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5월 24일 14화

13. 통제되지 않는 것

모두가 그를 바라봤다

by 낭만피셔

며칠 뒤 저녁, 영화 동아리 정기 모임 시간. 동아리 방은 여느 때처럼 스무 살들의 활기로 가득했다. 예닐곱 명의 부원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다음 상영회 작품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지만, 윤섭은 그 소란스러움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그의 시선은 오로지 테이블 건너편 한 곳, 지현과 그녀의 옆자리에 앉은 재현 선배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둘은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연신 미소를 주고받으며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깨가 스칠 듯 가까운 거리. 윤섭은 자신도 모르게 손에 쥔 펜을 꽉 쥐었다. 손톱 끝이 하얘질 정도였다. ‘그냥 과제 이야기일 거야.’ 그는 속으로 되뇌었지만, 며칠 전 들었던 소문은 그의 마음속에서 의심과 불안의 씨앗을 계속 키우고 있었다.


그때, 다른 쪽에서 동기1과 동기2가 지현과 재현 쪽을 보며 자기들끼리 킥킥거렸다.


“야야, 저 둘 봐라. 지현이랑 재현 선배, 은근 잘 어울리지 않아? 요즘 맨날 붙어 다니는 거 같던데~?”


주변 몇몇이 듣고 “오~”, “진짜?” 하며 장난스럽게 맞장구를 쳤다. 지현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애써 무시하는 듯했지만, 윤섭의 귀에는 그 모든 소리가 비수처럼 날아와 박혔다. 그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옆에 앉은 동기2가 그런 윤섭의 표정을 놓치지 않고 짓궂게 말을 걸었다.


“왜~ 신윤섭. 질투라도 하는 거야? 표정 딱 걸렸는데?”


윤섭은 대답 대신 동기2를 차가운 눈으로 한번 쏘아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무시하듯 고개를 돌려 창밖 어둠을 응시했다. 테이블 아래 그의 주먹이 살짝 쥐어졌다.


‘참자. 그냥 무시하자.’

하지만 동기2는 윤섭의 그런 반응이 더 재미있다는 듯, 낄낄거리며 말을 이었다.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어허~ 이거 반응 보니까 진짜인가 본데? 너 진짜 김지현한테 관심 있었냐? 솔직히 말해봐, 우리가 밀어줘?”


두 번째 놀림에, 결국 윤섭은 참지 못했다. 애써 눌러왔던 짜증과 불안감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그는 마시던 종이컵을 테이블 위에 ‘쿵!’ 소리가 나도록 세게 내려놓았다. 갑작스러운 소리와 그의 살벌한 표정에 웃고 떠들던 분위기가 일순간 얼어붙었다. 모든 시선이 다시 그에게 집중되었다.


윤섭은 자신을 놀리던 동기2를 쏘아붙이듯, 이전보다 훨씬 더 날카롭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아, 진짜 뭔 소리야! 짜증나게!”


싸늘해진 공기. 동기들은 모두 당황해서 윤섭을 쳐다봤다. 윤섭은 자신에게 쏠린 시선에 더욱 당황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왜 그랬을까. 속마음을 전부 들켜버린 기분이었다. 그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나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


그는 핑계처럼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동아리 방 문을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등 뒤로 느껴지는 수많은 시선들, 특히 지현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 문을 열고 나가기 직전, 그는 아주 잠깐 그녀 쪽을 보았다. 놀란 듯, 혹은 의아한 듯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과 마주쳤다. 그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방을 나섰다. 통제되지 않는 감정은 그를 또다시 도망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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