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좌표

by 낭만피셔

한 사람의 사진첩은, 그 사람의 시선이 머물렀던 곳을 보여주는 오래된 지도와 같다. 지나온 시간의 흔적과 감정의 경로가 촘촘히 새겨진 기록. 오늘 새로 받아 든 필름 사진 묶음을 넘겨보면서, 나는 내 지도의 행선지가 어디인지 너무나 명확하게 깨달았다. 이번에 인화된 사진들은 온통 아기의 모습뿐이었다. 이제 나의 세계가 이 작은 존재를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되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지금의 나는 예전과는 전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돌이켜보면, 예전 내 사진첩 속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인물 사진보다는 풍경이나 사물을 담은 사진이 대부분이었다. 사람에게 다가가 렌즈를 들이대는 과정이 서툴고 어색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타인의 모습을 함부로 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고, 그래서 고요한 풍경이나 말이 없는 사물을 찍는 편이 훨씬 더 마음 편했다. 그래서 나의 과거 기록들은, 사람의 온기보다는 고요한 사물과 말이 없는 풍경들로 채워져 있다. 나라는 사람이 타인과의 교류보다는 고독하고 정적인 것에 더 이끌렸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의 프레임 안으로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자석에 이끌린 듯, 이제는 카메라를 들면 별다른 의식 없이 자연스럽게 아이의 움직임을 쫓는다. 잠에서 막 깨어난 부스스한 얼굴, 무언가에 몰두하며 앙증맞게 움직이는 동그란 뒤통수,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환하게 웃는 순간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오늘 받은 사진들을 보면서, 나의 시선이 얼마나 깊이 아이에게 향해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풍경은, 어쩌면 늘 비슷한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다. 계절의 변화나 빛의 각도에 따라서 잠시 다른 옷을 입기도 하지만, 결국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함으로 돌아온다. 거대한 산이나 흐르는 강물은 수천 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 어제의 표정과 오늘의 몸짓이 다르고, 어제의 생각이 오늘의 행동으로 이어진다. 특히 아기는 하루가 다르게 매 순간이 새로운 우주를 보듯이 변해간다. 어제의 옹알이가 오늘의 단어가 되고, 어제의 서툰 걸음마가 오늘의 뜀박질이 된다. 모든 변화는 예측 불가능하고 경이롭다.


사실 내가 기록하고 싶었던 것은, 이 예측 불가능한 '다름'. 찰나에만 존재하는 변화 자체였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나에게는 변하지 않는 풍경보다 계속해서 달라지고 흘러가는 사람의 '지금'이, 그 어떤 기억보다 오래도록 마음에 머문다. 나의 사진첩은 이제 살아있는 성장기록이 되었고, 나는 그 기록을 통해서 나 자신도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이 새로운 시선 속에서, 나는 나의 삶을 다시 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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