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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Sep 15. 2023

누가 만만하게 보인다면 그 사람은 당신을 배려하고 있다

wait and see


 가을이 되면서 예정된 운동 약속이 있어 무더운 여름동안 한 번도 가지 않았던 집 앞에 있는 지역 유명 스포츠센터에 갔다. 가을이라지만 아직도 늦더위 때문에 오후보단 오전에 연습을 하기로 했고 점심시간에 맞추어 갔다. 리셉션데스크에서 일회권을 구매했는데 점심시간 전후로 두 시간은 한 시간에 만원으로 특별할인을 한다고 했다.



 평소보다 삼분의 일 가격이라 순간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코로나 이후로 골프가 호황이 되면서 이 골프연습장이 몇 번의 가격인상과 함께 고객들에게 불친절했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었다. 아내는 늘 일정기간 동안 사용해야 하는 10회권을 구입했는데, 연습 기간이 만료되어 3회 남은 잔량을 사용하려면 다시 10회권을 더 구입해야 하는 옵션을 걸고 있었다.



 재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스포츠센터의 판촉 전략이려니 생각하고 오랫동안 따랐다. 문제는 가격저항을 회피하기 위해 10회권을 구입할 수 있는 두 가지 옵션을 새로이 도입했는데, 그 두 가지 옵션 중 사우나를 제외한 저렴한 가격의 옵션으로 10회를 구입할 수 없느냐고 했더니, 기존 더 비싼 가격의 옵션을 구입했으니 똑같이 비싼 가격의 옵션을 구입하라고 했고, 그래도 그 잔량 3회를 사용할 수 있으니 총합 이익이지 않느냐고 불합리한 강매를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내와 통화를 하던 여직원과의 전화를 넘겨받아 돈 몇 푼 때문이 아닌 그 불합리함을 호소했지만 허사였고, 매니저와도 통화했지만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했다. 스포츠센터의 사무실로 찾아가서 고압적인 직원들의 불친절과 불합리한 제도를 함께 토론해보고 싶었지만, 굳이 그 스포츠센터의 불합리한 제도개선을 위해 고객의 소리를 직접 전달하는 친절을 베풀고 싶지 않았다. 태도가 본질이니 그래봤자 진상 소리를 들을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 불합리한 제도를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더 이상의 10회권 추가 구입을 포기하고 필요할 때마다 그 두 가지 옵션 중 사우나를 제외한 저렴한 가격의 일회권을 이용했다. 일 년 넘게 시간이 흐르고 작년부터 해외여행이 풀리고, 주식시장과 코인시장의 불황에 따른 젊은 층의 대거 이탈과 턱없이 올라버린 그린피와 캐디피로 인해 요즘 다시 코로나 이전의 시장상황으로 돌아감에 따라 매주 이런 할인, 저런 할인 행사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온다.



 세상의 모든 공통 이치가 있을 때 잘해야 되고, 잘 나갈 때가 제일 위험할 때라는 것이다. 지역의 동네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활황 때는 수요가 차고 넘친다고 갑자기 태도를 바꾸고, 불황이 되니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요구하지도 않은, 특별하지도 않은 특별할인 문자를 보내 읍소를 한다. 굳이 말하자면 근린 생활시설이니 망하기를 바라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그 나쁜 기억을 잊고 해맑게 그 특별할인에 호응할 정도로 나는 대인배도 아닐뿐더러 바보도 아니다.



당신이

슬픔을 겪어봐야

기쁨의 감사를 알게 되고

당신이

실패를 경험해 봐야

성공의 가치를 알게 되고


당신이

눈물을 흘려봐야

웃음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당신이

가난을 느껴봐야

부유함의 특권을 알게 되고


당신이

불행을 지내봐야

행복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그래서 인생에는

쓴맛과 단맛이 섞여있다



유지나



 아마도, 지금처럼 코로나 시절의 호황을 회복하지 못하면 스포츠센터의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결국 사업주는 구조조정의 칼날을 휘두르게 될 것이다. 세상만사가 모두 그렇다. 누군가 상대방이 만만하게 보인다면 그 사람은 당신을 배려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원래 그런 착한 사람, 원래 그런 만만한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인지상정, 인간은 누구나 똑같은 마음일 뿐이다. 모두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깊이 없는 인간은 조금만 배려해 주고 잘해주면 금방 교만해지고 만다. 그리고, 몇 번을 더 배려하고 참다가 그런 교만한 상대방을 그만 만나기로 마음먹는 순간, 늘 착하기만 했고 만만했는데 왜 갑자기 변했을까 의문을 가지며 당황해한다. 분명히 무슨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정신승리를 하는 게 어리석은 인간이다.


 그러니 그런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도 한 발 짝도 성장하지 못하고, 사람 절대 안 변한다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근거 없는 자신감에 도취해 세상과 인간을 너무 납작하게 보니 그러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고, 인간은 누구나 양파처럼 겹겹이 서로가 모두 알 수 없는 다른 모습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동네에서 하는 장사도 마찬가지다. 고객들은 그 가게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하지만 한두 번 불친절하다고, 또한 한 두 번 상품의 품질이 좋지 않다고 바로 컴플레인을 하지는 않는다.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배려하며 인내하다가 임계점을 넘으면 폭발하는 것이다. 친절과 불친절, 품질과 가격 등등 그 가게의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또한 그 가게의 모든 것을 기억한다. 고객제일, Customer is always right!!(손님이 짜다면 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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