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ELE
마지막 가을비가 내리던 날,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팝 스타 아델이 6년 만의 새 앨범 공개와 함께 선보인 특별 콘서트의 한국 버전, MBC 창사 60주년 특별기획 '원 데이 위드 아델(One Day with Adele)'을 하루 종일 기다렸다가 보았다. 명불허전, 로스앤젤레스 그리피스 천문대(Griffith Observatory)에서 펼쳐진 격조 있는 공연과 함께 중간중간 오프라 윈프리의 장미정원에서 나누는 진솔한 대화는 감동을 두배로 더했다.
영화 ‘라라랜드’의 배경이 되었던 그리피스 천문대의 멋진 풍경과 격조에 더해 잘 기획된 공연 예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언젠가 ‘비긴 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가수 박정현이 길거리 버스킹에서 불러서 유튜브에서 천만 이상의 조회 수를 넘긴 아델의 노래 ‘someone like you’를 그녀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함께 듣는 것은 갑자기 추워진 늦가을 날씨를 따뜻하게 녹여주는 듯해서 흥분 그 자체였다.
또한, 오프라 윈프리와의 대담은 왜 그녀가, 아니 오프라 윈프리가 세계적인 가수와 진행자가 되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나이는 많지 않지만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진솔한 얘기와 훌륭한 질문이 끌어내는 솔직한 삶의 이야기들은 과장된 리액션의 공감이 넘치는 요즘 예능과는 확실히 격이 달랐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아델의 노래 가사와 호소력 짙은 노래를 시청하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그녀의 노래 가사를 보면 자신이 겪고, 생각하고 느꼈던 감정들을 스스로 글로 옮기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을 뛰어넘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데뷔했지만 십 년 이상을 한결 같이 영국과 미국에서 사랑받고 있는지, 그녀가 왜 그래미상을 15회나 수상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우리 주변에도 많은 아이돌과 트로트 가수들이 존재하지만 결국은 싱어송라이터들만이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가수들은 얼마 못 가서 존재 자체가 희미해지고 만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뿐이다. 그가 스스로 작사, 작곡이 가능한지, 또는 불가능한지가 대개 그 기준이 된다. 싱어송라이터인 서태지, 나훈아 등등, 한 때 그들과 함께 했던 가수들이나 라이벌들은 그 이유로 더 이상 singer에서 musician, artist로 성장해 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어릴 때 일기 쓰기의 생활화는 크게 중요시하지 않는 것 같다. 물론 대학입시에서 수시전형 때 논술이라는 과목이 있긴 하지만 그 이후에 글쓰기는 별로 없는 듯하다. 오히려 각종 SNS나 카톡 등에서 줄임말과 와우, 흑흑, 대박 등등 단순 감탄사 위주로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쏟아내고 있다. 물론 21세기는 비주얼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자기의 느낌과 생각들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글쓰기 습관도 매우 중요하다.
글을 잘 쓰고 못쓰고, 길게 쓰고 짧게 쓰고의 문제가 아니라, 최소한 스스로 보고 느낀 것에 대해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경쟁력이다. 진솔하게 자기가 느끼고 경험했던 것들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어야 좋은 생각과 함께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어린아이가 말을 하기 전에 수만 번을 먼저 듣고 입을 떼는 것처럼, 많이 느끼고 많이 읽어야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다. 특히, 아무것도 못 느끼고 있다면 모든 걸 놓치고 있는 거다.
오프라 윈프리와 아델의 인터뷰 중 매우 와닿는 장면이 있었다. 이혼의 아픔을 겪은 그녀의 진솔한 얘기를 듣고 “이번 앨범을 이혼 앨범으로 불러도 되냐”라고 묻자 아델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저와 헤어지는 앨범이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아델은 “혼자 많은 시간을 외롭게 보냈다. 바쁘게 굴지 않고 저한테 집중했다. 예전 같으면 머리가 복잡하면 친구에게 전화해 만나자고 했는데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저는 제 감정이 어떤지 보고 차분하게 돌아본다. 술도 끊었는데 그게 정말 좋다. 자신을 알아가는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