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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우리에게 묻는 날이 올 것이다

지난여름에 무엇을 했느냐고

by 봄날


매일매일 계속되는 폭염을 견디며 문득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어릴 때 들었던 이야기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요즘 같은 무더운 여름에 베짱이는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노래하고 개미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추운 겨울에 먹을 양식을 준비하기 위해 열심히 일을 했다.


어느덧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추운 겨울이 돌아오자 베짱이는 먹을 양식이 없어 개미에게 도와달라 찾아가지만 개미는 오히려 지난여름을 기억하며 베짱이를 비난하고 조롱한다라는 이솝 우화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평소에 미래를 위해 개미처럼 일을 하지 않으면 화를 당하게 된다는 교훈을 주기 위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일이라는 개념을 다양하게 해석하면 서로가 서로에게 상호 이익이 되는 방법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가령, 여름이 지나가고 추운 겨울이 돌아왔지만 개미는 무더운 여름에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노래를 불러준 베짱이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주고 사이좋게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이야기였으면 어땠을까.


노래하는 베짱이처럼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개발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가는 사회의 다양성과 함께 각자의 방식대로 살면서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사실 현실에서 베짱이는 겨울이 오기 전에 생을 마감하기 때문에 여름에 열심히 노래하는 것이다.



열심히 일만 하는 개미는 옳고, 나무 그늘에서 노래하는 베짱이는 나쁘다는 식의 이분법적인 편 가르기는 없다. 타고난 품성대로 개미는 개미대로 열심히 일하고, 베짱이는 베짱이 대로 즐겁게 노래하며 그들에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그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학교를 졸업하고 오십 대까지는 개미처럼 땀 흘리며 일하고, 오십 대가 지나가면 대개는 일을 끝마치고 편안한 노후 생활을 기대한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개미와 베짱이와는 달리 잘 먹고 잘 사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오늘을 살면서 내일을 걱정하는 삶이 아닌 매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삶,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의지로 태어나진 않았지만 주어진 삶을 치열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 외에 특별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인생의 정답은 없다. 다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수많은 해답이 있을 뿐이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오만과 나태, 뻔뻔함의 결과인 3연패의 수모를 당한 한국 야구와 절박함과 간절함, 그리고 열정을 보여준 여자배구의 부상 투혼을 지켜보면서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언젠가 겨울이 오면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는 날이 올 것이다. 지난여름에 무엇을 했느냐고. 그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당당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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