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마인드
늦은 아침,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듣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초대된 단체카톡방이 요란스럽게 울리고 있었다. 카톡의 내용은 고교 동기모임을 고지하며 서로 잊고 지냈던 동기들이 안부를 전하는 내용이었다. 학교 졸업하고 바쁜 사회생활 속에서 이래저래 몇 번 보다가 오래전 자연스럽게 연락이 두절되었거나 소식을 듣지 못했던 친구들이 많았다. 사실, 코로나 사태 덕분에 쓸데없이 많은 인간관계는 접촉이 뜸해지면서 이래저래 멀어졌고 자연스럽게 관계 다이어트가 이루어졌다.
너무 갑작스럽고 오랜만인 낯설고 생소한 동기들인지라 쉽게 단체카톡에 참석하지 못하고 며칠째 오고 가는 대화만 지켜보고 있었다. 물론, 나뿐만이 아니라 그 단체카톡에 강제 초대된 절반 정도가 그리하고 있었다.
아마 그들도 나처럼 그 모임에 참석할지 말지 생각이 정리되지 못한 탓이리라 여겼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서로 각자 다른 삶을 살아온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또 새로운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만 추가하진 않을까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그 비슷한 몇 번의 각 학교 동기, 동창 모임에 참석했던 결과, 그 한계를 분명히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학교를 졸업하고도 계속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은 대부분 잘 만나왔기도 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본의 아니게 사회적 가면을 쓴 탓에 주변 지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MBTI의 E가 아닌 I 성격이다.
대개 20, 30년 이상 한 번도 안부를 전하거나 만나지 않았던 동기들에 대한 새삼스러움과 낯가림이 있다. 사실 모바일 세상에서 생활한 지 오래된 지금은 서로 연결이 되어있지 않아 못 보는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직접적인 만남, 즉 컨택(contact) 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항상 커넥트(connect),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지금의 Z세대들처럼 태어나자마자 모바일세상에서 살아온 ‘모바일 네이티브’는 아닐지라도, 세상의 변화와 함께 사십 대 초반에 모바일 세상으로 이민 온 것처럼 살아온 지 오래된 나는 코로나 사태와 더불어 대면 접촉보다 비대면 연결에 훨씬 익숙해져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의 삶, 즉 연결(connect)은 더욱 강화되고 접촉(contact)은 더욱 약화된 세상의 변화에 충분히 적응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혼자서도 즐겁고 재미있게 잘 생활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도 가끔 당황스러울 때는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냈을 때 카톡으로 답을 하지 않고 갑자기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을 때 순간 당황스러움을 느낀다. 직접 통화할 수도 있지만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낼 때는 모바일 세상에서 그럴만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상황에 따라 직접 통화를 하거나 대면 접촉보다는 비대면 접촉이 더욱 편리할 때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인연은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인스타그램과 이메일을 통해 늘 연결되어 있고 프로필을 볼 수 있으니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안물안궁’이다.
Z세대처럼 모바일 세상을 살고 있기에 나도 ‘모바일 네이티브’는 아닐지라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모든 세상의 모든 사람과 항상 연결되어 있다.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젤렌스키, 일론 머스크, 오바마 등등 24시간 연결되어 있다.
내가 그들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고, 그들의 메시지를 매일 파악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또한 모바일 세상에서는 물건을 하나 구매하더라도 온오프라인의 구분이 없어졌다. 멀리서 매장을 직접 찾아준 고객보다 오히려 온라인에서 각종 이벤트와 함께 할인율이 더 높을 때가 많다.
아직도 그 단체카톡방의 신년 고교 동기모임에 참석할지 망설이고 있지만, 이 순간에도 나는 24시간 모바일로 그들과 연결되어 있다. 옛날처럼 전화번호나 주소가 바뀌면 연락할 방법이 없어 못 만나는 것도 아니다.
정말 보고 싶고, 만나고 싶으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모바일 세상에서 항상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검색만 하면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서로가 찾지 않은 이유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의미가 있을 뿐이다. 가장 심오한 메시지는 말없는 침묵이다.
모바일 세상에 이민 온 것처럼 살고 있지만, 나도 이제 대면 접촉의 세상과 비대면 연결의 세상 사이에서 경계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Z세대처럼 ‘모바일 네이티브’는 될 수 없겠지만, 세상의 변화를 늘 빠르게 받아들이며 모바일 마인드를 착장하고 살아갈 것이다. ‘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을 쓴 찰스 다윈은 적자생존, 즉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종은 강한 것도, 똑똑한 것도 아닌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