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행정처리 그리고 위조지폐
이탈리아 로마살이 10년차 이상이 되면서 이 나라의 행정처리에 어느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한 건 단순한 나만의 착각이었다.
연이어 집으로 날아든 포지타노ZTL 벌금 두 장을 받아들고 부들 부들 했던 게 불과 2년 전인데, (이탈리아에는 각 도심의 중심마다 ZTL 이라고 하는 지정시간동안 일반차량이 진입제한되는 구역이 있다. 단, 관공서,주거 차량, 택시 등은 예외로 적용된다) 횟수로 3년째인 이제와서 다시금 도돌이표로 시작되는 벌금용지를 받아드니 에휴, 이정도면 이 나라 행정은 정말 답도 없다 싶다.
로마에서 NCC (즉, 예약제로 운영되는 관광객 전용 택시)를 운영하고 있는 우리는 이탈리아 남부 포지타노의 일반차량 제한 구역(즉, ZTL) 존재에 대해서 몰랐던 건 사실이다.
그 사실에 대해 미리 인지하지 못하고 그 해에는 유독 포지타노 방문이 더 잦았던지 벌금은 하루가 멀다하고 등기로 날아들었고, 몰랐던 만큼 그에 대한 수업료라 생각하고 그 값을 톡톡히 치뤘건만, 2017년 벌금이 2019년 이제와서 과태료에 과태료가 붙어 다시금 날아왔다.
분명 비싼 수업료라 생각하며 납부했던 탓에 기억이 생생한데 아무리 찾아봐도 2년 전 납부 영수증을 찾지롤 못해 전전긍긍하다가 지나가는 이탈리아 사람 아무나 붙잡고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물었더니 납부한 우체국에서 해결가능할 것이란 희소식을 듣고 곧장 우체국으로 향했다.
"분명 납부한 벌금이다, 이에 대해서 확인을 좀 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돌아온 대답은 매월 단위의 확인을 위해서 10유로의 수수료가 든다는 것, 기가 차지만 영수증을 보관하지 않은 우리를 탓하며 2년 전 기억을 더듬고 또 더듬고 최소한의 수수료라도 줄여보겠노라 짱구를 있는대로 굴려 대략의 유추기간을 생각해냈다.
분명 전산상의 기록을 찾는 것이지만, 이탈리아라는 나라는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았고 최대 15일안에 결과를 메일로 알려주겠노라 했다. 2년전 자료 그것도 전산자료를 찾는데 15일이나 소요될 건 또 뭐람, 한국 같았다면 수기로 작성된 자료도 찾아낼 만큼의 시간이지만 로마이니 로마법을 따라야지
다행스럽게 5일이 갓 지났을 무렵, 기다리던 메일을 전달받았다.
확실하게 납부했던 그 내역이 맞으니 어쩜 이렇게 속이 시원하던지, 말도 못한다.
더불어 벌금 받아서 쓰렸던 속과 비싼 수업료가 생각하며 냈던 벌금, 3년째 다시 날아든 벌금용지에 속 끓인 것만 생각하면 정말 포지타노 시를 대상으로 고소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우리는 겉모습 부터 다른 이방인이니 이 또한 배움이다 라고 생각하는 편이 한 켠의 억울함 (시간소비) 분명 존재하지만 어쩌면 제일 속 편할 지도 모른다
뉴스에만 보던 위조지폐를 손에 넣었을 때의 그 황당함, 과연 누가 알까?
실질적으로 50유로(한화 약,65,000원), 100유로(한화 약, 13만원) 는 금액이 크다보니 일반적인 상점에서도 계산 시에 위조지폐 감별기계에 꼭 한 번쯤은 거치게 되어있다. 그에 반해 20유로 지폐는 (한화 약 26,000원) 소액이기도 하거니와 일반적으로 통용이 많이 되는 편이라 위조지폐가 기승이라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어이없게도 그 위조지폐가 내 지갑 속에 존재했다.
어디에서 어떻게 흘러들었는지 조차 기억할 수 없지만 분명 물건을 사고 거스름돈으로 받았거나 식당에서 식사값을 지불하고 거스름돈으로 받았겠지?
건네준자는 알고 그랬는지 그 조차도 모르고 그랬는지 알 길이 없지만 어찌됐든 이 지폐는 위조지폐 20유로이다.
억울한 건 실제로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도 보았지만 위조지폐인지 절대 내 선에선 분간조차 안된다는 것이다. 조금은 낡은 지폐쯤으로만 보여지지 대체 어느 부분이 위조인지, 심지어 빛에 반사되어 보이는 부분 조차도 이런 지폐라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당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고 생각하니 그 또한 이 나라의 삶이 더 각박해지고 막막해지는 느낌 또한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 지폐가 위조지폐더라, 라고 했을 때 주변의 가장 큰 반응은 대체 이걸 어떻게 알았냐는 물음이었다.
나 또한 그러했듯이 아무도 이 지폐가 위조라고 생각하지 않더라
확인 방법은 간단했다.
맥도날드에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러 갔는데 다른 지폐를 달라고 했다, 이탈리아 경우 위조지폐 문제도 있지만 흔히 돈이 찢어지거나 해도 다른 돈을 달라고 하는 건 일반적인 경우였다. 단순히 낡은 지폐라 받기를 거부한다고 생각하고 은행에 입금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ATM기기에 넣었는데, 다른 돈은 모두 입금이 되고 이 돈 20유로짜리만 뱉어냈다. 벌써 두번의 퇴짜, 슬슬 불안해졌고 마지막으로 상점 한 곳을 더 들러보았고 마찬가지로 퇴짜를 맞았다. 확실하게 Foto Copia (복사본) 이라고 그 누구도 말하진 않았지만 조심스레 은행에 가보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해줬다. 결론은 이 지폐는 위조지폐였다.
뉴스에만 보던 그 위조지폐를 여러분은 지금 보고 계십니다.
앞서 말했 듯 우리는 예약제로 운영되는 관광객 전용 택시 (Roma NCC) 운영 중이다.
로마 내에는 수많은 일반 택시와 관광객 전용 택시가 존재하지만 내가 알기론 적어도 아직까지 한국인이 운영하는 관광객 전용 택시는 유일무일한 우리 뿐, 정확하게는 우리 남편 뿐이다.
이탈리아 경우 일반적인 택시는 지정된 택시 승강장에서만 손님의 탑승이 가능하다.
한국처럼 지나가는 택시를 손으로 불러 타는 것은 사실상은 불법에 가깝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약간의 재량으로 정차하는 택시기사가 존재하기는 하나, 원칙은 정해진 승강장에서의 탑승이다) 대신 하차는 손님이 원하는 아무 곳에서나 가능하다.
하지만 NCC경우는 지나가는 손님을 태울 수는 없고 예약제로만 운영되어진다.
여느 때와같이 일을 나간 남편이 화가 잔뜩나서 전화가 왔다.
호텔에서 공항까지 이동하는 예약 손님을 위해 해당 호텔 앞에 정차를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차를 빼라는 경찰의 지시를 받았다고한다. 일단 차량을 빼서 한바퀴를 더 돌고 약속시간에 임박하여 다시금 호텔 앞에 정차를 하였는데 약간의 억지를 쓰며 벌금고지서를 떼겠다고 한다. 예약된 시간에 손님 탑승을 위해 호텔 앞에 잠시 정차하는 것이 어떻게 벌금의 문제가 되냐고 남편이 이의를 제기하니, 근처 주차장에(유료 주차장) 주차 후 손님을 데려가라는 이 건 순 억지에 가까운 대답을 들었다고 했다. 택시기사가 주차장에 주차하고 손님을 태우는 경우 듣도보도 못한 것 같은데, 나만 그런가?
이의제기로 언성이 서로 높아지니 바락바락 악을 쓰며 하나라도 꼬투리를 잡을 모양으로 이 서류, 저 서류 다 내놓으라고 그야말로 쌩 떼같은 억지를 부리고 거리낄 것 하나 없는 남편은 모든 서류를 제출했고, 마치 여경찰의 얼굴은 중국인이 과연 그럴리가 없다, 하는 표정이었다고 한다. (외모로만 판단하는 이탈리아인들은 우리가 한국인이든 중국인이든 동양인은 무조건 중국인이라고 하는 고약한 버릇도 있다, 물론 일반화의 오류이기도 하겠지만 전반적으로 그런 편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 쯤되면 벌금의 문제가 아니고 이건 인종차별적인 문제가 된다. 심지어 본인이 그럴의사가 없었다고 해도 느끼는 쪽에서 인종차별이라 느끼면 그건 엄연한 인종차별이 된다라고도 했다.
남편은 여경찰이 보는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악을 쓰던 여경찰은 왜 사진을 찍느라 당연히 반문을 했고, 너의 지금 이 태도는 엄연한 인종차별이며 법원에서 그 진위여부를 가릴 것이다 라며 엄포를 놓았다 했다.
주변의 다른 경찰들과 사람들은 그제서야 남편을 다독이며 아무 문제 없으니 벌금만 납부하면 된다는 위로같지 않은 위로를 했다하니, 과연 이게 벌금을 내고 안내고 문제를 떠나 그냥 넘어갈 문제인지 화가 치솟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고약한 경찰관, 나도 얼굴 블러처리 해주지 않을테다 !!!)
그리하여, 2년전 벌금문제를 해결과 동시에 새로운 뉴 벌금 또한 받아왔으니, 이쯤되면 벌금 파티이지 않은가,
일말의 양심이라고 해야할까? 선심이라고 해야할까? 5일이내 납부하게 되면 해당벌금의 30% 감면해주니 서둘러 벌금 납부나 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