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다른 문자 알림음
2015년 어느 봄날 늦은 출근 준비에 양치질을 하고 있는데 "띠릉" 하는 문자 메시지 알림음이 울렸다. ' 아침부터 웬 스팸이야.' 잔뜩 짜증 난 눈빛으로 핸드폰을 봤다. 하지만 순간 내 눈을 의심하게 됐다. ' 축하합니다. 마곡지구 ooo아파트에 8번째 예비 당첨자가 되셨습니다.' " 와우! 어 어 이거 뭐야...." 축하한다는 문자에 처음에는 좋았지만 결국 당첨자가 아닌 예비 당첨자라는 거다. 예비 당첨자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당첨자가 결격사유로 당첨이 취소되었을 경우 예비로 뽑은 당첨자가 당첨이 된다는 얘기다. 즉, 당첨자도 아닌 그렇다고 탈락자도 아닌 애매모호한 포지션이 아니던가? ' 어 이거 기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 그래도 떨어진 거 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기분이 업되는 아침이었다.
2013년도 1차 마곡지구 첫 분양 시 의외로 미분양이 많이 있었다. 당시 부동산 분위기가 안 좋았던 이유도 있었지만 sh에서 공급하는 공공분양이기 때문에 무주택 세대주만 청약을 할 수 있었다. 당시 나도 유주택자였기 때문에 청약자격조차 되지 않아서 관심은 갖고 있었지만 청약을 넣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데 의외로 청약에서 미달이 많이 나왔다는 것이다. 나는 서둘러 마곡지구로 차를 몰고 갔다. 나도 마곡지구에 관심이 있었지만 그 당시 내 집 마련을 고민하던 고객분이 있었기에 그분에게 마곡지구를 추천드리려고 내가 미리 조사차 가는 길이였다.
공공분양이라 하더라도 미분양이 나면 유주택인 경우에도 청약통장 필요 없이 선착순으로 계약을 할 수 있다. 전용면적 84m2 분양가 4억 3천만 원 정도 상당히 메리트 있는 가격이라고 판단됐다. LG 롯데 코오롱 등 많은 기업들이 들어오고 현재 지하철 5호선 9호선 인천공항철도까지 연결되어 투자가치가 밝아 보였다. " 기회다! 사야 된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 나는 서둘러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상담 고객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곡지구에 투자가치를 설명하고 선착순이기 때문에 좋은 동호수를 고르려면 서둘러 계약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천에 사시는 그 고객분은 강서구 끝에 마곡지구에서 살고 싶지 않다면서 정중히 거절하셨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당시 언론에서 부동산에 대한 온통 부정적인 여론이 많이 있을 때였다.
'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 생각하고 와이프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 마곡지구 미분양 났는데 우리 이거 사자 괜찮다 " 하지만 와이프에 말은 아까 그 고객 분 보다 덜 정중했다. " 지금 우리 집 1억 넘게 떨어졌는데 무슨 또 아파트를 사? 돈 있어? "(다음 기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투자성과를 본 아파트를 소개하겠다.) 나는 잔뜩 주눅 든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 지금 우리가 사는 아파트 전셋값이 4억이야 우리 집 전세 놓고 이사 오면 돈 없어도 살 수 있어" 와이프가 다시 말했다. "정신 차려 끝!! " 더 이상 말을 이어 갈 수가 없었다. " 알.았.어 " 그걸로 정말 끝이었다. 이후에 마곡지구 아파트 미분양이 해소되면서 아파트 가격은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고 나는 마곡지구를 지나갈 때마다 와이프에게 그때 미분양을 못 잡은 게 아쉽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을 했다.
그런데 2년 후 기회가 온 것이다. 마곡지구 유일한 민간아파트여서 유주택자도 청약을 할 수 있었고 84m2 분양가가 5억 3천으로 2년 전 분양가보다는 높았지만 민간 브랜드이고 또 기존 마곡지구 아파트들의 가격이 그 이상 올랐기 때문에 여전히 투자가치는 높아 보였다. 문제는 경쟁률이었다. 2013년 이후에 부동산 분위기는 조금씩 좋아져서 청약열기도 높아지던 시기였다. 우리 부부는 위례신도시에 아파트 청약을 넣었지만 높은 청약률로 인해 번번이 떨어지던 시기였다. 나는 이번만큼은 꼭 당첨되고 싶었다. 2년 전 마곡지구 미분양을 놓친 기억도 있었지만 우리 가족들에게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살게 하고 싶은 가장으로써의 책임의식 같은 것도 있었다.
고심하던 끝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우리가 청약하려고 하는 아파트는 구조가 A형 B형으로 두 가지였는데 모델하우스에서 보니 아무래도 사람들이 A형 구조를 더 선호하는 거 같았다. ' 아무래도 A형을 더 많이 청약할 거 같다. ' 속으로 생각하고 나는 B형으로 청약을 넣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A형 같은 경우에 B형보다 실제 경쟁률이 서너 배 높았기 때문이었다. 확률적으로 당첨확률을 높은데 승부수를 띄었는데 적중한 거다.
그런데 예비당첨자라니! 당첨되면 좋고 떨어지면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할 텐데 예비 당첨자는 말 그대로 살 얼음판을 걷는 느낌이었다. 그것도 8번째! 밤마다 내 앞 번호까지만 당첨되는 꿈을 꿨고 숫자 8이 팔자걸음을 하며 나를 쫒아와 괴롭혔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왔다. 예비 당첨자들을 일괄적으로 불러 순서대로 추첨을 하는 날이 온 것이다. 안내문에는 반드시 제시간에 올 것을 당부했다. 늦으면 출입을 불가한다고 엄포를 났다. 나는 무려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해 대기하고 있었다. 덩치 큰 경비 용역업체 직원들이 살벌한 눈빛으로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긴장감의 연속이었고 드디어 시간이 되어서 한 명씩 입장하게 되었다.
제 시간의 들어온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서 내다보니 어느 한 젊은 여자분이 늦게 오셨는데 용역업체 직원들이 입장을 안 시켜서 실랑이를 벌어고 있었다. 급기야 그 여성분이 울기 시작했고 당황한 직원들이 그 여성분을 모델하우스 안으로 들여보냈다. ' 역시 여자의 눈물처럼 강한 건 또 없구나.' 속으로 생각했다. 예비 당첨자 1번을 호명하는데 아무도 대답을 안 했다. 예비 당첨자 1번은 참석을 못 한 것이다. 의아했지만 아마도 바쁜 사정이 있었을 거라 생각했다. 다행히 B타입 같은 경우에는 20번째까지 예비 당첨자가 동 호수를 추첨할 수 있었다. 21번째 예비 당첨자는 동호수를 뽑을 수 없이 바로 탈락이 되었는데 맨 마지막 21번째 예비 당첨자 앞에서 동 호수 추첨이 끝났다. 나는 아직까지도 그 21번째 예비 당첨자의 허탈한 표정을 잊을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바로 자기 앞에서 당첨의 기회가 날아갔기 때문이다. 또한 첫 번째 예비 당첨자가 안 왔기 때문에 원래 떨어질 운명에 있었던 20번째 예비 당첨자는 1번 당첨자 대신 아파트 동호수를 추첨하게 된 것이다. 운명의 장난이랄까? 여러 가지 나비효과 이론들이 생각났다.
그렇게 2년이 또 흘렀다. 얼마 전 사전 입주자 점검을 갔다 왔다. 집이 잘 지어졌는지 하자가 있는지 없는지 준공 전 미리 점검하는 거다. 드디어 그렇게 원하던 마곡지구에 입성하게 된 것이다. 누구에게는 별거 아닌 경험일 수도 있겠지만 나한테는 신기하고 유익하고 또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소중한 투자 경험이었던 같다. 오늘 아침에 양치질을 하는데 " 띠릉 " 스팸 문자가 왔다. " 대출 신청은 김미영 팀장에게 신청하세요 " 오늘따라 스팸문자가 짜증 나지 않는 건 화창한 봄 날씨 탓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