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말 한마디
' 따르릉따르릉 ' 전화벨이 울렸다. " 선생님 내놓으신 전세 계약 체결할까 합니다. 오늘 일단 100만 원 입금하고요. 나머지 계약금 10%는 계약서 쓸 때 입금할 겁니다. 약속 시간은 언제가 괜찮을까요? "
얼마 전 소형 아파트를 1억 2천에 매수했다. 그리고 전세 계약이 1억에 체결됐다. 원래 전세 시세는 1억 1천에서 1억 2천으로 매매가랑 거의 비슷하지만 나는 전세금을 받아서 잔금을 치를 계획이었다. 잔금 예정일은 2017년 8월 31일이다. 하지만 8월 휴가철이고 나 역시 열흘 동안 외국에서 휴가를 보낼 예정이어서 잔금을 치르기 전에 빨리 임대가 나갔으면 했다. 그래서 현재 전세 시세보다 천 만원 싸게 전세를 내놨는데 전세를 내놓자마자 바로 계약하겠다고 연락이 온 거다.
아파트를 1억 2천에 샀는데 전세를 1억에 놓으니 내 실 투자금은 2천만 원 밖에 안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1천만 원 2천만 원으로 투자할 데가 있냐고 묻는데 아직도 소액으로 투자할 데는 많이 있다. 기회는 자꾸 찾는 자에게만 보인다. 그렇게 전세 계약하기 위해 약속 시간을 정하고 며칠 후 약속 장소에 갔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다. 부동산 사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시며 커피 한잔을 타 주신다. 나는 현재 그 지역 부동산 돌아가는 시세나 동향들을 묻고 부동산 사장님은 친절하게 대답해 주셨다.
" 투자하기 괜찮은 물건 좀 있나요? " 내가 물어보니, 부동산 사장님이 기다리셨다는 듯이 급매물을 소개하여 주신다. " 그거 한번 볼 수 있나요? 아직 전세 계약하러 오시는 분들이 안 왔으니 잠깐 보고 싶은데요? 부동산 근처죠? " 물어보니 근처인데 그래도 더우니 차를 가지고 가자고 해서 부동산 사장님이 손수 운전을 하시면서 투자 물건에 대해 설명하신다. " 약간 비싸긴 한데 나쁘진 않네요. " 물건을 보면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궁금한 사항들 임대현황, 최근 상권 변화, 대지 평수, 등등에 대해서 물어봤다. 역시나 부동산 사장님도 친절하게 이것저것 잘 설명해 주신다.
물건을 보는 중 전세 계약하시는 분들이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고 우리는 서둘러 다시 부동산에 갔다. 도착하니 젊은 예비 신혼부부가 앉아 있었다. 부동산 사장님이 계약서를 준비하는 동안 나는 그 예비 신혼부부와 인사를 나누고 어색하게 앉아 있었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서 나는 결혼 축하드린다고 먼저 얘기를 꺼냈다. 그랬더니 두 분 다 환하게 웃으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분위기는 이내 밝아졌다. 그런데 새 신부 되실 분이 머뭇머뭇하면서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 저희 안방의 도배를 새로 하고 싶은데요? 해 주실 수 있나요? " 한참 망설이면서 조심스럽게 말씀하시는 게 역시 새색시 다웠다. 나이를 먹을수록 남자건 여자건 다 용감해진다. 특히나 나이 드신 아주머니들은 그 힘과 용기의 감탄이 절로 나온다. 가끔 지하철의 빈자리가 나오면 어디서 그렇게 전광석화처럼 날라 오시는지 금방 자리를 앉는다. 그런 거에 비하면 이 분은 얼마나 얌전하게 도배를 해 달라고 요청하시는가?
마음 같아서는 그 모습이 너무 여려서 해 주고 싶지만 현실은 현실일 뿐 정신 차려야 한다. 나 역시 머뭇거리면서 이렇게 대답한다. " 아 그게 제가 실은 전세를 천 만원이나 싸게 내놔서요. 애당초 부동산 사장님한테 도배장판 안 하고 전세 놓는다고 했는데요. 죄송합니다. " 나의 거절에 약간 당황하셨는지 쓴웃음을 지으셨다. 그리고 이내 하신 말씀이 " 네 어쩔 수 없죠. 그럼 저희가 직접 안방 도배를 해도 되나요? " 이렇게 물어보셨고 나 역시 흔쾌히 대답했다. " 그럼요, 얼마든지 직접 도배하셔도 됩니다. " 곧 부동산 사장님이 계약서를 가지고 오셨고 우리는 부동산 사장님의 설명을 듣고 도장을 찍고 계약서를 썼다.
계약하는 동안 도배를 못 해준 게 좀 미안하기도 하고 왠지 마음에 계속 걸렸다. ' 사실 얼마 안 하는데 그냥 도배해줄까? 아니야 전세금도 천만 원 시세보다 싼데 그냥 넘어가야지 ' 마음속에서 계속 착한 마음과 나쁜 마음이 서로 속삭이는 거 같았다. 계약을 다 끝내고 인사를 하고 나오려는데 내가 한 마디 했다. " 우와! 그래도 제가 처음 결혼할 때 저희 부부는 신혼집을 엘리베이터도 없는 4층 다세대 주택에서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아파트에서 시작하니 정말 좋으시겠어요. " 남편 기도 세워 줄 겸 도배 못 해주는 거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좀 털 겸 더 오버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두 분 다 환하게 웃으면서 " 네 고맙습니다. 앞으로 집 깨끗하게 잘 쓰겠습니다. " 이렇게 얘기하는 거다.
그 모습이 너무나 행복해 보여서 나 역시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 아 역시 말 한 미디가 천냥 빚을 갚는구나! ' 사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세입자가 집을 깨끗이 쓴다는 것만큼 좋은 말이 있을까? 굳이 집 깨끗이 쓰라고 얘기를 안 해도 상대방이 진심으로 기분 좋게 그런 마음이 들게 한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것도 돈 한 푼 안 들이고 말이다. 말 한마디의 위력을 새삼 크게 느끼며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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