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현은 저도 모르게 짧게 숨을 삼켰다.”
저녁 시간의 대학교 구내식당은 익숙한 소음과 음식 냄새로 가득했다. 하지만 지현의 귀에는 그 모든 것이 웅웅거리며 멀게만 느껴졌다. 식판 위에 놓인 김치찌개는 거의 식어 있었고, 밥은 절반도 넘기지 못했다. 어제 동아리 방에서의 일이 자꾸만 떠올랐다. 동기들의 짓궂은 농담, 그에 과민하게 반응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던 윤섭의 뒷모습. 그의 갑작스러운 분노는 명백히 어색했고, 그 과녁이 어렴풋이 자신을 향하는 것 같아 마음이 내내 불편했다.
맞은편에 앉은 경진이 밥을 먹다 말고 갑자기 젓가락을 식판 위에 ‘툭’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주위를 한번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춰 지현에게 속삭였다.
“야… 너 혹시 재현 선배랑 요즘 뭐 있어?”
지현은 고개를 들었다. “아니? 그냥 동아리 과제 때문에 몇 번 본 게 다인데. 왜 그래?”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경진은 다시 한번 주위를 살피고는 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아까 식판 받는데 저쪽 테이블에서 우리 동아리 애들 몇 명이 수군거리는 거 들었어. ‘재현 선배가 김지현한테 완전 관심 있대’ 뭐 그런 내용.”
순간, 지현의 세상에서 소리가 사라졌다. 쨍한 형광등 불빛 아래, 경진의 입 모양만 뻐끔거리는 것 같았다. 재현 선배가 나한테? 말도 안 돼. 당혹감과 함께 약간의 불쾌감이 밀려왔다. 밥을 뜨려던 숟가락을 쥔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진짜? 누가 그런 말을…”
그녀의 목소리가 겨우 나왔다.
경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응. 뭐 그냥 하는 소리겠지. 너 재현 선배한테 아무 생각 없는 거 맞지? 애들이 오해하나 보지.”
지현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재현 선배에 대한 소문은 그저 황당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퍼즐 조각이 맞춰지듯 다른 생각이 그녀의 머리를 스쳤다. 어제 윤섭의 그 이상했던 행동들. 혹시…?
싸늘하게 굳어 자신과 재현 선배를 보던 윤섭의 눈빛.
동기 녀석의 “질투라도 하는 거야?” 라는 비아냥.
컵을 ‘쿵!’ 내려놓으며 “아, 진짜 뭔 소리야! 짜증나게!” 외치던 그의 격앙된 음성.
자신을 스쳐 지나가며 황급히 나가던 그의 뒷모습.
아. 지현은 저도 모르게 짧게 숨을 삼켰다. 윤섭이 그 소문을 들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그래서 그렇게 예민하게 굴었던 걸까? 자신과 재현 선배 때문에? 질투? 에이, 설마. 아닐 거야. 그녀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한번 피어난 생각은 끈질기게 그녀의 마음을 흔들었다. 단순히 동기들의 오해나 소문 때문이 아니라, 윤섭의 그 반응 때문에 기분이 이상했다. 왜 그의 반응이 이렇게 신경 쓰이는 걸까.
그녀는 밥도 제대로 넘기지 못하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수면 위로 돌멩이 하나가 던져진 듯, 그녀의 마음에도 조용하지만 선명한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신윤섭이라는 이름의 파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