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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민 Nov 12. 2020

포근한 공간, 따듯한 한 잔

지난주 방문한 매력적인 공간들(3)

포근한 공간에서 마시는 따듯한 한 잔. 작지만 요즘 나의 주말을 행복하게 하는 시간이다. 마치 지난 일주일 동안 뭉쳤던 마음을 부드럽게 스트레칭을 하는 기분이다. 건강한 삶을 위해선 몸도 마음도 유연해야 할 터.


주말의 늦잠도 좋고, 따듯한 이불속에서 뒹굴뒹굴하며 밀린 넷플릭스를 보는 것도 좋지만, 가고 싶었던 카페를 슥 다녀오면 또 다른 모양으로 마음이 환기된다. 평일에 가보고 싶었던 공간에서 따듯한 음료 한 잔. 그리고 읽고 싶었던 책 한 권까지. 지난주에 마음을 녹인 공간들을 소개한다.


첫 번째 공간│ 망원동 티노마드 @t.nomad_kr


망원동에 새로운 찻집이 생겼다. 자주 다니던 거리에 있다는데, 2층에 있어 눈에 잘 띄지 않았구나. 건물을 돌아 조금은 어두운 계단을 올라가면, 망원동에 이런 곳이 숨어 있었구나 싶은 공간을 마주한다.

티노마드는 디자인과 공예 작업을 하는 '노마드 아트 앤 크래프트'가 차(tea)라는 키워드로 기획한 공간이라고 한다.  노마드(유목민)의 마음으로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는 공간. 그 마음이 도착하자마자 내어주는 웰컴 티에 담겨있는 듯했다. 수많은 공간에 갔지만 웰컴 티를 내어주는 곳은 없었는데. 대추를 좋아하지 않지만, 내어준 대추차가 달달하니 향긋하고 맛있었다. '방문해주어 고맙고, 오느라 수고했어요'하는 작은 마음이 담겨있는 것 같아 마음이 일었다.

생화를 베이스로 블랜딩 한 따듯한 노마드 차를 주문했다. 향긋한 꽃차 한 잔을 마시니 온 몸에 따스한 온기가 돌았다. 차와 함께 내어주시는 간식을 먹으며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을 읽었다. 넷플릭스의 시대에 '책을 권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문장 하나하나에 공감이 피었다. 고민의 닮은 지점 덕분에 동료와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눈 기분이랄까.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노래와 포근하고 달큰했던 차. 다음엔 친한 이와 함께 방문해 차를 나눠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싶다.



두 번째 공간│ 을지로 적당 @jeokdang_


요즘은 짙은 나무 색으로 꾸린 공간에 마음이 간다. 겨울이 다가와서 그건 걸까. 묵직하고 어두운 나무 결에 발걸음이 움직인다. 적당은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동그란 아치형으로 되어있는 모습에 반해, 주말에 꼭 가보아야지 했던 곳. 을지로 아크 앤 북과 가까워, 책 구경도 할 겸 방문하면 좋겠다 싶었다.

짙은 나무 아치는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 입체감이 뛰어났다. 입구에서 문을 열면 겹겹이 보이는 원형의 천장이 마치 켭켭이 쌓인 나무 테 같기도 했다. 그 사이에 동그랗게 떨어진 조명이 신기하다. 공간을 살펴보니 큰 네모난 공간을 세 등분으로 나누었는데, 가운데 짙은 아치형을 중심으로 양쪽의 공간은 상대적으로 산뜻하다. 덕분에 가운데의 공간이 더 부각되어 보였다. 처음엔 아무것도 없는 네모난 공간이었을 텐데. 공간을 머릿속에 그리고 상상해서 실현시키는 이들의 재능은 빛난다. 빈 스케치북에 아름다움을 수놓는 사람들과 닮은 듯하다.

수제 팥양갱과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적당한 단맛과 적당한 쓴맛.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에 평온을 느낀다. 오늘의 책은 '이토록 보통의 시즌 2'. 다음 웹툰에서 연재했던 캐롯 작가님의 만화가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조금 늦었지만 꺼내본 책. 사람과 사랑 그리고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는데, 마음에 잔잔한 물결이 툭툭 발길을 치는 기분이다.



세 번째 공간│ 성산동 프렌 @cafe.fren


지난여름, 성산동의 작은 골목 귀퉁이에 생긴 귀여운 카페. 유리 창이 시원하게 열린 창가에 앉아, 다보와 커피에 귀여운 파운드 두 개를 주문했다. 단 맛을 즐기지 않은 다보도 맛있다고 했던 파운드. 공간을 닮아서 일까, 맛에도 다정함이 묻어 있다.

창밖으로 지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주말의 오후를 맘껏 지루해 한 시간. 각자 나란히 앉아서 무언가를 읽는 시간. 조금 읽다가 서로의 팔꿈치를 툭툭 치는 시간. 문 밖에서 들려오는 동네의 소리에 마음까지 편안해진다. 앉아 있는 한 시간 남짓에도, 동네 사람들이 커피를 주문하러 들린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는 아주머니, 라테 두 잔을 포장한 청년, 추리닝을 입고 슬리퍼를 끌고 온 사람까지. 친절한 사장님 목소리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던 곳.

시골집에 앉아 있는 다정하고 따듯한 기분으로 찾게 되는 카페. 어렸을 적 할머니 집 대청마루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드는 건, 공간이 주는 따스함 때문일까. 달지 않아 담백한 파운드와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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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민│淸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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