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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Oct 21. 2022

자신을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인생의 큰 선물은 없다

눈치


 회사에서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선후배들과 함께 몇 팀이 운동을 한 적이 있었다. 운동을 하기 전에 먼저 클럽 식당에서 만나 다 함께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식사 후 들고나갈 테이크아웃 커피를 주문했다. 많은 사람들이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시켰고 한 두 사람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선택했다.


 하지만, 한 선배만 클럽 식당에서 주문을 하지 않았다. 커피를 드시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식당 커피는 맛이 없고 그늘집에 새로 생긴 스타벅스커피를 먹겠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의 취향에 맞추어 대충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던 나는 자신의 취향을 존중하는 그 선배의 모습이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고 보기가 좋았다.


STARBUCKS


 독립영화로 많은 인기를 끌었던 영화, 소공녀(2018, 전고운 감독)에서 주인공 미소(이솜)는 집은 포기해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의 취향과 생각을 지키는 것이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일을 끝낸 후 마시는 한 잔의 위스키와 담배, 그리고 남자 친구다. 그것들이 미소에게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했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고 자신의 취향과 스타일을 지키는 주체적 삶이었기 때문이다.


 서양사람이 봤을 때 우리 한국인만이 가진 일과 연애에서의 초능력은 ‘눈치’라고 한다. 눈치, 남의 마음을 그때그때 상황으로 미루어 알아내고 그에 맞추어하는 행동을 말한다. 서양인들은 대체적으로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서 이런 눈치가 발달해 있지 않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 남자들은 군대생활 같은 집단생활을 체험한 탓에 눈치가 더욱 발달된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눈치가 좋다가 아닌 눈치가 빠르다는 말처럼, 눈치는 그때그때 빠른 타이밍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렇게 남의 눈치를 보는 습관이 때때로 우리의 전체적인 삶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 자신의 취향보다는 사회적인 평균적 일상성을 더 소중하게 생각할 때가 많다. 튀지 말고, 남들처럼 생각하고 남들처럼 행동하는 것, 남들이 하는 것은 나도 해야 되고 남들이 가지고 있는 것은 나도 가져야 된다. 나만의 생각, 나만의 취향은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매사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남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하고 생활하다 보니 늘 남들을 먼저 배려하는 착한 사람,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 조금씩 있는 것 같다. 지금의 MZ세대와는 달리 그냥 아무거나, 대개 일상에서 자신만의 취향과 스타일을 존중하지 않는다.


 진정한 자신감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은 자신에게도, 세상에도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니다.



 남들을 먼저 배려하는 것과 눈치가 빠르다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때때로 자신의 감정을 먼저 돌보지 않는다는 것이 나쁜 것이다.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행복이 오래갈 수 없는 것처럼,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내 감정과 내 취향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는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인생의 큰 선물은 없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사회적 가면을 쓰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페르소나(persona), 사회적 가면을 쓴다는 것이 속임수라든가 나쁜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인에게  부정적인 가식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는 보호색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건강한 삶, 건강한 사람은 사회적 가면에 매몰되거나 잠식되지 않고, 매 순간마다 적절하게 사회적 가면을 쓰고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우리 주변에 아무렇지 않지 않은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면 그게 얼마나 눈물겨운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인지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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