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실이 몹시도 신경 쓰인다는 것을
그날 밤, 지현은 기숙사 방으로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건물 앞 벤치에 홀로 앉아 있었다. 밤공기는 제법 차가웠지만, 머릿속은 낮 동안의 일들로 어지러워 오히려 뜨거운 것 같았다. 손에는 카페에서 들고 나온 듯한 테이크아웃 커피 잔이 들려 있었지만,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아 이미 온기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저녁에 경진과 헤어진 후에도, 소문과 윤섭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가로등 불빛만이 희미하게 그녀를 비추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앞쪽 어딘가, 허공에 고정되어 있지만 초점은 없었다. 낮에 있었던 일들이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렸다.
싸늘하게 굳어 자신과 재현 선배를 보던 윤섭의 눈빛.
동기들의 짓궂은 농담에 짜증스럽게 외치던 그의 목소리.
황급히 자리를 떠나던 그의 뒷모습.
왜 그랬을까. 정말 그 소문 때문에? 나 때문에? 머릿속에서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와 자신은 그저 같은 동아리 동기일 뿐인데. 그가 누구에게 질투를 느끼든, 왜 자신이 이렇게 신경을 쓰고 있는 걸까.
지현은 자신도 모르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왜 자꾸 신경 쓰이지… 걔가 뭘 하든 말든…”
그녀는 스스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그냥 무시하면 될 일이었다. 윤섭의 오해든, 아니면 그냥 그날따라 기분이 안 좋았던 것이든.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넘겨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의 그늘진 얼굴, 날카로웠던 반응 하나하나가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심장이 이유 없이 간질거리는 것 같기도 했고, 어딘가 답답한 것 같기도 했다.
“…괜히.”
그녀는 들고 있던, 이미 온기가 식어버린 커피 잔을 벤치 위에 소리 없이 내려놓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까만 하늘에는 별 몇 개만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직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는 없었지만, 그녀는 인정해야 했다. 신윤섭이라는 존재가,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 한구석에 들어와 잔잔했던 수면에 돌멩이처럼 던져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실이 몹시도 신경 쓰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