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의 의미를 다시금 새겨보자.
조선 시대 명 재상 황희 정승의 머슴 둘이 서로 싸우며 옳고 그름을 판단해 달라고 황희 정승에게 부탁했다. 첫 번째 머슴이 하소연을 하자, 황희 정승이 " 네 말이 맞다." 그러자 다른 하인이 자기주장이 옳다고 주장하자, 황희 정승이 역시나 " 네 말이 맞다."라고 했다. 그러자 옆에서 이 말을 듣던 부인이 아니 어떻게 서로 상반된 주장인데 둘 다 맞냐고 물어보니 황희 정승이 대답하길 " 당신 말이 맞소! "
나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경우가 많아서 집에서 내 별명이 무생물이다. (나는 무생물이다 칼럼 참조) 그리고 또 한 가지 별명이 있는데 그건 바로 회색분자다. 이 역시 아내가 지어준 별명인데, 뭐든지 똑 부러지고 명확하게 좋고 싫음이 확실한 와이프의 성격과 달리 나는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탄 듯한 내 성격 탓에 이 별명 역시 와이프가 지어준 거다.
투자를 오래 하다 보니 극단적인 두 부류의 사람들을 종종 보곤 한다. 집 값이 거품이 껴서 집값이 곧 폭락할 거라는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매우 그럴듯하다. 갖가지 도표와 통계 수치 등을 동원하며 말하기 때문에 부동산 투자를 오랫동안 한 내가 봐도 정말 그럴싸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주장들 때문에 제 때 내 집 마련을 못했다는 분들이 여럿이다. 실제로 집값이 폭락할 거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던 2014년도가 사실은 내 집 마련의 적기였기 때문이다. 누구를 탓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투자는 본인의 책임하에 본인 선택으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전망만 믿고 내 집 마련을 미룬 실수요자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꽤 클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런 폭락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왜 그런 주장들을 하는 걸까? 호기심이 많은 나는 또 무생물이 되어서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은 세 가지였다.
첫째 폭락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무주택자들이 많았다. 본인은 못 샀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많이 오른 집값을 보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다. 그리고 너무 과도하게 오른 부동산 가격이 정상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일본처럼 집값이 폭락할 거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갖가지 데이터와 통계들을 제시하며 집값 폭락의 정당성을 부여한다. 집 값이 오른 만큼 제 때 집을 사지 못했던 분노까지 더해져 집 값이 폭락하기를 기대하는 심정까지 이르게 된다.
둘째, 폭락론을 주장하는 두 번째 사람들은 금융권 종사자들이 많았다. 금융과 부동산은 사실 상극이다. 부동산보다는 금융상품 위주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해야만 금융회사에는 이익이다. 따라서 " 부동산은 앞으로 폭락할 거기 때문에 빨리 팔고 금융자산으로 바꾸는 게 좋다. " 이렇게 주장한다. 너무 직설적으로 표현했지만 금융 광고나 금융 기사에 큰 맥락은 이와 같다. 또한 부동산에 긍정적이던 부동산 정보업체가 금융회사로 넘어가면서 부동산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셋째, 진정으로 나라와 아랫세대를 걱정하시는 분들이다. 집값이 과도하게 올라서 모두들 부동산 투자에만 신경을 쓰게 되면 나라의 경쟁력을 잃게 돼서 우리나라가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 혹은 너무 많이 올라버린 집값 때문에 우리 자녀들이 결혼을 못하고 애도 못 가지게 된다. 따라서 집값이 폭락은 아니더라도 일정 부분 조정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크게 세 가지 주장으로 나뉠 수 있다. 폭락론을 주장하는 분들 중 이 세 가지 주장 중에 본인은 어디 해당이 될까? 필자가 정답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마 거의 다 세 번째일 경우일 거라고 믿고 싶다.
자 그렇다면 집값 폭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첫째 부동산업계 종사자들이 많다. 부동산 매매로 돈을 벌고 강의를 하고 책을 내는 사람들이 아마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거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나도 이 부류에 포함되지만 부동산 폭등을 주장하진 않는다. 다만 부동산으로 돈 벌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는 주장한다. 실제로 나도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둘째, 이미 다주택자 거나 부동산 자산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들이다. 정부 정책에 항상 예의 주시하며 혹시라도 본인에게 불리한 정책이 나올까 봐 관심을 가지고 때로는 목소리도 크게 낸다. 부동산 폭등은 아니더라도 본인의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걸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부동산 불패신화를 강조하며 부동산을 절대 떨어질 수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건설사와 연관된 언론들이다. 건설사에서 일정 부분 자금을 지원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동산에 우호적인 기사를 써야 한다. 폭등까지는 아니더라도 분양이 잘 되기 위해서라도 부동산 시장이 어느 정도는 살아 있어야 한다.
그럼 이제부터 회색분자인 필자는 어떨까? 개인적으로 나는 집값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됐으면 좋겠다. 사실 집값보다는 근로자 임금이 상대적으로 덜 올랐기 때문에 내 집 마련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그래서 내 집 마련을 쉽게 하기 위해서라도 집값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됐으면 하는 게 나의 개인적인 바람이다. 집값은 안정이 되더라도 거래는 활발하게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부동산 투자 입장에서 봤을 때 집값 전망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시장이 좋지 않더라도 꾸준히 수익을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체적인 시장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금 주식시장이 전례 없는 활황 장인 데도 불구하고 개인들은 마이너스 수익을 거두는 경우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투자에 있어서는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전망보다는 본인만의 확고한 투자철학과 소신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절대 전망을 보고 부동산 투자하지 마라. 부동산은 개별성이 존재한다. 거품이 있는 지역이 있고 저평가되어 있는 지역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괄적인 전망만을 가지고 부동산 투자에 임한다면 그 투자는 실패할 확률이 크다. 폭락한다는 전망이 우세할 때 한 발 뒤로 물러서 저평가되어 있는 지역을 찾는다면 오히려 역발상으로 성공한 투자가 될 수 있다.
어렸을 때 도덕 시간에 배운 중용이라는 단어를 찾아봤다. 중용 :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아니한 떳떳하며 변함이 없는 상태나 정도. 아리스토텔레스의 덕론의 중심개념: 이성으로 욕망을 통제하고 지견에 의하여 과대나 과소가 아닌 올바른 중간을 정하는 것을 이른다.
동양의 중용의 사상을 서양의 아리스토텔레스도 똑같이 얘기 한걸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용의 시각과 관점을 갖는 게 얼마나 중요하고 힘든 일일까? 생각해본다. 세상은 백색과 검은색, 절대 선 절대 악, 이렇게 이분법적인 사고로 나뉠 수 있는 게 아니다. 뭐든지 100프로는 있을 수 없으며 완벽한 게 있다고 믿어서도 안된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어쩌면 회색분자의 의미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기 때문에 큰 틀에서 봤을 때 중용의 개념 일부라 생각한다. 한쪽으로만 치우친 생각은 항상 위험하다. 부동산 폭락과 폭등의 주장에서 각각 개인의 '중용'을 찾아 본인만의 투자 기회를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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