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자만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임원이 될 때까지는 모두 자신의 실력만으로 그 위치까지 올라갔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좋은 회사라면 매 직급의 단계마다 회사에서 성과 중심으로 평가와 보상을 해왔으니 스스로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하지만 임원이 되고 나면 벼도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고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을 믿고 열심히 따르고 일해준 좋은 후배들과 또한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끌어준 많은 선배들을 만났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이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그렇게 철이 들어갈 때쯤이면 회사와 헤어질 때가 다가오는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지만 철들자 죽는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다.
회사에서도 조직의 선순환과 활력을 도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조직은 생물이라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고 그런 변화의 움직임이 유연할 때 기회 창출과 창의력을 가진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래서 회사 내 특별한 스페셜리스트들이 아니라면 제너럴리스트들의 업무나 직책을 상호 호환시켜 줌으로써 조직의 건강한 긴장감과 창의적 활력을 도모할 수 있다. 회사에서 제일 열심히 일할 때가 업무가 새로 바뀌거나 새로운 직책을 맡았을 때다. 새로운 업무를 파악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본 아이디어를 접목시켜 성과를 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가 정말 만사일 때가 많다. 고인물이 썩어가듯이 오랫동안 조직에 변화가 없으면 조직 또한 적폐가 쌓여가서 대개 순환기 장애로 죽어가는 조직이 될 수가 있다.
스포츠에서도 프로축구나 야구에서 성과가 좋지 못할 때 구단 관계자나 감독, 코치를 바꿔주는 방법을 많이 시도한다. 가끔은 야구나 축구 선수로 활약하지 않은 지도자들이 더 좋은 성과를 낼 때도 있다. 한국 축구가 가장 번성했을 때가 히딩크 감독일 때였다는 것을 아무도 부인할 수가 없다. 네덜란드 출신인 그가 국가대표팀을 처음 만났을 때 언론에서 굉장히 많은 비판기사를 썼다. 그는 부임 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평가를 위해 여러 강팀들과 A매치를 해서 매번 큰 스코어로 패해 오대영이란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그 A매치 평가를 바탕으로 전후반 공수 전환하며 뛸 수 있는 체력과 근력 키우기 그리고 선후배로 이루어져 소통이 잘 안 되는 것을 알고 호칭 없이 이름 부르기를 통한 팀 내 소통 훈련에 주력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학연과 직연(함께 일한 인연)이 아닌 공정한 평가를 통해 몸과 체력, 훈련이 준비된 선수들에게만 출전 기회(보상)를 주었다는 사실이 그가 이끈 국가대표팀이 월드컵 4강에 오를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기존 평가나 지명도가 아닌 늘 내일 경기에서 제대로 뛸 준비가 된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공정한 평가와 보상인 것이다.
그만큼 공정한 평가를 통한 올바른 보상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그로 인해 모든 선수들은 열심히 운동하면서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오래전 프로야구 S구단에 그룹에서 인사업무를 오래 하고 계열사 대표를 했던 분이 마지막으로 구단 대표로 옮겨갔다. 야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문외한이 갔으니 모두들 걱정이었다. 하지만 S구단은 그 후 연전연승 몇 번이나 우승을 했다.
그 비밀은 기존의 잘못된 평가와 보상 시스템을 개혁하고 철저하고 공평하게 1군, 2군을 운영했다. 늘 뛸 준비가 된 선수 중심으로 경기에 선발 출전했으며, 준비된 2군 선수들을 1군으로 올리고 뛸 준비가 안된 1군 선수들은 2군으로 내려보냈다. 1군으로 많이 올려 보낸 2군 감독, 코치들의 연봉을 대폭 인상해 제대로 평가해주고 보상해주었으니 누군들 열심히 뛸 준비를 하지 않았겠는가. 그와 입사 동기인 선배로부터 칠순이 넘어서도 유일하게 현역으로 일한다며 내게 했던 이야기였다.
늘 제대로 뛸 수 있는 몸과 마음을 갈고닦은 선수들에게만 출전 기회가 주어지면 된다. 그 당시에 S구단이 너무 승리를 많이 하다 보니 회사와 지역 연고를 떠나 한때는 아이들이 응원하는 서울 연고 구단을 함께 응원할 정도였다. 또 어떤 때는 또 다른 서울 구단의 유광점퍼를 입고 가을야구에 응원 갈 생각에 그 구단을 응원하기도 했는데 늘 연전연패였다. 그 S구단에서 5 년 가까이 최고의 성적을 냈던 그분은 아쉽게도 몇몇 선수들의 해외 원정 도박 사건을 책임지고 그만 물러나게 되었다. 구단 운영 실력보다는 그 운과 복이 다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주변의 이웃들에게 선행과 덕을 베푸는 만큼 그 운과 복의 총량은 늘어날 수 있으니까.
직장 생활은 가끔 돌이켜 보면 운칠기삼, 아니 운칠복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겸손하게 표현한다 할지라도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 운도, 그 복도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 최소한 감나무 밑에 까지는 가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잘 익은 감이 내게 떨어질 수 있고, 로또 명당의 키오스크 앞에서 오뉴월 땡볕을 견디며 백 미터의 줄을 서서 기다릴 줄 아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로또의 행운도 맞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항상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해서 무슨 배급받듯이 매번 운과 복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의 그 운과 복도 평생을 놓고 보면 총량의 법칙이 작용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매번 어느 사람에게만 그 운과 복이 돌아간다고 하면 시대정신인 공정함에 맞는 것인가 의심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일생에 그 기회가 많지 않다. 삶에서 그 기회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다가올 때면, 사자나 표범이 먹이를 사냥하듯 거침없이 직진해야만 한다. 그런 기회는 매번 시간만 되면 다가오는 버스나 택시가 아니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내가 늘 그 정류장에 서있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우리들의 삶에서도 예기치 못한 기상재해처럼 긴장마나 폭우, 폭설 같은 시기는 늘 있게 마련이니까. 삶에서 처럼 프로축구에서도 한 경기중 그런 운과 복, 기회가 주어졌을 때 사자나 표범처럼 좌고우면 없이 골대를 향하여 거침없이 직진하며 내 발끝에서 그 끝을 보고 말겠다는 선수가 내게는 차범근 선수나 손흥민 선수밖에 기억나는 선수가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그런 기회의 순간에는 다른 사람에게 그 기회를 양보할 생각은 하지 말고, 자신의 기회니까 반드시 스스로 해결하고 그 끝을 보아야 한다. 그렇게 최선을 다한다 해도 한 경기 내내 두세 번만 그런 기회가 온다. 그 기회 중에서 겨우 한골을 얻을까 말까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의 삶도 그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