 되는 곳들.


마포구엔 그런 공간이 많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이 살고 있다. 좋아하는 이들과 가는 매력적인 공간들. 우리는 신기한 공간들 속에서 대화하고 느끼고 새롭게 서로를 발견하기도 한다.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공간들처럼 나도 작지만 단단하게 자라야지, 공간들 속에서 생각한다.


지난주에 방문한 공간들. 앞으로도 공간들을 자주 기록해봐야지. 







* 100일 매일 쓰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해당 원고는 초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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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민│淸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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