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관리의 기본
가끔 어떤 일이 잘못되었을 때 그 일에 대한 책임자가 뉴스나 기자회견장에 나와서 인터뷰를 하면서 하는 말 중에 ‘부덕의 소치’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덕이 부족해서 일어난 일이라며 한편으로는 그동안 베풀지 못했던 자신의 부족한 덕과 함께 후회를 표현하는 겸손한 말일 것이다. 그 잘못된 일의 시시비비나 잘잘못의 디테일을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뭉뚱 그려 모두 책임을 진다는 약간은 애매모호한 표현일 수도 있다.
미국에 있는 지인이 새벽에 카카오톡으로 ‘인맥관리 18 계명’이란 글을 보내왔다. 나는 사실 이런 종류의 글을 보내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읽기가 귀찮아 제목만 보고는 읽고 모른척하긴 그렇고 해서 엄지 척 이모티콘 하나만 보내 그 고마움을 표시한다. 아마 카톡으로 지금까지 받은 좋은 글 대로만 실천할 수 있었다면 승천해서 구름 위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대개 이런 종류의 좋은 글을 카톡으로 보내주는 지인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카카오톡의 프로필 사진에서 예쁜 꽃이나 산 정상에서 V(브이)하고 있는 모습, 손주 손녀 사진, 방하착(放下着) 같은 좋은 글귀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몇 년 전에는 띠동갑 정도 되는 사회에서 알게 된 선배 한분이 매일 새벽 아침마다 한강둔치를 걸으면서 새벽 5시 30분만 되면 좋은 글귀를 카톡으로 보내줘서 알람 대신 일어난 적도 있었다. 처음엔 멋모르고 감사함을 표현하다 나중엔 엄지 척 이모티콘만 하나 보냈더니 육 개월 후엔 그 새벽 알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뉴저지에 있는 지인은 그래도 좋은 글귀뿐만이 아니라 주제가 다양하게 보내줘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되는 편이다. 궁금해할 것 같아 그 인맥관리 18계명의 소제목만 나열한다. 일일이 그 이유를 적지 않는 이유는 시적 상상력이 풍부한 우리 브런치 독자들 수준이면 다 알 수 있기 때문에 사족이 될 수 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평소에 잘해라. 네 밥값은 네가 내고 남의 밥값도 네가 내라. 고마우면 고맙다고,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큰 소리로 말해라. 남을 도와줄 때는 화끈하게 도와줘라. 남의 험담을 하지 마라. 회사 바깥사람들도 많이 사귀어라. 불필요한 논쟁을 하지 마라. 회사 돈이라고 함부로 쓰지 마라. 남의 기획을 비판하지 마라. 가능한 한 옷을 잘 입어라. 조의금은 많이 내라. 수입의 1퍼센트 이상은 기부해라. 수위 아저씨, 청소부 아줌마에게 잘해라. 옛 친구들을 챙겨라. 너 자신을 발견해라.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
인맥관리 18 계명의 마지막이 “아내 또는 남편을 사랑해라.”이다. 특별히 이유를 덧붙인다. 백번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너를 참고 견디니
얼마나 좋은 사람이냐?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면 늘 주변을 둘러보며 두루두루 인심을 베풀며 배려를 하며 살아야 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누군가에게 인심을 베풀 수 있는 위치나 그 상황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고 잘 나갈 때 일지도 모른다.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고 일단 내 배가 부르고 나면 여유가 생겨서 주변의 배고픈 사람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때 주변을 둘러보기를 소홀히 하고 조금 더 내 배를 채울 궁리만 한다면 반드시 화가 따르기 마련일 것이다.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도 큰 틀에서는 마찬가지인 경우가 많다. 내가 맡고 있는 일에서 일정한 성과나 좋은 결과가 있을 때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 그 일을 함께 수행한 동료나 후배, 상사에게 그 공을 나누고 돌려야만 그 일은 최종적으로 완성이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런 과정을 통하여 마음을 비울 때 진정으로 그 일의 성취는 오롯이 자신의 것이 될 수 있고, 그 사람들은 언제나 내 편이 되어 줄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자신의 작은 성취에 도취되어 주변을 둘러보기 보단 그 성취감에 그 일의 과정이나 성과에 대해 오히려 과장해서 알리고 합리화해 나가는 실수를 저지르고는 함께한 선, 후배 및 동료들로부터 인심을 잃는다. 그리고 잘 나가다가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주변의 누군가로부터 유탄을 맞고 휘청거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지금까지도 북미 오피스 외국어 영화 역대 흥행 순위 1위를 지키고 있는 중국 무협 영화 ‘와호장룡’(2000, 이안 감독)의 명대사가 생각난다.
“손에 쥐려고만 하면 아무것도 잡을 수 없고 손에서 놓아야 무엇이든 잡을 수 있다.”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鄰), 즉 덕을 베푸는 사람은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