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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주소를 찾지 못하는 택배 배달원

아마존 이탈리아

by 로마언니





한국에 있을 땐 누구보다 택배순이 었는데, 이탈리아살이를 시작하고 나선 택배 비중이 줄어들다 못해 거의 없는 편이다.

현관 문 앞에 택배를 가져다주기는 커녕, 아파트 단지 대문 앞에서 기다리는 배달원 덕분에 초인종이 울리면 아이를 데리고 아파트 단지 앞까지 나가야하는 번거로움과 택배종이에 싸인을 하고 아이를 데리고 택배 박스까지 들고 집까지 돌아오는 것. 여간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무엇보다 기약없이 하루종일 기다려야만 하는 것이 참 적성에 안맞다 싶어 오프라인에서 구입이 가능한 제품이면 가격 차이가 있더라도 오프라인에서 그냥 구입하고 마는 편.


헌데 이번엔 꼭 사려고 하는 제품들이 있어 실로 오랜만에 아마존 이탈리아에서 주문을 했다.

이왕 주문하는 것 그동안 장바구에 담아만 뒀던 것들 함께 일체 주문하고 어제가 도착 예정일이었는데 하루종일 기다려도 택배소식은 감감무소식, 그러다가 오후 6시 쯤 배달원이 주소를 찾지 못해 배송이 안되었다는 문자 딸랑 하나가 왔다.


참 어이없다.

배달 비중이 적긴하지만 분명 아이가 갓난쟁이일 때 이것 저것 주문해서 받아 본 경험도 있고 우리 단지내 거주하는 집만해도 가구수가 얼만데, 재활용 종이 분리수거날 동네에서 보는 아마존 택배박스만 해도 그 양이 얼만데 주소를 못찾는다고??




Non può essere consegnato perchè il corriere non riesce a localizzare l'indirizzo di spedizione
배달원이 배송지 주소를 찾을 수 없기에, 배달 할 수가 없습니다









아마존 이탈리아에 이메일을 통해 배송지연 피드백을 부탁했다.

주소변경에 있어서 달라질 것도 없는데 어찌됐든 업데이트 했으니 문제없을거라는 답변을 받고 설마 오늘은 오겠지 하고 아침부터 기다리는데 또 동일한 문자가 왔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이번엔 통화를 시도했고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하며 내일 배송이 온다는데 이미 일주일 가량을 기다렸던 배송이라 좀처럼 화가 누구러지질 않는 거다.

지금 취소하면 전체금액 환불을 해주겠다는 답변, 그건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러면서 덫붙이는 말이 더 가관이다.


" 근데 너 한테 꼭 필요한 제품 아니니? "


필요하니까 주문했지, 필요없는데도 주문하는 사람이 어디있는지, 대체 이건 말이야 막걸리야

당장 취소하고픈 마음 또한 굴뚝같지만 주문 전체 내역이 아이 용품이라 엄마는 한 없이 약해지고 하루만 더 참아보기로 했다. 상담원 그의 말처럼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제품이니 속이 터져도 방법이 없다.



다행히 주문한 지 열흘만에 택배는 모두 도착했고, 아이에게 꼭 선물해주고 싶었던 세발자전거를 조립해 공원을 나갔더니 예상대로 아이는 참 좋아해주었다.


오후에 주문해도 다음날 아침이면 택배가 도착하던 한국의 빠른 배송시스템에 익숙했던 우리는 택배시스템 조차 느림보인 이탈리아에 이렇게 또 한 발자욱 적응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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