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대하는 정성과 태도
처음 회사에 입사하면 대개는 다른 회사를 M&A 하거나 아니면 회사를 구하는 엄청난 일을 하지는 않는다. 대학생 때에는 졸업반으로 선배 노릇을 톡톡히 했겠지만 이제 다시 회사에서는 거꾸로 막내가 된다. 가끔 겨울 방학이나 여름 방학에 회사에서 인턴을 하는 대학생들이 있지만 그래도 막내는 막내다.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팀원들이 다 함께 식사를 할 장소를 알아보기도 한다. 아니면 업무 후 저녁에 팀 회식 장소를 알아볼 때도 있다. 물론 대개는 회식을 주관하는 팀장이 선호하는 식당을 예약하는 경우도 있지만 훌륭한 팀장이라면 팀 회식의 의미에 맞게 후배 팀원들이 선호하는 곳으로 정해 예약하라고 할 것이다.
점심 식사 장소나 저녁 회식 장소를 알아보고 예약하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일까 하고 생각을 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대단한 일도 아니고 회사에서 수명 업무로서 해야 할 백 한 가지 업무 중에서도 매우 작고 하찮은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작은 일이라도 내게 맡겨진 이상 그 어느 누구 보다도 팀장이나 팀원들의 taste & style에 맞게 한식, 중식, 양식, 일식 중에서 선택하고 회식의 분위기에 따라 룸이냐, 홀이냐, 주차공간은 확보되는지 등등 식당을 잘 정하고 예약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아무 생각 없이 또는 팀장이나 팀원들의 취향을 배려하지 않고 그냥 내 취향대로 선택한다면 간단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정한 프로라면 지시받은 일에 정성을 더해 플러스알파를 더 생각하고 배려해야만 남을 감동시킬 수 있다.
회사에서는 모든 수명 업무가 곧 일인 것이다. 심지어 서류 복사를 하나 해도 그 일을 대하는 태도와 정성이 나타난다. 가끔은 인턴들에게 서류 카피를 시켜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서류 원본의 수평과 수직을 어떻게 맞추었는지, 몇 장 되는 서류는 그냥 복사하지 않고 서류를 나누어서 접은 그림자가 남지 않게 한 장씩 정확하게 복사해서 그 원본은 원본대로, 복사본은 복사본대로 철해서 가지고 오는 인턴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비록 작은 일이지만 그 결과물에서 작은 일이라도 정성을 다한 그 태도가 보이고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회나 회사에서는 그렇게 늘 평가당하고 비교될 수밖에 없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하면 할수록 그런 태도나 정성에 대해 점점 금방 알게 되는 능력도 생기기 마련이다. 회사 생활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늘 나와 함께 입사한 동기나 일이 년 선후배들이 함께 일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고 있는 곳이란 것을 감안하면 늘 평가되고 비교될 수밖에 없다.
윗사람의 성격에 따라 잘못된 점을 그때그때 지적해주는 상사나 선배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오히려 그때그때 지적해 주는 상사나 선배들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 것이다.
상품이나 용역을 사고파는 고객들을 소비자로 둘 수밖에 없는 회사로서는 소비자들의 컴플레인을 귀찮아하지 않고 오히려 고객의 불만에서 개선점을 찾거나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처럼 상사나 선배들의 지적을 당하는 것으로부터 나의 잘못이나 태도를 깨닫고 고쳐가면서 한 단계 더 성장하고 발전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어야 큰 일을 할 수 있다.
영화 ‘역린’ 중에서
미안한 일이지만 나에게 잘해주었던 상사는 쉽게 잊히지만, 나를 심하게 혼내거나 내가 깨졌던 상사나 선배는 쉽게 잊을 수 없고 직책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큰 깨달음과 함께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물론 그 상사나 선배로부터 일이나 업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진정성을 느꼈을 때가 더욱 그렇다. 후배들에게 개인적인 사적 감정만 아니면 된다.
그들이 어떻게 하던 우리는 어느 누구라도 충분히 그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한편으로 보면 후배를 깨더라도 애정이 있어야 깬다. 왜냐하면 괜히 성질내면 내 기분도 함께 나빠지는 걸 알면서도 애정이 없는 후배에게 지적질을 할리 없기 때문이다. 물론 뭐, 매사가 다 그렇진 않다는 것도 우리는 받아들여야 한다. 상사나 선배도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