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심(욕심, 의심, 변심)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상사나 오너를 모시고 일을 하게 된다. 그들은 직장 생활의 보람과 흥미 그리고 창의력을 발휘하게 하는 리더십을 통해 조직을 통솔하고 성과를 만들어 간다. 그러한 리더십에는 권위주의적인 강력한 카리스마를 통한 리더십과 합리적이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통한 리더십을 통하여 조직의 절제된 기강과 사기를 드높이기도 한다. 군대 용어로는 전자를 군기라 하고, 후자를 사기라고 한다.
조직이 성과를 내기 위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려면 조직의 기강과 사기의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해야만 그 조직의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낼 수가 있다. 너무 강력한 권위주의적인 리더십은 조직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게 만들 수 있다. 구성원들은 그냥 시키는 일만 수동적으로 하게 된다. 또한 강한 인센티브나 자율이 주어지면 구성원들은 그 인센티브가 두세 번 계속되다 보면 당연한 권리로 생각하고 급기야는 급여에 포함된 것으로 여겨져서 이 또한 지속적인 동기부여가 될 수 없다. 자율에만 맡겨두면 주인이 아닌 이상 어느새 이기심이 발동해서 도전 정신이 약해지고 편안해지려고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에서 상사나 주인은 항상 강력한 카리스마와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균형감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어쩌면 부드러운 카리스마란 말 자체가 이를 대변하고 있는 말 일 수 있다. 군대 생활을 해보신 분들은 이해가 빠를 수 있겠지만, 백번 잘해주다가 군기가 빠진 부하에게 한 번만이라도 기합을 제대로 주면 그 부하는 돌아서서 욕을 한다. 늘 잘해주다 보니 그것이 당연한 권리인 줄 알고 있다가 이럴 줄 몰랐다며 험담을 하기 시작한다. 반대로 부하들에게 백번이면 백번, 무섭게 군기를 잡고 기합을 주다가 어쩌다 한두 번 잘해주면 감동받고 그 상사에 대해 원래는 그런 무서운 사람이 아닌데 조직을 이끌다 보니 그랬다고 하면서 자신이 오해했다며 심지어 반성하기까지 한다. 웃기는 얘기 같지만 가끔은 세상살이가 내 마음 같지 않을 때가 있다.
모든 조직에서 대개 비슷한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조직 생활을 하면서 리더로서 군기와 사기를 적절하게 균형을 유지하며 리더십을 발휘하곤 한다. 때로는 조직의 기강이 해이해져서 곧 사고를 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일부러라도 강한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을 때는 작은 사건사고라도 명분을 삼아 조직의 분위기를 썰렁할 정도로 다잡기도 하고, 또 가끔은 조직의 사기가 떨어져 있다고 생각할 때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해서 회식을 하거나 야외로 단합대회, 워크솝을 가기도 한다.
조직을 이끌고 있는 상사나 또는 회사의 주인은 항상 욕심, 의심, 변심이라는 삼심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조직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해서 그 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싶은 동기부여를 받게 되고 또 그 욕심은 끝이 없는 것이다. 어떤 지위나 부를 만들어감에 있어서 스스로 멈출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현실에서 힘든 이유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고 세상의 변화와 삶을 진화하게 만든 원인일 수도 있다.
또한 주인이나 상사는 한두 번 좋은 성과를 냈다고 해서 인센티브나 보상을 해줄 때의 마음으로 끝까지 믿어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 성과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을 이미 보았기 때문에 다음에 또 그에 준하거나 더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무슨 일이 있나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몸값이 올라간 그가 다른 회사로 옮겨가려고 마음이 변했는지, 아니면 일외에 다른 곳에 온통 신경이 가있는지 등, 여러 가지로 의심하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는 부모가 아닌 이상에는 처음 마음 그대로 사랑과 관심을 언제까지나 유지할 수가 없고, 변심할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 또는 현실에서도 죽고 못 산다는 연인들도 하물며 변심 때문에 드라마의 소재가 되는 것이다. 결혼할 때 영원히 변하지 않는 다이아몬드나 금반지를 내밀면서 청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맹세의 징표인 것이다.
살아가는 일에서 부모가 자식을 대하는 그 첫 마음으로 누군가 우리를 언제까지나 사랑과 관심으로 보살펴 줄 수 없기에 우리는 한없는 부모님의 사랑에 감사하고 존경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냥 누구나 부모가 되어보면 안다. 물론 가끔씩 뉴스에서 들리는 이해하지 못할 부모로서의 행동을 하는 부모를 보게 되면 비난할 필요가 없다. 하늘이 자연에 내려준 천성을 거역하는 부모는 이미 ‘마음이 아픈 부모’라고 보면 된다. 인간은 천성을 거스를 수가 없는 게 진리이기 때문이다. 그런 부모들을 가엽게 여겨야 할 것이다.
직장 생활이나 조직 생활에서 나의 상사나 주인이 이런 삼심, 즉 욕심, 의심, 변심을 가지고 있다고 이해하고 생활한다면 너무 그들의 칭찬이나 비난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고 스스로의 중심과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한두 번 칭찬받았다고 너무 자만하지 말고, 또한 한 두 번 걱정(깨짐) 들었다고 기죽지 말고 그 조직의 가치 추구와 이념에 맞게 잘 생활하면 된다. 언제나 일관성 있게 열심히 주어진 책무를 다하고 좋은 성과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그 조직이나 회사에서 길게 가고 싶다면 그래야만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대추 한 알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
저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저 혼자서 둥글어 질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 볕 두어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장석주
또한 그래야만 그 어느 누구의 평가에 일희일비하다가 기대에 못 미치는 보상이나 결과를 받았을 때, 누구를 원망하는 일도 없어질뿐더러 살아가는 일에 있어서 진정한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만 원짜리 지폐가 찢어지고 구겨졌다고 해서 만원의 가치가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또한 다림질해서 빳빳하게 펴진 만 원짜리 지폐일지라도 만원의 가치일 뿐이다. 설령 반으로 찢어졌다 해도 투명 테이프로 붙이면 다시 만원은 만원인 것이다. 그러니 너무 남들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자존감을 가지고 스스로 내 삶의 주인으로서 중심을 꽉 잡고 살아갈 수 있어야 상처를 덜 받는다. 천만 번을 변해도 나는 나, 나일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