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사람
사람들은 늘 다정하고 착한 사람은 설사 자기가 잘못해도 대충 잘 다독거리면 쉽게 해결될 거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다정한 사람이 그만 다정하기로 마음먹는 순간, 그 누구보다 냉정하고 절대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만 다정하기로 마음먹는 순간은 쉽게 오지 않는다. 늘 오랫동안 묵묵히 참고 기다려 주기 때문이다.
사람이 교만할 때는 늘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해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그 시작점이 된다. 언젠가 돌고래 관광장면을 본 적이 있다. 민첩하게 기동이 가능한 유람선을 타고 돌고래가 자주 출몰하는 바다로 항해를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예의 그 돌고래 떼가 나타나서 유람선의 주위를 재빠르게 헤엄쳐 다니면 관광객들은 환희와 감동에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그들이 탄 유람선 주위를 맴돌듯 빠르게 헤엄치는 돌고래를 보고 자신들과 교감한다고 생각한다. 직접 유람선을 타고 먼바다로 나온 여행의 의미에 대해 자랑스러워하면서 헤엄치는 돌고래 떼와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하지만, 돌고래들은 처음 본 시끄러운 관광객들과 교감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생활공간을 침범한 유람선을 피해 빠르게 헤엄쳐 다니는 것일 뿐이다. 교감이란 어느 일방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늘 자신의 목적과 의도를 먼저 생각하면 절대 다른 사람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을뿐더러, 그동안 꽤 많았던 여러 신호들을 무시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 쉬운 사람은 없다. 스스로가 쉽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다정하고 착한 사람들은 늘 자신보다 상대를 더 배려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은 당신이 알지 못하는 상처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서로에게 친절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여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류시화)라는 글이 생각난다. 다른 사람들을 함부로 평가하고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오는 사람은 석 달 열흘이 걸려 오지만, 가는 사람은 하루아침에 간다.
누구나 사람은 어렵고, 관계는 더 어렵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교만해지는 순간, 늘 사람들은 누군가에 대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기 위주로 그 사람을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그리고 그 다정한 사람이 그만 다정하기로 마음을 먹는 순간마저도 자신을 돌아보기에 앞서, 무언가 다른 이유나 사정이 있을 것이라며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물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뜨거운 것이 아니라 ‘지치지 않는 것'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다정하고 착한 사람은 가벼운 사람들과는 달리,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기다려 주는 사람이다. 오랫동안 묵묵히 기다려 주면서 관계에 최선을 다한 만큼, 이건 아니다 싶을 때는 그만 다정하기로 마음먹는 순간이 있다. 세상의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들을 함부로 대할 권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