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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민 Oct 28. 2021

나의 자전거 물건들을 소개합니다.

퇴근 후 자전거│ written by 루비

퇴근 후 자전거│ written by 루비퇴근 후 자전거│ written by 루비

네 물건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꼭 너를 알 것도 같아. 


비슷한 말을 사실 어디서든 많이 들었다. 물건에는 그 사람의 취향이 담겨 있다는 말, 그래서 물건을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것도 같다는 말.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취향은 아닌데 돈이 아까워서 마르고 닳도록 가지고 다니는 물건이 있고, 엄마한테 얻은 물건도 있고, 또 갑자기 벌어진 사고처럼 충동적으로 산 물건도 있을 테고, 정말 내 맘에 쏙 들어서 가지고 다니는 물건도 있겠다. 하지만 이 모든 것도 내 선택의 결과니까 다 나라고 해야 하나? 에잇, 그건 또 모르겠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하는 건 퇴근 후 자전거 타기. 매일 가지고 다니는 물건은 자전거와 헬멧, 장갑. 그리고 달리다가 어디서든 앉을 수 있는 작은 캠핑용 의자와 테이블, 텀블러. 자전거는 접어서 책상 아래에 두고 물건은 가방에 넣어 둔다지만, 헬멧은 늘 둘 곳이 애매해서 책상에 올려 두었다. 색상도 모양도 칙칙한 사무실에서 톡톡 튀어선, 책상 아래 자전거가 있는지도 모르는 다른 팀 사람들의 이목을 굳이 끌었다.

 

- 어, 루비님. 헬멧.. (자전거를 발견하고) 자전거 타고 왔어요? 자전거 좋아해요?

- 네, 좋아해요. (잠시 망설이고는) 매일 타요. 


사회생활을 하면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의문이 문득문득 그리고 끊임없이 든다. 사회생활 3년 차인데도 여전히 작은 두려움에 마음이 비실비실할 때가 있다. 누군가에겐 굳이 회사에 자전거를 가지고 오는 내가 유난스러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서로를 잘 모르고 서로가 가진 물건들과 표정, 가끔 마주치는 모습으로 서로를 이해하니까. (어쩌면 이 기분도 내 두려움에서 시작된 거겠지만) 


그래도 뭐, 어쩔 수 있나.

나는 자전거를 좋아하는데!


작은 두려움이 나를 덮칠 때마다, 책상 위에 유난히 돋보이는 헬멧을 보며 생각한다. 그냥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좋아하는 것을 가까이에 두어야지. 작은 주먹처럼 치고 들어오는 물결 같은 감정들이 한 번 휩쓸고 지나가면 결국 이렇게 다짐하고 만다. 그러니까 좋아하는 것들을 가까이에 두어야지! 마치 명랑만화 한 장면처럼, 누구의 시선도 신경쓰지 않는 말괄량이처럼!





그래서 루비가 매일 가지고 다니는

자전거 물건들을 소개합니다!


물건 하나. 따우전드 헬멧                


자전거를 타도 헬멧을 쓰기 싫을 때가 있다. 예쁘지 않아서. 울퉁불퉁한 모양에 일상복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서. 그러다 따우전드 헬멧을 만났다. 동그란 모양의 귀여운 어반 헬맷. 일상복과도 찰떡같이 잘 어울리고, 무엇보다 헬멧을 썼을 때 촌스럽지 않아서 좋았다.


미국에선 매년 자전거 사고로 1,000명이 생명을 잃는다고 한다. '1,000명의 생명을 구하자'는 다짐에서 따우전드는 시작되었다고. 사람들이 자주 손이 가도록 트렌디하게 디자인하고, 휴대가 어렵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 헬멧 뒤쪽에 구멍을 내 자전거 열쇠에 걸어 보관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사실 쓰다 보니 한여름엔 좀 덥다는 단점이 있지만, 예쁘니까 괜찮다. 테라코타 색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달리지 않아도 좋아하는 색을 쓰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니까.






물건 둘데카트론 장갑                


자전거를 다시 타기로 마음먹고는 가장 먼저 데카트론에 갔다. 주변 사람들은 다 아는 나의 데카트론 사랑. 내 손에 딱 맞는 검정 장갑을 샀다. 아무래도 자전거를 접었다 폈다 해야 하기에, 장갑은 필수품이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에 목차가 있다면 그건 데카트론이 아닐까. 처음 데카트론에 갔을 때의 신선한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언제나 아웃도어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지만 늘 시작이 쉽지 않았다. 집에서 스트레칭할 때 입을 레깅스를 사려다가도 비싼 금액에 쉽게 포기하곤 했으니까.


데카트론은 가성비가 뛰어나다. 처음 운동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쉽게 장비를 사고 도전할 수 있도록 부담을 덜어준다. 또 판매하는 스포츠 용품의 종류도 매우 많다. 승마, 스노클링, 자전거, 스케이드 보드, 필라테스, 농구... 셀 수 없이 많은 스포츠 용품들이 한 곳에 다 모여있다. 나처럼 스포츠를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데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딱 좋은 브랜드.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른다면 우선 가서 구경하기를 권한다.


무엇이든 시작하면 반이라는데, 그 출발을 열렬하게 응원해주는 곳처럼 느껴지는 곳. 주변 사람들에게도 데카트론을 소문내고 다니는데, 여기서도 이렇게 소개할 줄이야. 여러분, 운동 좋아하시면 꼭 데카트론 가보세요!



물건 셋캠핑용 의자와 테이블                


적어도 계절에 두 번 이상은 캠핑을 다니려고 노력한다. 자연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을 때의 평온이란... 하지만 자동차가 없는 내가 캠핑을 떠나려면 아주 큰 마음을 먹어야 한다. 마음은 굴뚝 같지만 자주 가지 못해 늘 아쉬움만 남는 캠핑. 그래서 자전거를 타러 나갈 때면 꼭 캠핑용 의자와 작은 테이블을 챙겨 다닌다.


백패킹용 의자와 테이블이라, 중량이 가볍고 컴팩트하게 접혀 가방에 쏙 들어간다. 내가 쓰는 헬리녹스 체어원은 0.89kg으로 케이스 무게까지 더해도 1kg이고, 작은 베른 테이블은 230g이다. 비록 캠핑용 의자라 오래 앉아 있기 불편하지만, 약간의 불편함이 있는 대신 언제든 쉽게 떠날 수 있는 가벼움을 가졌다. 목받이가 있는 의자나 예쁜 우드 테이블을 샀다면 이렇게 자주 밖으로 떠날 수 없었을 테지. 무거워서 가장 먼저 포기했을 테니까.






물건 넷. 도시락과 텀블러                


퇴근 후 자전거를 타고 공원에서 저녁을 먹는 편이다. 회사 건물 1층 떡볶이집에서 주로 포장을 하는데, 일회용품을 쓰지 않으려고 늘 다회용 용기와 텀블러를 가지고 다닌다. 혹시라도 가방에서 국물이 흐를까, 귀여운 키니버니포니 파우치에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여러분, 저의 귀여운 도시락 가방 좀 봐주세요!)


뜨끈한 도시락을 담은 가방을 메고 자전거를 한참 타다가, 호수공원 귀퉁이의 좋아하는 자리에 앉아 포장한 음식을 먹는다. 저 멀리 지는 해와 산책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떡볶이 국물까지 후루룩. 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집으로 돌아간다. 아, 물론 여기에 내가 있었는지도 모르게 싹 정돈하고서. LNT(Leave No Trace. 야외활동 시 나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뜻)를 실천해야 오래도록 내가 좋아하는 이 풍경을 즐길 수 있을 테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해, 루비의 물건들!






퇴근 후 자전거

직장인 셀린과 루비의 사이드 프로젝트. 두 직장인이 퇴근 후 자전거를 타며 발견한 장면을 번갈아 가며 기록합니다. 늦봄부터 한여름까지 이메일로 총 12회 연재합니다.(6.10 - 8.26)


퇴근 후 자전거 발행인

따릉이로 한강을 달리는 셀린 @bluebyj

브롬톤 라이더 루비(청민 부캐) @w.chung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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