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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민 Aug 08. 2021

그날부터 퇴근 후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퇴근 후 자전거│ written by 루비

퇴근 후 자전거│ written by 루비

신입은 뭐가 그렇게
다 어려운 걸까. 


퇴근 후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오는 길. 머릿속은 언제나 복잡다. 오늘 할 일 다 못 끝냈는데 퇴근해도 될까? 아까 회의 시간엔 왜 말끝을 흐렸을까? 지금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땐 다 어렵기만 했다. 불안이 커서 옆에서 잘한다고 하는 응원도 보이지 않았다. 처음이라 잘 모르고 어설픈 게 당연한 건데, 작은 것에 흔들흔들 휘청거렸다. 


신입 사원.


사회에 갓 떨어진 나는 스스로를 자주 아가미 없는 물고기 같다고 생각했다. 회사에 있으면 그렇게 숨이 찼다. 다른 사람들은 자유롭게 업무 속에서 유영하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렇게 숨이 차지? 아이디어를 내야 할 때도, 가벼운 표지 의견을 낼 때도, 보고를 할 때도 휘청휘청. 스스로 부족하다는 갈증은 나를 자꾸 다그치곤 했다. 


그러니 퇴근을 했는데도 퇴근을 했을 리가. 집에 돌아가면 침대에만 누워 있었다. 밥 먹는 것도 귀찮고 씻기도 귀찮고.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만 봤는데 벌써 밤 10시라니! 한 것도 없이 하루가 끝났다는 허탈감에 침대에 누워 훌쩍이는 날도 많았다. 짠맛만 가득히 반복되던 날들. 


이렇게는 힘들어서 못 살겠다, 하루는 퇴근하다 생각했다. 일을 그만두든지 이 감정을 몰아세우든지 해야지. 스물아홉 뒤늦게 시작한 사회생활을 그만둘 순 없으니, 매일 헐떡이는 조급함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했다. 회사 앞 횡단보도 사거리, 신호를 기다리다가 번뜩이듯 호수공원 앞 공유 자전거를 떠올렸다. 그래, 자전거나 타야지. 몸이 지치면 빨리 잠들기라도 할 거야! 그날 나는 처음으로 퇴근 후 집 말고 호수공원을 향했다.



그날부터
퇴근 후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생뚱맞은 시작이었지만, 포기가 빠른 내가 일주일에 두세 번은 꾸준히 자전거를 탔다. 한동안 공유 자전거를 타다가, 코로나로 재난지원금을 받고는 내 자전거를 샀다. 하루아침에 신입의 조급함이 사라지진 않을 테고, 그럼 나는 앞으로도 자전거를 꾸준히 탈 테니까. 자전거 가게 구석에 있는 까맣고 반으로 똑 접히는 미니벨로를 홀랑 사왔다. 바퀴가 작아 다른 자전거보다 페달을 더 많이 밟아야겠지만, 나는 그게 꼭 나 같아서 괜히 마음이 갔다. 


미니벨로를 타고 퇴근 후 부지런히 발을 굴렀다. 가슴에 쌓여 넘칠 듯 철렁이던 불안함이 페달을 밟을수록 조금씩 잔잔해졌다. 달리면서도 여전히 속은 시끄럽게 떠들었지만, 공원을 한 바퀴 두 바퀴 달리다 보면 소리가 자연스레 수그러들었다. 발로는 성실히 페달을 밟고, 손으로는 흔들흔들 균형을 잡으면서 나는 달렸다. 


자전거는 페달을 굴리면 딱 그만큼만 나간다.(언덕이 크게 없는 공원에서는 그렇다.) 운이 좋다고 한걸음에 아주 멀리 뻗지 못하고, 더 멀리 갈 수 있는 나를 굳이 깎아내리지도 않는다. 퇴근 후 자전거를 탈 때면 나는 이만큼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또 멈출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온전히 내 힘으로 차근차근 달리다 보면, 어느새 호수 한 바퀴를 완주했다. 한 바퀴를 다 돌았다는 작은 성취는 어설픈 신입사원을 다독이곤 했다. 


괜찮아, 나도 흔들리지만

앞으로 잘 가고 있을 거야.


매일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던지지만 어떻게든 곧게 뻗어 나가는 이 자전거처럼, 흔들흔들 균형을 맞추고 부지런히 발을 굴리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거야. 느리지만 차근차근 단단하게 호수를 달리고 있는 걸지도 몰라.


퇴근 후 자전거.

매일이 어려웠던 신입사원은 자전거를 타며 하루를 맺는 연습을 했다.






퇴근 후, 
호수 공원에서 만난 풍경들



풍경 하나.

호수 반 바퀴를 돌고 나면 보이는 풍경. 저 건물들 속에 있을 땐 답답하기만 했는데, 멀리서 보니 미래도시 풍경 같아서 좀 멋져 보이네!





풍경 둘.

호수 공원에 이렇게 벚꽃이 많이 피는지 몰랐다. 늘 달리는 데만 집중해서일까? 새삼 매일 오는 공원이 새롭게 느껴졌다.





풍경 셋.

초록이 아름다워지는 걸 보니, 여름이 성큼 다가오고 있나보다.





풍경 넷.

가장 좋아하는 풍경. 석양이 호수의 결 위로 반짝반짝 빛난다. 해가 지는 시간엔 멍하니 호수를 바라보거나 사진을 찍는다. 아름다운 걸 보면 간직하고 싶어져.





풍경 다섯.

퇴근 후 자전거, 앞으로도 오래오래 잘 부탁해.



그날부터 퇴근 후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by. 루비




퇴근 후 자전거

직장인 셀린과 루비의 사이드 프로젝트. 두 직장인이 퇴근 후 자전거를 타며 발견한 장면을 번갈아 가며 기록합니다. 늦봄부터 한여름까지 이메일로 총 12회 연재합니다.(6.10 - 8.26)


퇴근 후 자전거 발행인

따릉이로 한강을 달리는 셀린 @bluebyj

미니벨로 라이더 루비(청민 부캐) @w.chungmin





* 루비는 청민의 일하는 부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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