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내 집 마련하기 #8
- 우르! (남편의 성 HUR, H의 묵음으로 이탈리아 식 발음) 정말로 이대로 진행할거야? 어쩔려고 그래!
공증사무실 비서 로잔나는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이미 두번의 경매에서 쓰디 쓴 실패를 맛 본 우리는 노선을 틀었다.
애초 경매에 뛰어들 때 (대형 빌라 단지의 부도로 인해) 이 곳에 나온 경매 건수는 22건이었다.
2021년부터 경매는 시작됐고 진행될 수록 하나 둘 줄어들어 이제 남은 집은 단 두 곳!
직전 경매 9건에 무려 27팀이 몰렸던 걸 아는데 단 두 곳뿐인 이 곳의 경쟁률은 불 보듯 뻔했다.
집은 포기하자!
더이상은 실패할 수 없으니 값을 더 올릴 수 없는 지경이라면 과감하게 포기, 노선을 바꿀 수 밖에 없다.
차선책은 Terreno 땅 이었다.
이 또한 대형빌라 단지의 일부분으로 빌라가 지어져야 했을 땅이지만 공사조차 못한 채 부도가 났다.
Casa 집 경우엔 (물론 우리는 대출이 안되지만) 이탈리안들은 대출이 가능하기에 몰릴테지만 상대적으로 땅은 금융권의 도움을 받을 수가 없기에 전체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에게 어쩌면 득일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직전에도 집에 대한 경쟁은 치열했지만 땅은 건설업체에서 단독으로 가져 간 것 외엔 없을만큼, 물론 금융권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겠지만 현 상황에서 우리에게 그 어떤 장점이 될 수 있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 땅을 사서 집을 짓기까지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을 뿐더러 분명한 건 (가장 크게 금융권 도움이겠지..) 웬만한 (월급쟁이) 이탈리안들은 엄두도 내지 않는다는 것이 로잔나의 우려였다.
- 정말로! 정말로 땅으로 할거야? 괜찮겠어?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로잔나, 하지만 우린 더는 방법이 없어요. 만일 우리가 해내지 못한다면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남길 참이예요, 우리 아이들도 안되면..
아이들의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 덕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허허허 실없이 웃어버렸다.
괜찮아.. 잘..잘될거야..
미래의 손주들에게 그나마 면은 세울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