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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Dec 19. 2023

짙은 어둠도 작은 불빛 하나에 물러서고 만다

선의의 순환 2


 주말 아침, 성탄절을 기다리며 먹는 빵 슈톨렌과 함께 영화음악을 들으며 습관처럼 트위터에 올라온 동시대를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둘러보았다. 트윗 글을 보고 밤새 세상에서 일어났던 새로운 소식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둘러보던 중 한 두 가지 이야기에서 잠시 멈추고 사색할 수밖에 없는 글이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왜 우리는 수능만점자를 자세히 알아야 하고, 그의 진로를 다 같이 고민해야 할까?

대학에 합격하고도 등록금이 없어 친척집을 다니며 돈을 빌리려다 실패하자 학생과 어머니가 함께 목숨을 끊은 일,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일터로 가는 학생들, 현장실습을 하는 학생들에겐 얼마나 관심을 가졌을까? “



 문득 올해 초에 보았던 영화 ‘다음 소희’(2023)를 떠올렸다. 춤추는 것을 좋아하고 밝고 예쁜 소희가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현장실습을 나갔던 이야기이다. 학생들은 부푼 꿈을 안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지만, 그들의 첫출발에 무관심한 우리 사회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감정노동에 시달리던 소희를 어떻게 죽음에 이르게 하는가를 보여주었던 영화였다. 그 영화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또 하나, 내 자신을 뒤돌아보게 했던 트윗 글을 소개한다. 늘 이맘때쯤이면 ‘어른’이라는 단어의 뜻이 무엇인가를 가르쳐준 좋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tvN, 2018)가 생각난다. 지금도 재방송만 하면 놓치지 않고 본다. 요즘 같은 혹한의 겨울추위도 녹여주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그처럼 세상의 짙은 어둠도 작은 불빛 하나에 물러서고 만다.



“비서 되고 처음 모셨던 사장님 생각난다. 외모와 안광이 무서웠고, 성격은 더 무서웠던 분이셨다. 업무 외 얘기는 절대 하지 않는 분위기라 첫 독립 때 이사한다고 말을 못 했다. 어떡하지 하다가 이사 하루 전날 겨우 “저 내일 독립해서 이삿짐 보느라 잠깐 2시간 자리 비워야 할 것 같습니다” 했더니, 그날 오후 사장님께서 갑자기 내 책상에 도톰한 은행 봉투를 툭 얹고 퇴근하셨다.


 이삿날엔 갑자기 돈 나갈 일 생길 수 있으니 갖고 있으라고. 신사임당 스무 장 담긴 봉투였다.

그게 6년 전이었고 그 후에 이직했는데 나 아직도 그 돈 못 쓰고 봉투 그대로 갖고 있어.. 내 미숙했던 시절의 두께 같아서. 모든 게 막막했던 시절에 그래도 누군가 날 위해줬던 사람이 있었지 하는 생각에 그 돈 못 쓰고 봉투도 못 버려“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도통 몰랐던 시절이 있었다. 학교를 떠나 처음 세상으로 나왔을 때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 줄 몰라 많이 고민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학교와 달리 그것을 다정하게 가르쳐줄 선생님은 없었다. 지금은 기억하지 못할 뿐 그저 막막하기만 했던 시절은 누구에게나 있었다. 그 트윗 글에 달린 댓글이야기에 또 한 번 더 가슴이 먹먹해졌다.


“우리 가게에서 2년 동안 주말마다 와서 열심히 일한 아르바이트생이 있다. 열여덟부터 스물 직전까지 지각 한번 안 하고 착실하게 일해줬다. 공고를 다녔는데 얼마 전에 좋은 곳에 취직해 이제 더 알바를 나올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많이는 못 주고 취직했으니 옷이라도 한 벌 하라고 30만 원을 보내줬다.


무덤덤하고 착하던 애가 펑펑 울면서 전화가 왔다. 누구한테도 이렇게 큰돈을 받아 본 적이 없단다. 나도 괜히 펑펑 눈물이 났다. 종종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 집까지 태워줄 때가 있어, 아르바이트비 벌어 어따써? 옷 사 입어? 물어보면 나중에 취직하고 외지 나가면 보증금 필요한데 그 돈 모으려 한다 했다 “



선의의 순환을 믿는다.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주는 법이다. 세상은 늘 성공을 말하지만 성공보다는 사랑을 더 자주 말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삶의 여유는 든든한 통장잔고에서 나온다는 말이 사실일지라도 그런 천박한 말을 부끄러움 없이 하는 사람들 보다는 언제나 사랑을 이야기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 세상이 따뜻하고 좋아지는 방법은 더 많이 배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까지 학교에서 배운 대로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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