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걸린 아이스크림

by 낭만피셔

일본의 어느 거리였다. 낯선 간판들이 빼곡하고 좁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얽혀 있는 곳. 마치 옛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현실과는 동떨어진 풍경이었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분의 친구들과 나의 지인들이 뒤섞인 기묘하고도 어색한 조합이었다. 현실에서는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인물들. 과거 우리 결혼식에서 한 번 모인 적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나는 이 사람들과 함께 여행 중이었다. 목적도 없이 발길 닿는 대로 길을 걷고 있었다.


우리는 어떤 식당의 창가에 앉아 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거리의 풍경이 그대로 보였다. 창밖에서는 기이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목도리처럼 긴 하얀 띠 모양의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는데 몇몇 사람들은 이걸 아예 목에 두르고 다녔다. 갓 잡은 물고기를 목에 두른 어부들처럼 그 아이스크림을 자랑스럽게 걸치고 있었다. 꿈이기에 가능한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꿈속의 우리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아이스크림을 사려는 사람들의 행렬은 점점 길어졌다. 시간이 지나자 그 줄은 살아있는 뱀처럼 구불구불 이어졌다. 우리는 그 신기한 모습에 매료되어 창가에 얼굴을 붙이고 한참을 구경했다. 그들의 표정에는 즐거움과 만족감이 가득했다.


식당을 나와 다른 곳으로 향하는 길에도 아이스크림 행렬은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거리 곳곳에 길고 흰 아이스크림을 목에 두른 사람들이 보였다. 길을 걷는 우리 사이에서도 '저걸 사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속삭임들이 오고 가기 시작했다. 나도 저 아이스크림을 먹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바로 그때, 주변의 소음과 웅성거림을 뚫고 아주 선명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내 귓속으로 곧장 파고 들었다. 마치 귀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러지 말고 오빠가 좀 사와"


그분의 목소리였다. 너무나도 생생해서 꿈과 현실의 무너져 내리면서 동시에 울리는 소리 같았다. 그 목소리가 주는 충격은 꿈의 모든 요소를 현실처럼 생생하게 만들었다. 특유의 말투, 어조, 심지어 그 속에 담긴 장난기까지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소리를 명확하게 인식하는 순간, 나는 꿈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왔다. 눈을 뜨자 방 안은 고요했고 이제 막 아침이 오고 있었다. 어둠은 서서히 물러가고 있었다. 귀에는 여전히 꿈의 잔상이 짙게 남아 있었다. 방금 들었던 목소리가 이명처럼 맴돌았다. 나는 눈을 감고 이 목소리가 현실에서 들린 것인지 아니면 생생한 환상이었는지 가만히 생각했다. 눈을 뜨니 그분은 없었다. 나의 현실은 여전히 교요함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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