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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Sep 02. 2023

증오는 타고 나는 게 아니라 배우는 거다

교양


 슈퍼문이 뜬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한강으로 밤산책을 나섰다. 지난여름은 참기 힘들 만큼 많이 더웠다. 덥다는 핑계로 여행이나 음악제 참가를 제외하고는 사람들도 만나지 않고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서 혼자만의 여름을 보냈다. 오랜만에 하는 밤산책이라서 그런지, 시원한 강바람 덕분인지 아내는 산책하는 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명랑하게 말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트위터에서 읽은 어느 미혼여성의 에피소드였다. 그녀는 남자친구와 결혼을 전제로 연애를 했고 둘이는 서로 잘 맞았다고 한다. 결혼을 앞두고 남자친구 어머니와 셋이 함께 만났다고 했다. 그 어머니를 만나기 전에 남자 친구로부터 매우 교양 있고 자신을 많이 사랑하는 아주 훌륭한 어머니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녀와 남자친구, 그리고 그의 어머니와 함께 셋이 만났는데, 첫인상은 남자 친구의 말처럼 매우 교양 있는 말투와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함께 만나는 동안 그녀의 무엇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에게는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고 만남 내내 아들과만 서로 통하는 이야기를 두 모자가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끝까지 교양 있게 자신을 무시하고 돌아갔다는 이야기였다.



 그 교양 있는 어머니와 헤어지고 난 후 남자친구가 자신에게 “내가 얘기한 것처럼 우리 엄마 정말 교양 있고 좋은 분이지?”하고 물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기가 막혀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더니 갑자기 왜 그러느냐며 그 이유를 말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남자 친구에게 네가 그 이유를 모르는 게 헤어지는 이유라고 말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이후 그들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은 그녀의 조상이 도왔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연애를 하다 보면 한 번쯤은 그런 쌔한 순간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런 작은 신호를 놓치지 말고 다시 한번 신중하게 생각해 볼 수 있어야만, 그 결혼생활이 결혼지옥과 멀어질 수 있다. 연애를 한다는 것은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최소한 그런 다름과 차이를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난 후 결혼하라는 뜻일 것이다.



 최근에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육사 교정의 홍범도 장군 등 5인의 독립투사 흉상이전과 관련한 모 정부부처의 대변인 이야기이다. 그 이슈 관련 기자들에게 배포한 대변인실의 입장문에 대해 그 부처의 출입 기자들과 주고받은 질의응답 내용이었다.


 홍범도 장군이  1927년 소련공산당에 가입한 사실과 러시아어에서 유래된 빨치산(partizan, 비정규군) 활동으로서의 무장 항일 독립운동에 관한 그 대변인의 역사 인식에 관한 문제였다. 더불어 레닌의 공산당과 김일성의 남침을 사주한 스탈린의 공산당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는 출입 기자의 식견에 사뭇 놀랐다.



 한 기자가 홍범도 장군이 나라를 잃고 군대가 없으니 무장독립 투쟁을 할 때 그는 비정규군으로서 러시아 말로 빨치산이라고 불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두 가지 빨치산, 즉 일본제국주의에 대항한 만주 벌판에서의 무장 항일 독립운동과 1950년 6.25 전쟁 전후의 지리산을 중심으로 한 남로당 계열의 빨치산과 동일시하는 듯한 인식을 두고, 그 기자가 모부처 대변인의 인문학적 교양 수준이 매우 천박함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또한, 밴드 자우림의 멤버인 가수 김윤아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RIP 地球(지구)’라고 올렸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이야기이다. 일본이 주변 국가들의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핵오염수를 방류한 데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는 이유만으로 증오에 가득 찬 댓글 공격과 비난을 받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증오는 타고 나는 게 아니라 배우는 것이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경제적 처리 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앞으로 30년간 1/700로 희석, 즉 그 핵오염수 1톤에 바닷물 700톤을 섞어 후쿠시마 앞바다에 버린다고 한다. 나의 과학적 교양 수준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우물에 잉크 한 병을 쏟아붓는 것과 그 잉크 한 병에 우물에서 퍼올린 700병 분량의 우물물을 함께 섞어서 다시 그 우물에 버리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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