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주식투자하고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한국인들의 빨리빨리 문화'를 이야기하다 보면 '꼰대' 소릴 종종 듣습니다. 1960년대 산업화가 시작된 이후 국내 자원이 충분하지 않던 상황에서, 다른 선진국들을 빠른 시일 내 따라잡으려면 자의 반 타의 반 부지런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랄까요. 외국에서 많은 시일이 걸려 완성된 일을 우리는 그보다 몇 배 더 시일을 앞당겨서 만들어야 했었고, 외국인들이 하루 9시간 정도 일한다면 우리는 12~15시간 일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 한국인들의 유일한 경쟁력은 '빨리빨리 부지런함'이었거든요. 외국인들이 한국말을 배울 때 제일 먼저 배우는 말이 '빨리빨리'라는 말이었다고 하니, 한국인들에게 '빨리빨리 문화'는 우리가 평소 김치가 없으면 밥 먹기 힘들 정도일만큼 자연스러웠다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 '빨리빨리 문화'가 지금 MZ세대들에게 낯설게 비칠지는 몰라도, 주식시장에 참여한 MZ세대들은 잠재의식 속에 이 문화가 기본적으로 장착되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일지도 모르죠. 주식시장에 참여함으로 인해 그 잠재의식이 깨어났던 것일까요?
주식시장에 참여한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주식을 매수한 날로부터 주가가 계속 오르기 시작해서 많은 수익을 얻고 빠른 시일 내 매도하기를 기대합니다. 심지어 매수하고 나서 몇 분 안에 주가가 급등, 당일 최고점에서 매도해서 수익실현 하는 것을 원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현재 경제적인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경우 더더욱 그런 심리가 작용하기 마련인데, 이러한 기대심리가 여지없이 무너질 때마다 '분노'가 쌓이게 되고, 손실 본 투자금만큼 다시 빨리 회복하기 위해 다른 종목을 급히 매수했다 '낭패 릴레이'를 겪는 사람들이 수두룩합니다.
사실 주식시장에서 '빨리빨리 조급증'은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닙니다. 국내에서 휴대전화로 MTS(모바일 트레이딩 서비스)가 나오기 전부터, 90년대 말 ~ 2000년대 초 WTS(웹 트레이딩 서비스), HTS(홈 트레이딩 서비스)가 출시되었던 때에도, 아니 그전 증권거래소 또는 증권사 각 영업점 전광판을 보고 확인하거나 종이신문 가운데를 펼쳐보면 전날 주식시세 상황표(증시에 상장된 전 종목)를 통해 주가를 확인할 수 있었던 시기에도 '빨리빨리 조급증'은 존재했을 겁니다. 제 경험상으로 2000년대 초반 저에게도 이 조급증으로 인해 힘들어했던 시기가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경험상 조급증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일상에서가 아닌 주식시장 내에서 말이죠.
이러한 조급증은 일상생활에서 꼭 부정적인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주식시장에서는 거의 95% 정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매번 운이 정말 좋아 단타(스캘핑 포함)나 데이트레이딩에 성공하는 '신의 손(또는 PC 마우스)'이 아닌 이상 말이죠. 그럼 5%의 긍정적인 영향은 무엇이냐? 그건 바로 한 두 차례 단타를 시도했다 손실이라는 결과만 얻은 경우 '빠른 포기' 결정을 내리고, 그날 주식차트를 보지 않고 하루 일상을 보내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누적 손실'을 더 키우기 전에 일찌감치 그날 주식시장을 포기하는 것이죠.
주식시장은 '빨리빨리' 돈을 벌 수 없는 시장입니다. 오래전부터 주식투자의 대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조언이 지금도 여전히 통하고 있는 이유는 우리가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아서입니다. 어떻게 하면 빨리 큰 수익을 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남들보다 더 빨리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 라는 생각만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면 우리의 머리와 (마우스 또는 휴대전화를 든) 손은 즉각 조급증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조급증을 멀리 떨쳐낼 수 있는 대항마(?)는 느긋함입니다. 최소 각종 경제지표를 참고하면서 증시가 본격적으로 반등하는 시기까지 기다린다거나, 주식 매매할 때 기본적 접근 분석을 어느 정도 공부한 투자자라면 각 차트상 5, 20, 60, 120일선과 거래량을 참고해서 반등하는 시기 때마다 시도해 보는 것을 권합니다. 증시 분위기가 좋을 때나 나쁠 때 개의치 않고 그냥 습관처럼 매일매일 단타 및 데이트레이딩을 시도하려고 하는 조급함은 주식시장에서 조기 퇴출되는 지름길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